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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침묵의 봄 - 지속적 유독물질 DDT

by 길찾기91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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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는 1874년 독일 화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합성되었지만 살충제로서의 효능이 발견된 것은 1939년이었다. 그 즉시 DDT는 질병을 옮기고 한밤중에 식량을 축내는 해충들에 대항해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받았다. 개발자인 스위스의 폴 멀러(Paul Muller)는 노벨상을 받았다.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사용되어서인지 사람들은 DDT를 별 해가 없는 물질로 여기고 있다. DDT의 무해성에 관한 신화는 전쟁 중 수천만 명의 군인과 피난민, 포로들의 몸에서 이를 박멸하는 데 처음 사용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DDT가 뿌려졌고 즉각적으로 어떤 나쁜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른 염화탄화수소 계열 물질과 달리 DDT는 피부 속으로 스며들지 않는 분말 형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잘못 생각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DDT는 지방 성분에 녹으면 상당한 독성을 발휘한다. 소화기관이나 폐를 통해 천천히 흡수되는 DDT는 일단몸 속으로 들어오면 대부분 부신, 고환, 갑상선 등 지방이 충분한 신체장기에 축적된다(DDT 자체가 지용성이기 때문이다). 또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간과 신장 그리고 장기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보호막인 장간막에도 쌓인다.

DDT 축적은 아주 적은 양부터 시작해(상당수의 음식물에는 농약잔류물이 남아 있다) 상당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된다. 체내에 저장된 지방이 생물학적 증폭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식사할 때 DDT를 0.1ppm(100만 분의 1)만 흡수해도 100배나 많은 10~15ppm이 체내에 축적된다. ppm 단위는 화학자나 약리학자들에게는 익숙한 말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것이다. 1ppm이란 상당히 적은 양이다. 그러나 이런 화학물질은 강력한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극소량이라 해도 인체 내에서 큰 변화를 일으킨다. 동물 실험에 따르면 DDT 3ppm은 심장 근육에 필수적인 효소 작용을 억제하고 5ppm은 간세포의 괴저 혹은 조직 분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DDT와 비슷한 물질인 디엘드린과 클로르덴은 2.5ppm만으로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
이런 사실은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인체의 정상적인 화학작용에서는 극미한 원인이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 예를 들어, 요오드 1만분의 2그램 차이가 건강과 질병을 가름하곤 한다. 극소량의 살충제는 점진적으로 축적되고 서서히 배출되기 때문에 만성적 중독은 물론 간을 비롯한 다른 인체 기관의 퇴행적 변화를 피할 수 없다.

인간의 몸 속에 얼마나 많은 DDT가 축적되는지에 관해 과학자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책임약리학자인 아놀드 리만(Arnold Lehman) 박사는 DDT가 흡수되지 않는 최저선이나 흡수나 비축이 중단되는 최고 한계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미국공중보건국의 웨일랜드 헤이스(Wayland Hayes) 박사는 개인에 따라 DDT 포화점이 있기 때문에 그 양을 초과하는 DDT는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주장한다. 어떤 주장이 옳은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 몸 속에 건강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축적된다는 점이 중요할 뿐이다.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화학물질에 대한 명확한 노출 경험(음식 섭취를 통한 것처럼 피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이 없는 사람의 경우 평균 5.3~7.4ppm 정도가 측정되었다. 농부의 경우 17.1ppm이었고 살충제 공장 노동자의 경우는 648ppm이나 되었다! 화학물질 축적치는 이렇게 상당히 광범위한데 이보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가장 적은 수치라 해도 간을 비롯한 다른 인체 조직에 해를 입히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DDT 혹은 다른 살충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먹이사슬을 통해 다른 생물체로 계속 연결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DDT가 뿌려진 알팔파를 닭이 먹으면 이 닭이 낳은 알에도 DDT가 함유된다. 7.8ppm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 건초를 여물로 먹은 소에서 짜낸 우유에는 3ppm 정도의 DDT가 들어 있지만 이 우유를 농축해 만든 버터에서는 65ppm으로 그 수치가 올라간다. 이런 전이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매우 적은 농도였던 DDT가 결국 상당히 심각하게 농축되는 것이다. 식품의약국에서는 우유에서 살충제 잔류물이 발견될 경우 시장 판매를 금지하지만, 오늘날 농부들은 젖소에게 먹일 무공해 사료를 찾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유독물질은 모체에서 자식 세대로 전해지기도 한다. 식품의약국의 과학자들은 모유 시료에서 살충제 잔류물을 발견해냈다. 이는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도 적은 양이지만 지속적으로 화학물질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이 유독물질에 대한 첫번째 노출이라고는 볼 수 없다.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화학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동물 실험 결과 염화탄화수소 성분의 살충제는 태아를 해로운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방어벽인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갓난아기가 받아들이는 화학물질의 양이 아주 적다고 해도, 아이들은 성인보다 훨씬 쉽게 독극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오늘날에는 인생을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부터 화학물질들이 몸 속에 계속 축적되는 것이다. 이렇게 미량이지만 지속적인 독극물 축적, 음식에 들어 있는 유독물질로 인한 간 손상 등을 지켜본 식품의약국의 과학자들은 1950년부터 'DDT의 잠재적 위험성이 과소평가되었다'고 주장해왔다. 의학 역사상 이와 유사한 전례는 일찍이 없었다. 그렇기에 화학물질 남용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에코리브르, 2002. 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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