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렌즈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보면 우리가 왜 아직 이 지점에 있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미국 기상학자 제임스 마셜 셰퍼드Marshall Shepherd의 TED 강연 '우리 세계관을 형성하는 세 가지 편향'을 보자. 자칭 기후 괴짜 weather geek인 그는 기후변화를 믿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에게 과학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기에 그 질문이 이상하다. 과학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증명하는 학문이다. 그는 기후변화, 백신 효과, 진화론처럼 과학자들이 사실로 판명한 것과 설문 결과에서 드러나는 대중의 신뢰도가 어째서 동떨어져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자연과학자인 셰퍼드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어떤 심리가 우리 세계관을 형성하는지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3대 편향을 꼽았다. 첫 번째이자 가장 명료한 편향은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으로,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바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는 성향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원치 않는 정보는 거르고 이미 확립된 믿음을 뒷받침해 주는 사람을 팔로할 수 있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확증 편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두 번째는 더닝 크루거Dunning-Kruger 효과로, 이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과소평가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성향을 뜻한다. 참고로 나는 이런 성향을 포커스 그룹 참여자들에게서 늘 목격한다. 전문적 과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기후학을 조목조목 따지고 분석한다.
마지막 편향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다. 우리는 자기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을 접하면 불편해한다. 그래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도 자기 신념에 부합할 때까지 합리화하며 불편함을 해소하려 한다.
기후변화는 몹시 불편한 주제이기에 나는 포커스 그룹 참여자들이 인지 부조화를 겪는 모습을 자주 발견한다. 사람들은 자연재해의 강력한 증거를 맞닥뜨렸을 때도 기후변화 이외의 원인을 찾으려고 애쓴다. 또한 더닝 크루거로 논리의 빈틈을 파고들어 꼬투리를 잡고, 확증 편향으로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게시물을 찾아 헤맨다.
제임스 마셜 셰퍼드는 이 세상을 보전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면 대중의 인식과 과학적 사실 사이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각자 신념을 지탱하기 위해 어떤 편향을 이용하는지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내가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그 정보의 신빙성을 따지기보다 그저 믿고 싶은 대로 해석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라고. 그리고 나서 나와 세상에 대해 깨달은 바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라고.
현명한 조언이다. 우리는 타인의 편견을 극복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편견을 돌아봐야 한다.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 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말해야할까, 리베카 헌틀리, 양철북, 2022, 5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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