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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억지로 시킬수록 더 하기 싫어져! -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by 길찾기91 2021.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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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시킬수록 더 하기 싫어져!

 

좋은 충고를 건네는 사람 앞에서는 따뜻한 미소와 긍정의 끄덕임을 보이고선 정작 그와는 반대되는 결정으로 보답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신기한 현상에 특히 의사, 심리학자, 교육자, 부모들은 골머리를 앓는데, 이는 심리학에서 이미 리액턴스 reactance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현상이다. 197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W. 페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 와 드보라 Y. 샌더스 Deborah Y. Sanders는 이 기묘한 청개구리 반응에 대해 연구를 시도했다.

 

이들은 행위와 자유의 반경에 가해지는 제한이나 압박에 저항하기 위해 리액턴스가 발동할 뿐만 아니라 리액턴스를 줄이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논문에서 제시했다. 또 여기서 사용된 실험방식을 통해 연구자가 마음을 열고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을 연구에 활용한다면 아주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도 영리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일상적인 것의 평범함에 치이지 않고 오히려 거기서 영감을 얻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페니베이커와 샌더스로 하여금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장소, 즉 자신들이 재직하는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대학교의 화장실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벽의 그라피티는 예술성의 유무를 떠나서 학문적인 연구가 매우 덜 되어 있는 분야라고 이들은 생각했다. 특히나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이들이 속한 대학교의 남자화장실 17군데에서 다양한 질과 수준의 글귀가 적힌 그라피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리액턴스에 관해 이루어진 연구논문 가운데 특히 몇 개가 두 사람의 눈에 띄었고 지금까지 진척이 지지부진했던 리액턴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장소로 이 공중화장실이 적격이라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브렘Jack W. Brehm이 발표한 논문은 특히 권위자로부터 내려진 명령에는 리액턴스가 당연한 반응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반항적인 글귀를 벽에 남기는 행위를 권위에 대한 불복의 표현, 권위적 행동과 자유의 제약으로 인해 야기된 분노의 배출구로 이해한다면 공중화장실이라는 장소는 리액턴스 반응을 연구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된다. 보통 이런 그라피티는 반사회적인 문구나 욕설 같은 것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논문에서 간접적으로 밝혔듯이 평소 각종 그라피티와 낙서들에 내심 긍정적 관심을 갖고 있던 페니베이커와 샌더스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향한 두 가지 종류의 경고문을 만들었다. 내용은 모두 화장실 벽에 낙서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지만, 하나는 강력한 명령조였고 다른 하나는 권고조의 문장이었다. 벽에 낙서하지 마시오!”라는 문구에 마시오!"를 더욱 진하고 굵게 표시했고 다른 경고문은 "벽에 낙서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부드럽고 공손한 느낌을 전달했다. 그에 더해 경고문 밑에는 가상의 인물의 서명을 덧붙였는데, 명령조 경고문에는 대학 내 최고 권위를 대표하는 대학경찰의 방범국장의 서명을, 권고조 경고문에는 평범한 방범 담당자 직원의 서명을 달았다. 연구팀은 경고문을 두 시간마다 번갈아 서로 다른 화장실에다가 붙인 뒤 어느 칸에서 어느 경고문이 더 많이 훼손되는가를 꼼꼼히 기록했다. 예상한 대로 조롱 섞인 낙서가 휘갈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방범국장의 이름으로 나간 명령조 경고문에는 엄청난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싫다면 어쩔 건데, XX 같은 XX!(페니베이커와 샌더스는 논문 독자의 안구보호를 위해 욕설을 생략했다) ,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냐? ㅋㅋㅋ같은 글들로 뒤덮였다.

 

페니 베이커와 샌더스가 행한 이 실제상황에서의 실험은 강하게 요구하거나 압박하는 명령은 속도와 수용성 면에서 절대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지 못하며 오히려 반항심을 유발하는 역효과를 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에 반해 부드러운 공손함은 훨씬 나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더 많다.

 

이 실험은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의 작업 결과물에 분통과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들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온갖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증명했다. 특히 환자를 대할 때 활용하면 좋다. 페니베이커와 샌더스의 실험은 과도하게 강압적인 어투로 된 치료 일정이나 약물 복용 지침은 리액턴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우울증 치료약 같은 경우에 환자에게서 리액턴스 반응이 일어나면 무서운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환자가 강제적 복용 지침에 대한 반발심에서 마음대로 약을 중단해버리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타 신체적 질병의 경우도 환자가 임의로 약 먹기를 중단하면 같은 결과를 낳는다. 환자의 반발심이나 청개구리 심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치료 계획을 세울 때 최대한 환자의 편의와 스케줄을 배려하고 여러 대안을 마련해주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환자는 본인이 주도해 일정을 정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치유 과정에 더 능동적으로 임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좋은 예후를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일상생활에서가족, 직장 동료, 배우자, 연인을 대할 때도 같은 원리를 대입하면 된다. 너무 공격적이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요구는 상대방을 도망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원래의 요구와 완전히 반대되는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자기결정권을 수호하려는 인간의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상냥하게 부탁하거나 조심스럽게 권유하는 방법을 택하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다. 자신의 결정권이 제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위협감이 커질수록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반발심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것이다.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반니, 2021. 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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