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덜터덜 배낭여행 13 - 5/6(일) 호치민 주석을 생각하다
든든한 아침 이후 하노이의 마지막 날을 알차게 쓰기로 맘먹고 출발.
택시로 도착한 곳은 호치민 관저 및 묘소, 호치민 박물관이 함께 있는 곳. 베트남의 영웅이자 지도자인 그에 대한 베트남민들의 열정적인 지지와 성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큰 둘레를 싸고 있는 인파들의 줄서기는 처음부터 나를 압도한다. 다른 때도 많다지만 일요일이고 남베트남해방일이 지난지 얼마 안된 때라 그런지 더욱 많다. 정말 많다. 수학여행 온팀도 많고 외국인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땡볕에 줄서서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식민지 시절 프랑스총독부였던 주석궁 건물은 괜찮다. 다만 호치민은 워낙 검소하고 허식을 싫어하여 손님이 올 때만 사용하고 관리자들 숙소에서 살았단다. 전용차도 여럿이지만 연비를 생각하여 가장 작은 차를 이용하고, 세간도 최소한으로만 사용하는 등 독립을 쟁취하고 통일까지 성취한 그의 품성까지 돌아보면 여러가지 의미에서 특별한 지도자임은 분명해보인다.
누군가의 삶의 흔적들을 찾아 방문한다는 의미는 뭘까. 엄청난 인파들이 줄을 선 모습을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있는 봉하마을 생각이 난다. 의미가 조금 다를수도 있고 같기도 할텐데 방문하는 이들의 마음은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미안한 마음을 그리 표현하는게 아닐까. 5월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난다. 호치민 주석을 그리는 베트남민들의 마음도 같은 게 아닐까 짐작한다.
2007년 6월에 다녀온 김일성 생가도 생각 난다. 인파는 많지 않지만 열정적으로 설명하던 안내원이 있었다. 확신에 찬 열변. 닳고 달은 영혼없는 멘트가 아니었던 기억. 누군가의 태어남과 삶과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은 내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받겠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살겠다는. 김일성이 내게 준 영향은 없지만.
군인들이 지키는 조금은 엄숙한 분위기의 묘소와 관저를 지나 박물관으로 이동.
1990년 5월 19일, 호찌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호찌민의 활동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열었단다. 호찌민 생가 모형, 애장품, 편지 등 호찌민 생애와 관련된 모든 물품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에서 사진 촬영을 금하더라.
조금은 가라앉은 기분으로 그리 멀지 않은 하노이 문묘로 이동했다.
문묘(Văn Miếu, 文廟)는 공자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1070년에 세워졌으며, 1076년에는 베트남 최초의 대학으로 유학자를 양성한 곳이다. 경내는 벽을 경계로 모두 다섯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가운데 문은 왕만이 출입했고, 좌우측 출입로는 일반인들이 출입했다. 경내 좌우에는 거북 머리 대좌를 한 82개의 진사제명비가 있고, 여기에는 1442년-1787년간 과거에 합격한 사람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특히 정문에서 들어가면 1805년에 건축된 퀘 반 각(Khuê Văn Các, 奎文閣)이 있는데 1000여 년의 문화 역사를 담고있는 하노이시의 상징이며 베트남 사람의 호학정신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란다.
졸업여행을 온건지 졸업사진을 찍으러 온건지 단체로 온 교복의 학생들이 많았다. 외국인인 나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 기특하다^^ 내가 이 동네에선 좀 먹히는 인물인가보다. ㅋ
다시 또 이동.
이번엔 자그마한 레닌 공원이다. 그 앞엔 깃발탑도 있다. 또 그 앞엔 베트남군역사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 남의 나라 역사 공부 좀 했다.
마음을 가볍게 하고자 기찻길 마을에 갔다. 기찻길 옆 지근거리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허름한 집들이 있는 곳이 관광명소가 되다니. 생활하는 분들에게 방해가 안되려 조심조심 지나간 길. 한국에서온 두 아가씨들이 셀피만 찍으며 아쉬워하길래 사진찍어 줬다. 간만에 착한 일.
좀 늦었지만 점심은 먹어야지. 조금(?) 이동하니 분짜흥리엔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가 다녀간 후로 완전 떴다는 그곳. 무려 4층짜리다. 오바마가 분짜와 냅과 맥주 1병을 먹었다고 '콤보 오바마'라는 이름의 메뉴가 있다. 가장 비싸지만 85000동. 대략 4250원. 내 입엔 그저.
폭염은 피해야 살아 남을텐데 숙소는 이미 체크 아웃 한 상태라 갈 데가 마땅찮다. 에라 모르겠다 에어컨 빵빵한데서 마사지나 받자. 한국인이 하는 마사지샵에서의 시원한 마사지. 좋더라.
더 돌아다니면 지칠테니 그냥 일찍 공항에나 가자는 마음으로 호안끼엠 주변을 어슬렁. 시간도 많은데 버스나 탈까? 노이바이공항으로 가는 86번 버스를 알아내고 호안끼엠 호수 옆 정류장에 갔더니 주말엔 차 없는 거리가 되면서 정류장도 바뀐다. 우쒸. 할 수 없이 육수를 더 빼며 정류장을 찾아 떠났다. 땀 줄줄 나는 상태로 기다리는 버스는 20분이나 지나서야 도착했다.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우리나라 버스시스템 너무 좋아. 86번 버스를 탔더니 대박 에어컨 짱짱이다. 행복하다.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서 우아하게 커피 한 잔하며 망중한.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사람 없는 도착 구역에서 충전하는 데 모기는 왜 이리 많은지. 베트남여행 12일 만에 모기를 엄청 보는 사태가. 보기만 했을까. ㅠㅠ
충전 다하고 즐겁게 발권하러 갔는데 씨트립에서 예매한 표 때문에 시간 좀 걸림. 무려 두 번이나 시간이 바뀌었다고 메일 오고 동의하면 진행하고 거부하면 취소해준다는 메일에 일일이 응답했건만 뭔가 착오가 있었는지 직원이 좀 헤맨다. 어쨌거나 발권은 했으니 다행. 만에 하나 이거 취소된 상태였으면 남은 여행 일정 엉망 될 뻔. 내가 중국항공권예약사이트 다시 이용하나 봐라.
들어왔으니 뱅기만 기다렸다 타면 되는데 시간 참 더디 간다. 놀면 뭐하겠나 음료라도 마셔야지. 파인애플 생과일 주스로 하노이의 마지막을 장식. 근데 기어이 또 연착이다. 30분씩이나. Lucky cafe & fast food 의 매니저 아가씨가 오래 앉아있도록 배려해줘서 충전도 하고 숙소에 연착을 알릴수도 있었기에 고맙다. 문제는 30분 연착 안내 이후에도 늦어지면서 10시 45분 뱅기가 11시 40분에 처음 바퀴가 움직였고 11시 54분에 이륙했다는거다. 처음 예약 때 8시 50분 뱅기였는데 결국 3시간이 지나서야 출발하다니.
다낭에 도착한 게 1시 정도. 하늘에서 날이 바뀌었다. 쩝. 호이안의 호텔에 신청해둔 비싼 픽업서비스로 이동. 이것도 시간이 꽤 걸리네. 리셉션은 주무시고... 하여간 파란만장한 일정 끝에 체크인하고 방에 오니 2시. 거 참... 호텔은 좀 예쁘네.
* 이 글은 2018년 4월 26일부터 5월 10일까지 베트남 자유여행을 다녀온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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