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일)
집에만 오래 갇혀 지내다시피 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외출.
그 외출 지역이 제주였다는 점.
아주 오래 전에 정해진 일정이기도 하고 접종 완료된지 이미 한 달 반이 지난 상태이니 민폐 안끼치고 지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고.
주로 재택 근무를 하는 입장이니 그야말로 간만에 외출한 셈.
지난 8월 29일 일요일 오후 느지막히 김포공항으로 달려가 뱅기를 탔다.
제주갈 땐 제주항공을 타야 간 기분이 드니 이번에도 제주항공.
1시간 정도 하늘을 날아 도착하니 대략 5시가 넘었다.
나도 친구도 배가 고팠으니 일단 공항에서 간단히 요기.
예약해둔 호텔로 택시로 이동.
생각보다 깨끗하고 만족도가 높았던 팜파스 호텔.
친구들 모임마다 숙소를 내가 예약하다보니 지난번의 실패를 만회해야 했는데 다행히도 합격이다. ㅋ
호텔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지내다 보니 다른 두 친구가 동시에 도착한다.
난 김포공항, 한 친구는 김해공항, 늦게 도착한 두 친구는 청주공항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이렇게 1년에 두 번 정도 모인다.
두 방으로 나뉜 친구들이 합류하여 저녁 식사.
제주의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라 여건이 만만치 않다.
다만 다음날부터는 백신접종 완료자 2인을 포함하면 4인까지 가능하다.
우린 모두 접종 완료 후 14일이 지난 사람들이니 부담은 적다.
중년의 아저씨들도 수다가 상당하다.
간만에 만났으니 그럴만도 하다.
포만감과 익숙함과 여유로움이 결합한 즐거운 저녁이다. 근 40년 지기들이니.
8월 30일(월)
전국적으로 흐린 날씨인게 실감나는 흐린 날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올레길을 걷는다.
호텔이 위치한 도두동에서 도두봉 방향으로. 이호테우 해변 등이 연결된다.
걷기가 우선인지, 수다가 우선인지 헷갈리는 일정.
맛나는 아침식사와 걷기와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이어진 시간.
가는 길에 보니 엄청 큰 빽다방이 보인다.
바다뷰가 끝내주는 위치.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 젊은 커플들의 차지지만 모른 척 우리도 자리잡는다.
어느 정도 걷다가 의견이 모여 4.3평화공원을 향했다.
걸어갈 거리는 아니었으니 택시로.
4.3의 역사와 그 과정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 긴 시간, 그 긴 고통의 과정을 헤아려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고통스럽다.
그걸 몸소 겪었거나 그 후손들의 삶에 대해 감히 말하기도 미안한 심정.
머리로 아는 것과 평화공원 전시실을 둘러본 심정은 조금 다르다.
아주 약간의 깊이가 더 생긴 정도겠지만 마음은 이미 충분히 무겁다.
하늘도 그 마음을 아는지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마음도 젖은 상태로 전시관과 주변의 공원을 거닐지만 친구들의 수다가 어울리지 않는 공간.
그냥 그렇게 젖어드는 심정으로 부유했다.
누군가 동문재래시장을 가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이동했다.
꽤 규모가 있는 재래시장인 그곳을 둘러보는 것은 외부인이라면 선물을 사는 것이 주임무였겠지만 우린 아무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선물을 산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그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제주에서는 아주 익숙한 해물뚝배기.
안먹던 아침까지 먹었는데 거기에 점심까지 들어가니 몸이 아주 무겁다.
물론 나만.
부른 배를 꺼야된다는 일념으로 다같이 운동을 했다. 종목은 다양하니 굳이 밝힐건 없고.
저녁이 되니 또 먹어야 한다.
이번엔 다른 메뉴를 찾으니 결국 회가 떠오른다.
바닷가 자리는 아니었고 동네사람들이 다닐만한 그런 곳에서.
친절하고 밝은 젊은 부부가 하는 가게에서의 저녁이 즐겁다.
남는 건 포만감.
그런데 그 와중에 호텔로 가기 전에 치킨을 사자는건 누구냐. 결국 샀다.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단계. 그래서 운동했다.
호텔로 돌아와서도 수다는 이어진다.
8월 31일(화)
이른 아침 예보를 보니 전국이 다 비소식이다. 제주만 빼고.
대충 제주도 흐린 날일 것이라 기대하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그러나 단 30분 걸음에 옷이 다 젖었다.
긴급 대피한 곳이 카페.
10시에 문을 여는데 9시56분에 이미 도착해서 기다렸던 카페행.
세상에나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나름 전 날 입었던 옷이 아닌 새 옷으로 단장했구만 다 젖었으니 어쩌겠나.
이생망이라 생각하고 버텨야지 뭐.
그럼에도 꿋꿋하게 다시 걷기 시작하여 꽤 걸었던 시간.
출발할 땐 몰랐지만 한참 걷고나면 드는 그런 어떤 느낌이 있다. 만족.
꽉차게 오전에 걷고 점심. 아침을 걸렀더니 시장한 건 당연.
만족스러운 아침을 겸한 점심 후 공항으로 이동.
여전히 제주는 날씨가 좋다.
난 김포행 14시. 한 친구는 김해행 14:10, 두 친구는 청주행 14:15.
게이트도 나란히다.
웃으며 헤어졌다. 날은 정하지 않았지만 또 볼 친구들.
무운장구(?)는 아니고 잘 지내다 또 보자고 안부 전하며 헤어졌다.
뭉게구름 잔뜩인 하늘을 날아 김포에 거의 다다르니 비가 온다.
고속으로 날아가는 뱅기의 창에 부딪힌 비는 수평으로 흐른다.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강하다.
이렇게 다른 날씨라니.
신선한 경험이지 뭐.
그러고보니 빗속을 날아온거다.
그저 신기할 뿐.
집에 오니 우리집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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