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덜터덜 배낭여행 11 - 5/4(금) 다낭 찍고 하노이, 문재인 쌀국수
이른 새벽에 나와야 했기에 미리 미리 준비. 3시에 일어나 정리하고 짐싸고 어제 예약해 둔 택시 타러 정문으로. 체크아웃 하려는데 곤히 자는 리셉션을 깨우기 미안하더군.
나왔더니 비가 온 흔적. 베트남 온 지 열흘 만에 비를 본 것도 아니고 비가 온 흔적을 발견. 그래서인지 새벽이어서인지 시원.
택시타고 깜란공항으로 출발. 40분 거리인데 시내를 지나자 도로를 독점한 택시가 날아간다. 그야말로 총알택시. 땅이 젖었구만... 30분 만에 주파. 식겁했다.
문제는 너무 일찍 도착했다는 거. 사람이 거의 없다. 문 연 가게도 없고. 느릿느릿 걸어다니며 구경하다가 발권. 갈 데도 없으니 얼른 들어가자. 자리 잡고 앉으니 졸리기 시작. 4시에 공항에 도착했으니 그럴 만도. 5시 55분 뱅기로 다낭으로 출발. 뱅기를 타자마자 떡실신. 눈 뜨니 착륙이다. 괜찮네.
여행의 애초 계획은 호치민에서 시작하여 나트랑, 무이네를 거쳐 다낭에서 마무리하는거였는데 북부를 안 가보는 게 아쉬워서 급히 다낭에서 하노이 왕복 뱅기표를 추가로 예매한 것. 둘이 왕복 12만원 미만. 그 덕에 다낭 일정은 뒤로 미루고 일단 하노이로 가야한다. 다낭공항에서 대기.
국내선 청사를 나와 국제선 청사로 가서 구경도 하고 환전에 또 도전. 바트 부자인 우리는 환전소에 갔다가 또 김 샜다. 태국은 베트남한테 찍힌거 있나? 공식 환율과 다르게 엄청 낮게 쳐준다. 달러가 없다는 죄로 손해막심 환전. 두고 보자.
들어가기 전에 아침을 먹고자 식당을 찾아 메뉴판에 있는 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을 시키고 기다렸더니 나온 건 사진과 완전 딴 판. 말하자면 과대광고. 이런거 처벌해야한다고 봄. 과대광고는 나쁜거라구! 사실은 라이스 메뉴가 하나도 안된대서 할 수 없이 주문한거지만. 아침부터 김샜다.
이제 검색대로. 여기는 신발도 벗고 허리띠도 풀어야 한다. 내려가는 바지 붙잡고 겨우 통과. 나에겐 허리띠가 매우 중요하다구! 수속을 마쳤어도 시간은 널럴. 구경이나 댕기자. 이 공항 국내선은 게이트가 7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도 금방이다. 살 것도 없고. 커피나 마시자.
아메리카노가 있는 가게를 찾아 주문. 애걔걔 참 작다. 컴포즈 벤티 사이즈에 익숙한 내겐 감질난다만 그래도 있는 게 어딘가. 없는 것보다야 백배 낫지. 사람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됐다.
호치민 갈 때와 나트랑 갈 때, 그리고 다낭으로 갈 때는 베트남항공이었는데 이번엔 비엣젯항공. 긴급 상황 대처법 안내하는 스튜어디스는 영혼이 없다. 올 때도 보고 여전하면 비엣젯항공 이미지는 각인될 듯.
점심 즈음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 도착. 미니버스로 호안끼엠 호수 쪽으로 달리는데 거리의 풍경이 호치민과는 은근 다르다. 같은 면도 많지만 조금 더 쾌적하고 깨끗한 느낌. 상표나 간판도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우연인지 기온도 좀 낮다. 살 만 하다.
예약해 둔 호텔로 가니 엄청 환영한다. 제휴한 다른 호텔로 방을 넓혀준단다. 오토바이로 데려다 준다길래 덥석 물었다. 오토바이로 꼬불꼬불 이동 경험. 트윈인데 킹베드 두 개다. 신난당.
샤워 없인 못나가지. 여태 묵은 호텔 중에 가장 좋은 시설인데 이용해야지. 사실 점심도 안먹은 상태지만 몸을 식히고서야 식당으로 간다.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노이 방문시 아침식사를 했다는 그곳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줄을 선단다. 그래서 밥 때가 아닌 때에 가려고 미룬 것. 포텐리꿕수에 도착하니 자리가 딱 하나 남았다. 불만 없다. 쌀국수에 물린 입장이지만 오늘만 견뎌 보자. 촌스럽지만 사진도 찍고. ㅋ
참고로 ‘리쿽수’는 베트남 이씨 왕조 시절, 약초 연구 등으로 유명했던 승려 이름이다.
배부르니 호안끼엠 산책 시간. 선선한 바람이 불어 기분 굿. 이제 좀 쉴 시간. 호숫가 노천 카페에 앉아 망중한. 30분쯤 지났을까 소나기. 베트남 와서 비오는거 첨 봤다. 하루에 한번은 온다더니.
비를 피해 차양 아래서 한참 비 구경. 좋다. 난 비오면 즐거워하는 별난 사람. 비오는거 좋아하는 사람은 다 내 편. ㅋ
배가 고파온다. 초기에 내내 먹다가 물린 쌀국수를 피해 반미에 연이어 도전. 찾아보니 가까운 곳에 유명한 반미집이 있다. 반미25라고. 반미를 24시간 하는 것도 모자라 25인건감? 역사를 보면 싫을만도 하지 뭐. 구글맵보며 찾아갔더니 역시나 줄. 줄서는 거 싫어하는 성격 여기서 이어나가면 굶는다. 줄서서 샀다^^
호안끼엠 호수 주위를 걸어보려 나가는데 도로를 차단하기 시작한다. 주말 저녁에는 그런단다. 차없는 거리가 생기다니. 그 옛날 대학로 보는 기분. 완전 좋다. 천천히 걸으며 발견한 벤치에 앉아 반미 먹으며 사람구경에 빠진다.
싱그러운 청춘남녀가 어색해하면서도 설레는 표정으로 손잡고 간다. 참 이쁘다.
나이 드신 외국인 커플도 즐겁게 대화하며 걷는다. 멋지게 나이 들어 가시는 모습이 좋다.
커다란 배낭을 앞뒤로 맨 젊은 외국인 커플이 땀내며 걷는다. 참 건강해 보인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선선한 바람이 분다. 호수 반대편에선 엄청난 출력으로 음악이 나오나보다. 이쪽에는 웅웅거리는 울림만 다가오지만.
열흘 만에 만난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 많은 날이다. 좋다. 참 좋다.
* 이 글은 2018년 4월 26일부터 5월 10일까지 베트남 자유여행을 다녀온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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