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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토양의 생명력 - 침묵의 봄

by 길찾기91 202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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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토양뿐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놀랄 정도로 풍부하고 다양한 다른 생물을 만들어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토양은 불모의 상태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유기체들의 존재와, 그들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를 덮고 있는 푸른 외투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토양은 시작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순환 속에서 계속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바위부스러기, 유기체의 부식물,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섞여 있는 질소와 다른 기체 등 새로운 물질이 토양을 구성하는 데 일조를 한다. 동시에 토양을 구성하는 어떤 물질은 일시적으로 다른 생명체를 위해 사용된 다음 사라지기도 한다. 미묘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화학적 변화가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토양은 대기와 물에서 추출한 원소들을 식물이 사용하기 적합하게 바꾸기도 한다. 이런 변화에 있어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살아 있는 유기체들이다.

 

어두운 토양 속에 존재하는 비옥한 존재들 중에서, 정말 흥미롭지만 동시에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생명체에 관해서는 이제까지 별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땅 속 유기체들의 상호관련성과 그들이 사는 세계, 그 위의 세계에 관해 너무나도 모르고 있다.

 

토양 속의 생물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박테리아와 실처럼 미세한 균류이다. 그 개체수는 천문학적 수치에 달할 정도이다. 한 술 정도의 토양에 수십 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포함되어 있다. 미세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1에이커의 비옥한 토양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를 모두 합한다면 무게가 1,000파운드에 이를 것이다. 길다란 섬유상 형태로 자라는 방선균류는 박테리아보다 개체수가 적지만, 무게는 더 많이 나가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무게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박테리아, 균류는 작은 초록색 세포인 해류와 더불어 미세한 토양식물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박테리아, 균류, 해조류는 유기물을 썩게 만들어 동식물의 유체를 원래의 구성원소인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미생물이 없다면 토양과 대기, 살아 있는 생물들을 통한 탄소와 질소의 순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질소를 고정시키는 박테리아가 없다면 식물들은 질소로 가득한 대기 속에서 질소 부족으로 굶주려 죽을 것이다. 다른 유기체들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는 바위를 부식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토양미생물은 산화와 환원 과정을 거치면서 아연과 망간, 황 등의 무기물을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시킨다.

 

진드기와 날개 없는 원시적 곤충인 도약충 또한 엄청난 수를 자랑한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이 곤충들은 식물의 잔해를 분쇄하고 숲에 떨어진 각종 쓰레기를 토양으로 분해하는 일을 돕는다. 이 미세한 존재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임무를 맡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진드기는 전나무 잎의 뾰족한 낙엽 속에 숨어살면서 그 잎의 내부조직을 소화한다. 진드기가 일을 다 마치고 나면 나뭇잎의 겉껍질세포만 간신히 남을 정도이다. 땅에 떨어진 많은 나뭇잎을 처리하는 성가신 임무는 토양과 숲길에 살고 있는 작은 곤충들에게 맡겨진다. 이들은 나뭇잎을 부드럽게 만들어 소화하고 그 부패한 물질을 토양과 잘 섞어준다.

 

이렇게 끊임없이 애쓰는 작은 미생물이나 곤충과 더불어 토양 속에는 다른 생물들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박테리아로부터 포유동물에 이르기까지 상당수의 생명체가 토양을 기반으로 생활한다. 그 중 어떤 것은 어둠침침한 표면층에서만 생활하는가 하면 어떤 종은 어두운 토양 속에서 동면을 취하며 또 어떤 종은 일생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낸다. 그런가 하면 어떤 종들은 자신의 굴과 지상 세계를 자유롭게 오간다. 일반적으로 이런 생물들은 토양 속에 공기를 공급하고 식물로 덮여 있는 토양에 물이 잘 투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토양 속에 사는 다양한 거주자 중 몸집은 미생물이나 곤충보다 조금 더 크지만 지렁이만큼 중요한 생물은 없을 것이다. 75년 전쯤 찰스 다윈은 <지렁이의 활동을 통한 토양 형성 - 지렁이의 습성 관찰을 기반으로>라는 제목의 책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다윈은 토양의 운반은 물론 지질학적 매개자로 활약하는 지렁이의 역할을 처음으로 널리 알렸다. 지렁이는 바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표면에 부드러운 토양을 토해내는데, 그렇게 만들어내는 토양의 양은 에이커 당 연간 수톤에 이른다. 동시에 나뭇잎과 풀잎에 포함된 상당량의 유기물(6개월간 평방야드당 20파운드에 이른다)을 땅 속 굴로 끌고 들어가서 다른 토양과 잘 섞어준다. 다윈의 계산에 따르면 지렁이가 애써서 토양을 만들어낸 결과 10년이 지나면 1~1.5인치의 토양이 지표면에 쌓이게 된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렁이가 파놓은 구멍을 통해 토양에 공기가 공급되고 배수도 용이해지며 식물도 뿌리를 자유롭게 뻗는다. 지렁이로 인해 토양 속 박테리아의 질소 화합 능력이 배가되며 토양의 부식도 줄어든다. 유기물은 지렁이의 소화관을 통해 분해되어 배출되는데 이 분비물로 인해 토양은 더욱 비옥해진다.

 

토양은 서로 연결된 생물들로 촘촘하게 짜여진 거미줄과도 같다. 생물은 토양에 의지해 살며, 토양 역시 공동체를 구성한 생물들이 번성할 때에만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에코리브르, 2002. 8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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