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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죄책감과 수치심 -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리베카 헌틀리

by 길찾기91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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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과 수치심

죄책감과 (그 사촌 격이자 더 극단적인) 수치심은 인간의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하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감정은 아니다. 진화심리학자인 대니얼 스니서Daniel Sznycer는그 두 감정이 우리의 행동을, 나아가 타인의 행동을 개선할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떳떳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뇌는 그 행동을 바꾸도록 자극하는 신호를 보낸다.” 스니서 주장에 따르면 죄책감과 수치심은 우리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함으로써 우리 생존과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우리는 죄책감과 수치심 덕분에 사회적 결속을 유지하고 생존에 필수적인 내집단의 역학 관계를 지킬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수렵 채집 사회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의지했다. 힘을 합쳐 자원을 공유하고 위협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해야 했다. 타인과 어울리지 않고 겉도는 것은 치명적인 행동이었다.

죄책감과 수치심은 모두 실제 또는 상상한 도덕적 위반과 얽혀 있지만, 서로 다른 계기와 효과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뇌를 스캔한 결과 서로 다른 부위에 불이 들어왔다.죄책감과 수치심이 어떻게 서로 다른 신경 회로를 활성화하는지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죄책감은 오직 한 개인이 학습한 사회 규범과 연관되며, 수치심은 그와 대조적으로 광범위한 문화적, 사회적 요소 때문에 더 복잡한 감정이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죄책감과 수치심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단지 상대방의 양심을 찌르는 게 아니라 장단기적으로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하려면 둘 사이의 까다로운 균형을 맞춰야 한다. 심리학자들은 대개 죄책감이 수치심보다 건설적인 감정이라고 말한다. 죄책감은 잘못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피해를 복구할 방법을 고민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죄책감은 옳고 그름에 대한 믿음에 얽혀 있기에 갈등을 극복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죄책감이 '친사회적 행동과 유관하다고 본다. 이를테면 사과나 보상을 통해 피해를 복구하는 것이다. 게다가 죄책감을 느끼더라도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수치심은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된다. 일단 자신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게 한다. 따라서 대화 상대를 수치스럽게 해서 열등감을 일으키면 분노, 철회, 거부 같은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건설적 수준의 죄책감을 느끼게 하면서 수치심과 자괴감을 건드리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받아들이는 일은 청중 몫이라고 떠넘기곤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기후변화에 대응하자고 효과적으로 호소하려면 우리가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고 부득이하게 '나쁜' 선택을 한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환경을 위해 바꿀 수 있는 건 바꾸고 더 큰 집단의 일원으로서 행동할 책임이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건설적인 죄책감은 집단의 책임을 개인의 책임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 강조한다. “넌 잘못했어”라거나 "넌 그러지 말았어야 해”라고 하기 보다 “우리에겐 책임이 있어” 또는 “우리는 뭔가 할 수 있고, 해야 해"가 건설적이다. 이런 죄책감은 우리의 됨됨이와 우리의 잘못된 행동 사이에 선을 긋는다. 우리가 옳지 않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 안의 선의는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메시지가 행동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수치심을 느끼면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메시지가 닿지 않는 곳으로 피할수 있다. 다만 죄책감을 이용해 기후변화 메시지를 전달할때도 한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내가 앞서 힌트를 주었듯, 죄책감을 느끼려면 어느 정도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피해를 주었다고 느껴야 한다. 내가 텀블러를 깜빡하고 느낀 죄책감은 아주 단순하다. 일회용 컵이 쓰레기 문제를 심화시키는 걸 알면서도 텀블러를 챙겨 오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커피를 포기하지 않고 카페인을 향한 이기적인 욕구가 바다거북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앞섰다. 그 결과 죄책감이 생겼다.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고 텀블러를 부디 챙기자고 다짐했다. 죄책감이 행동 변화(강화)를 불러온 것이다. 물론 나는 부유한 나라에 사는 부유한(식기 세척기, 자동차, 온수샤워, 반려동물, 수많은 아동복을 소유한) 사람으로서 단지 아침 일과를 보내는 것만으로 내 몫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그날 아침 죄책감을 촉발한 건 내 생활 방식이 아니라 일회용 컵 하나였다.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아야기할 때 ; 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말해야할까, 리베카 헌틀리, 양철북, 2022, 8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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