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엄청난 현실에서 북한의 주거문제는 어떨까 궁금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우연히 발견한 책에서 약간의 내용을 발견. 부동산 문제라기보다는 주거에 대한 이야기지만.
거주, 이전의 자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음.
-------------- 이하 책 내용
거주이전의 자유, 그 다른 모습
(문) 북쪽 인민들은 이사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나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는 주장이 사실인가요?
불과 몇 해 전만해도 남쪽에선 '북에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는 통념이 팽배했습니다. 과거 독재정권들이 국민들에게 그렇다고 강변해 온 탓인데요. 하지만 북은 헌법(제75조)에 “공민은 거주, 여행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런 오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거주이전의 자유를 얘기할 때 중요한 문제가 ‘거주공간(집)’입니다. 거주이전의 자유를 단순히 주소지를 옮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상은 거주공간(집)을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주지를 바꾸고자 하면 살던 집을 팔고(또는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가고픈 곳의 집을 사서(또는 세를 들어서) 살면 됩니다. 그런데 북은 주택을 국가에서 제공해주며, 주택 매매나 임대는 불법입니다. 인민들은 주택을 이용할 권리를 갖는 것이지 소유권을 갖는 게 아닙니다. 따라서 이사하려는 곳에 살 집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북에서는 거주지를 옮기려면 사전에 이사할 곳의 직장과 협의해야 가능합니다. 인민위원회 입장에서 관할구역에 일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데 무조건 사람을 받아 주택을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죠. 자본주의 사회처럼 거주이전을 자유방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전 계획과 협의 속에서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공되는 것입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도 돈이 없으면 거주이전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예컨대 가난한 사람들이 이른바 강남3구의 대형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고 해서 이사갈 수 있는 건 아니지요.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도 돈 없이는 외국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듯이 말입니다. 결국 거주이전의 자유 문제는 얼마나 실질적이냐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쪽에서 누리는 거주이전의 자유는 실제 가진 돈 만큼의 자유가 아닐까요?
특히 남쪽 장애인들에게 거주이전의 자유'는 현실성 없는 공수표에 그칠 뿐입니다. 260만 장애인이 국가로부터 거주이전의 자유를 통제받지는 않지만 당장 교통편의시설 등의 미비로 이동권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현실의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실제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에서 거주이전의 자유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사회주의 사회인 북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을만큼 가까운 곳에 학교가 있고 직장도 있습니다. 그러니 애써 멀리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노동자가 출퇴근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됩니다. 굳이 승용차를 살 필요가 없는 거죠. 또 북에서는 국가가 주택 입주권(이용허가증)을 주니까 좋은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하거나 좋은 집을 찾아 이사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더불어 모든 직업의 급여(생활비) 수준이 비슷하니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아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가야할 동기도 약합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철새처럼 옮겨다닐 필요가 없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주지를 옮길 필요를 못 느끼는 거죠. 만약 평양으로 직장을 옮기고 싶다면 현재 직장의 지배인에게 의사를 밝히고 평양에 있는 직장에 신청서를 넣어 취직이 되면 관할당국에서 평양의 주택 입주권을 받아 이사를 하면 됩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탄광노동자가 대학 교원이 되고 싶으면 대학입시에 합격해 대학이 있는 도시로 이사해 학문 과정을 이수하면 됩니다.
결론적으로 거주이전의 자유는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의 현실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거주이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이 일상생활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되는지가 보다 본질적인 문제라 하겠습니다.
북 바로알기 100문 100답(1), 4.27시대연구원, 사람과사상, 2019. 92-94.
'책과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 거짓은 어떻게 확산되는가, 케일린 오코너, 제임스 오언 웨더럴 (0) | 2021.10.03 |
---|---|
억지로 시킬수록 더 하기 싫어져! - 사회심리학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펠리치타스 아우어슈페르크 (0) | 2021.08.25 |
체니와 럼즈펠드 : 최초의 재난 자본주의자들 -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나오미 클라인 (0) | 2021.08.13 |
본분을 잊은 사람들, 임은정 검사의 검찰정신 - 추미애의 깃발, 한길사 (0) | 2021.08.13 |
윤석열 총장의 대단한 장모 - 추미애의 깃발, 한길사 (0) | 2021.08.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