曾從子,善相劍者也。衛君怨吳王,曾從子曰:「吳王好劍,臣相劍者也,臣請為吳王相劍,拔而示之,因為君刺之。」 衛君曰:「子為之是也,非緣義也,為利也。 吳強而富,衛弱而貧,子必往,吾恐子為吳王用之於我也。」 乃逐之。
曾從子(증종자)는 좋은 劍(검)을 잘 감별해 내는 사람이다. 당시에 衛(위)나라 임금이 吳(오)나라 왕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曾從子(증종자)가 衛(위)나라 임금에게 말했다. “吳(오)나라 왕이 寶劍(보검)을 좋아합니다. 저는 寶劍(보검)을 잘 감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제가 吳(오)나라 왕을 위해 寶劍(보검)을 감별하면서 劍(검)을 뽑아 그에게 보여주려 할 때 그 사이를 틈타 임금께서 그를 찌르십시오.”
衛(위)나라 임금이 말했다. “그대가 그렇게 하는 것은 공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사적인 이익을 따르는 것이다. 吳(오)나라는 강대국이면서 부유한 나라고 우리 衛(위)나라는 허약하고 가난한 나라다. 그대는 틀림없이 吳(오)나라로 가게 될 것인데 나는 그대가 吳(오)나라 왕에게 고용되어 나에게 똑같이 그 방법을 쓰지 않을까 두렵다.” 그 일이 있은 후, 곧바로 曾從子(증종자)를 쫓아냈다.
공의를 따르지 않고, 사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언제든 좋은 조건으로 자기의 마음이 옮겨간다. 그런 사람에게는 의리를 바랄 수가 없다. 비록 衛(위)나라 임금이 曾從子(증종자)에게서 그럴듯한 제안을 받기는 하지만 결국 큰 틀에서 사람의 본성을 간파하고 장차 해악의 근원이 될 수도 있는 曾從子(증종자)를 추방한다.
몸에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입맛에 맞는다고 달달한 것만 찾다가는 언젠가는 그것으로 인해 몸이 망가지고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한편 무엇이든 자기에게 뻔히 해가 되는 걸 알면서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게 인간 심성이기도 하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義(의): 옳은, 좋은.
羊(양 양)과 我(나 아)로 이루어진 會意字(회의자).
我(나 아)는 鋸(톱 거)의 형상. 톱으로 양을 갈라 희생 제물로 바친다는 뜻. 희생 제물이 犧牲(희생)으로서의 결함이 없이 ‘신의 뜻에 잘 들어맞다’고 하여 ‘옳다’의 뜻이 생겨났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義(의)를 ‘己之威儀也.(자기 스스로의 위엄 있는 모습)’이라고 하여 이 글자를 회의자로 보았지만, 그것은 단지 我(나 아)字를 己(자기 기)字로 해석한 文字說(문자설)에 불과하다. 自我(자아)라는 뜻은 글자의 의미를 빌려 온 것이지 회의자를 구성한 것은 아니다.
義(의)字는 원래 犧牲(희생)이라고 할 때 ‘犧(희)’字의 처음 글자다. 아래에 羊(양 양)의 다리 등 하체가 보이는 것이 羲(희), 그것을 동물 전체에 대하여는 犧(희생 희)라고 한다. 正義(정의)나, 義理(의리) 그리고 義行(의행) 등의 글자는 단어의 의미가 바뀌어 온 결과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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