[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과시키고 나서]
70~80년대 언론자유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었습니다. 독재정권은 바른말을 하는 기자들을 길거리로 내쫓았고, 보도지침을 내려보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을 쓰게 했습니다.
90년대 언론자유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었습니다. 당시 김중배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가장 강력한 권력은 자본”이라고 일갈 했습니다. 여기서 ‘자본’은 광고주를 뜻하고, 광고주란 재벌을 의미합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언론자유란 언론사 ‘사주’로부터의 독립입니다. 거대 언론사의 사주들은 이제 스스로 권력이 되었습니다. ‘앙시앙 레짐’을 복원하기 위해 기자들을 징병해 정치 투쟁의 최전선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채널A> 기자의 일탈은 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주들은 돈벌이를 위해 기자들의 영혼을 악마의 맷돌에 넣어 갈아내고 있습니다. 클릭 수를 위해 모든 기사를 ‘포르노’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기자들에게 최소한의 사실확인조차 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언론사 사주들은 밤의 대통령입니다. 누구도 그들을 견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돈입니다.
<조선일보>는 조국 가족의 삽화 건으로 대형 사고를 쳤으나, 처음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이 조선일보 미주판을 상대로 1억 달러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하겠다고 하니 즉각적으로 사과보도를 했습니다.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조선일보의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앗 뜨거워라' 한 겁니다.
제가 속해 있는 국회 문체위 법안소위가 어젯밤 늦게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포함돼 있는 법안입니다. 악의적인 오보를 냈을 경우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침해되는 건 ‘사주들만의 언론자유’입니다. ‘현장기자의 언론자유’는 이 법 통과를 계기로 비로서 보장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이 법 30조의4(구상권 청구요건)는 제가 강력히 요구해서 들어간 조항입니다. 손해배상은 회사가 하는 것이고, 기자들에게는 손해배상액을 물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기자에게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음이 명백할 경우, 또는 기자가 데스크를 속였을 때만 기자를 상대로 회사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제 회사와 사주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이익을 위해 기자들을 다그치다 문제가 일어날 경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자들로서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찍어 대던 '공장'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하나하나 팩트를 확인하던 ‘잊혀진 미덕’이 다시 살아나는 전환점이 될 겁니다.
그러니 잃는 건 ‘사주의 자유’요, 얻는 건 ‘기자의 자유’입니다.
언론사 사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하나 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기자들을 찰칵거리는 클릭수의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현 포털 체제입니다.
저는 한 달여 전에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포털이 알고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자체적으로 기사를 선정해 배열하는 현 시스템을 제한 하는 내용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 법안을 중심으로 통합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르면 8월 늦어도 9월에는 통과되리라 기대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이어 포털 관련법안이 통과되면 언론의 생태계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기자 여러분들이 첫 발을 내디디며 가슴에 품었던 소망과 다짐이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날까지 제 나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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