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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걷다

터덜터덜 배낭여행 12 - 5/5(토) 하노이 호안끼엠, 여성박물관, 호아로 수용소

by 길찾기91 2020.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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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배낭여행 12 - 5/5() 호안끼엠, 여성박물관, 호아로 수용소

 

그간 잠이 모자랐나보다. 게다가 더위까지 먹었더니 사람이 영 말이 아니다. 컨디션이 별로라 많이 자는 쪽을 택했는데 생각보다 이른 아침에 눈이 떠진 슬픔.

이왕 눈뜬거 밥이나 먹자. 식당에 가서 주문했는데 기대보다 고퀄리티. 내 입맛에 그렇다고. 그야말로 든든히 아침을 챙겼다. 만족.

 

오늘은 긴 시간 버스타는 게 싫어서 하롱베이는 패스하고 동네를 다니기로 했다. 동네라면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말한다.

 

호안끼엠은 한자로 환검(還劍)이라는 뜻이다. 검을 돌려주었다는 의미다. 15세기에 레로이라는 여 왕조 창건왕이 호수의 거북이가 준 검을 가지고 전쟁에 나간다. 그는 명나라 군대를 격파하고 승리한다. 그리고 그후 호수에서 거북이를 만나고, 그 거북이가 검을 물고 갔다고 해서 환검, 호안끼엠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호안끼엠 호수 전경.

 

호수 북쪽에는 붉은 색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응옥손이라는 작은 섬에 들어 갈 수 있고, 그 섬에는 사당이 하나 있는데 많은 현지인들이 복을 비는 곳으로 1865년 세워진 옥산 사당이다.

13세기 원나라와의 전쟁에서 죽은 이들을 기리는 곳으로 전투, 학문, 의술의 신 등을 모시고 있는 사당이란다. 이곳에서 보는 특이한 것은 1968년에 바로 이 곳 호수에서 잡았다는 큰 거북이 박제다. 길이 약 2m, 250kg 정도의 큰 거북이다.

 

호수 북쪽은 여행자거리라고 부른다. 이 주변에는 쌀국수집. 분짜 가게, 길거리 레스토랑들이 많다. 멀리 가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 입맛에만 맞다면.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떠난 도보길에서 먼저 베트남여성박물관(Vietnamese Women’s Museum)을 찾았다. 입장료 130000(1500). 이곳은 가정에서의 여성, 역사 속의 여성, 여성 패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오디오 서비스에 한국어가 없어서 몹시 아쉬웠다. 뭘 알아들어야 공부가 될텐데. 어설픈 영어로 문자를 해독하며 띄엄띄엄 이해하는 정도.

각 부족에 대한 설명도 있고, 큰 전쟁을 경험한 나라답게 전쟁영웅들에 대한 언급도 있다. 전쟁영웅 어머니들의 사진도 많다. 전쟁에서 남편과 자녀를 잃은 어머니가 5. 항불투쟁의 최전선에 서있던 어머니들에 대한 언급도 있고. 어머니의 여성의 삶에 대한 공부는 언제든 필요하다는 생각. 해독능력 부족으로 충분히는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배우고 간다.

 

베트남 여성박물관.

 

다음으로 간 곳은 책거리.

작은 책방들이 길가로 쭈욱 늘어서 있고 할인판매도 한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많다. 서울에서도 본 그런 공감.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없었지만 친근감이 드는 건 왜일까. 이 곳 카페에서 과일음료로 에너지 충전.

 

 

다음으로 간 곳은 호아로 수용소. 입장료 30000(1500). '호아로'의 뜻은 화로인데, 흙난로를 만들던 곳에 수용소를 세우면서 호아로 수용소로 불렸다. 메종 상트릴이라 써있는 입구를 주민들이 괴물의 입이라고 부를 만큼 위압적이다.

프랑스는 식민지배 시절이던 19세기 후반, 베트남 지식인들의 저항을 누르기 위해서 하노이에 호아로 수용소를 세웠다. 고문하고 재갈물린 세월. 서대문교도소 느낌 물씬. 하지만 프랑스의 의도와는 달리 많은 지식인들이 수감되면서 오히려 정치 학습이 이루어진 곳이 되었다. 따라서 이 수용소는 일종의 '독립과 혁명을 위한 학교' 역할을 했다.

죄수 아닌 죄수인 독립운동가들이 많아지자 기요틴이라는 처형대를 이용하여 수시로 처형했다는 슬픔이 배인 곳.

벽에 걸린 부조를 통해서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고 음악도 같은 분위기여서 관람자들을 엄숙하게 만든다.

이 수용소엔 베트남 전쟁 당시 북베트남군의 포로들이 수용되기도 했었다. 여러 가지 고문 도구와 독방, 처형시설 등이 전시되어 있다.

긴 차꼬에 매인 죄수들이 나란히 갇힌 방도 있고, 한 두명이 묶인 채 있는 방도 있다.

뒷편으로 나가면 이곳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추모시설도 있다. 부조로 표현된 벽면이 둘러져 있다.

 

호아로수용소
수용소의 고단했던 삶의 모습.

 

베트남전쟁에선 미군 포로들도 이 곳에 있었는데, 미군들이 하노이 힐튼(Hanoi Hilton)이라고 불렀단다. 제네바 협정을 무시했다는 의미와 열악한 환경을 빗댄 표현이다. 프랑스에게 고문당했던 곳에서 미군을 고문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던 아이러니.

 

무겁고 힘든 기분이 되어 나선 거리는 여전히 뜨거웠다. 멀지 않은 성 요셉 성당으로 이동. 가톨릭 인구는 적지만 이곳은 여전히 미사를 드리는 성당. 식민 지배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자기들 것으로 받아들인 한 부분이다. 쌀국수나 반미가 그랬듯이.

 

성 요셉 성당.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더위에 지쳤는지 하늘이 노래지면서 빙글빙글 돈다. 아 위기다 싶어 걱정이 시작됐으나 일단 먹고 고민할 일. 일단 점심부터 챙기고 숙소로 급 귀환. 시원하게 샤워한 후 음료 원샷하고 기절. 잠이 부족한 데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탓이라고 혼잔 진단하고 해결책을 강구한 것. 난 자면 다 낫는다. 스트레스 받아도 자고, 글이 안풀려도 자고, 힘들어도 잔다. 자고나면 대부분은 해결된다.고 믿는다.

 

쉴만큼 쉬었다 싶어 다시 외출. 주말이라 사람이 더 많다. 호수 주변을 거닐며 사람 구경하다가 분짜먹으러 갔다. 대체적으로 그렇듯이 인도에 놓인 목욕탕 의자에 앉아 먹는다. 식성은 다 다르니 해석은 각자. 난 그저. ...

 

하노이 분짜맛집인 분짜닥킴 Bun Cha Dac Kim

 

우연히 발견한 환전소에서 바트 환전. 이제 부자다. 하도 기뻐서 기념컷도 하나 남길 정도.

 

오늘은 걸으며 길거리에서나 자전거 등에 지고 다니며 파는 행상들을 많이 봤다. 어쩌다 보니 그 분들에 대한 사진이 잔뜩. 앞에서 찍기는 미안하니 옆이나 뒤에서 촬영. 고된 보이기도 하고, 그것이 자연스런 일상이기도 한 분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과거 사진들을 떠올린다.

 

야밤에 숙소로 돌아오니 바로 앞에서 버스킹.

꽤 긴 시간동안 지속한다.

 

숙소 맞은 편.

 

* 이 글은 2018년 4월 26일부터 5월 10일까지 베트남 자유여행을 다녀온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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