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황색언론... -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켈리 제라디, 혜윰터

 

우주 탐사에 관한 업적은 나이, 성별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사람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다. 당시 ‘유인manned 우주비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여성을 대표하는 우주비행사가 있었다. 그는 바로 1963년 소련의 보스토크 6호를 운전해 우주여행을 떠난 여성 최초의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다. 이는 가부장적인 태도를 고수하던 미국 우주 지도부를 향해 성평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계기가 되었다. 테레시코바가 보스토크 6호에 탑승하기 한 해 전, 미국의 한 어린 소녀는 대통령에게 나중에 커서 미국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에 NASA는 "여성 우주비행사가 되어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당신의 의지는 아주 기특하군요. 많은 여성들이 우주개발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중에는 아주 중요한 과학 직책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과학훈련과 비행 훈련의 강도 및 신체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여성우주비행사 채용은 불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이미 논쟁을 낳기 시작했으니 어린 소녀가 거절 답변을 받던 바로 그 때, 한 여성이 진정서를 내기 위해 의회로 향하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NASA가 우주비행사 선발에 여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제작된 후보자 선별 조건에 의해 여성들은 절대 우주비행사가 될 수 없었을 뿐이다. NASA가 정한 이상적인 우주비행사 선발 조건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며 고속 비행에 수반되는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잠재 후보자는 우주비행의 고단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광범위한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 선발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인기를 끌 거라 예상한 NASA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무수히 많은 후보자 전부를 상대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는 지원자의 범위를 '군사 시험 비행 조종사’로 좁혔다. 그럴 경우 이미 모든 후보자가 시험 비행에 적합한 기본 자질을 갖추고 있을 테니 정교한 사전 심사를 마친 인재를 대상으로 최종 후보만 심사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미국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조건이었다. 당시 군사 시험 비행 조종사 학교는 남자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NASA의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 하는 시험 비행 조종사들을 기다리고 있는 다음 단계는 침습성 의료 검사, 지구력 검사, 정신건강 평가였다. 후보자들은 끊임없는 의료 점검과 정신 상담 인터뷰를 받는 동시에 러닝머신 위를 달려야 하고 전기충격과 감각 차단을 견뎌야 했으며 지칠 때까지 풍선을 불어야 했다. 우주는 미지의 영역이었기에 과학자들로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완벽한 건강 외에 어떠한 자격이 필요한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려운 선발 과정 끝에 '머큐리 7'이라 불리는 일곱 명의 우주비행사가 탄생했다.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사들이 새로운 임무와 대중의 관심에 적응해나갈 무렵, NASA 항공 군의관이자 생명과학부 수장인 랜디 러브레이스는 새로운 관점으로 자료를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체구가 작고 가벼운 여성이 우주비행에 더 적합한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항공 분야의 개척자인 재클린 코크런과 함께 일했던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진료소에서 코크런 부부가 지원해준 자금을 이용해 여성 후보자들을 상대로 동일한 시험을 진행했다. 그는 NASA의 공식적인 우주비행사 선정 과정을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 우주비행 경력이 천 시간 이상인 여성을 조종사 후보로 한정했다. 여성 우주비행사 수습생(FLAT) 중에서 제럴딘 '제리' 코브는 머큐리 7이 받은 테스트와 동일한 시험을 전부 통과한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그는 최종 선발된 남성 대부분보다 우월한 성적을 내기까지 했다. 뒤이어 12명의 여성이 추가로 선발되었고 이 비상한 여성들은 '머큐리 13'이라고 불렸다.

 

랜디는 우주비행사 선정 특별위원회의 공청회에 참석해 여성이 우주비행사에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를 준비한 자료와 함께 설득력 있게 주장했다. 하지만 모두 납득시키지는 못했다. 머큐리 7 우주비행사 존 글렌과 스코트 카펜터 역시 증언에 나섰는데 그들은 이론상으로는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후보자로 선정하기를 꺼렸다. 글렌은 "늘 그래왔듯이 남자들은 전쟁에 나가 싸우고 비행기를 몰다가 전쟁에서 돌아오면 비행기를 설계하고 만들고 시험하는데 기여합니다. 여성이 이 분야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 질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말했다시피 우리는 특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만을 선발할 뿐입니다. 누구라도 그 요건을 충족한다면 저는 그들을 지지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NASA는 우주비행사 자격요건을 수정하지도, 여성들에게 군사 시험 비행 조종사 학교를 개방하지도 않았다. 기존 조건에 따라 여전히 남성만이 우주비행사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정작 글렌은 우주비행사 후보 선발 당시 필수 제출자료였던 대학 학위가 없었다. 이 교착 상태는 NASA가 인재풀을 넓히기 위해 첫 조치를 취하기까지 17년이나 계속되었다.

 

1978년, NASA는 달 착륙에 성공한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우주비행사 후보를 발표했다. 마침내 새로운 궤도 비행 우주선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임무 말고도 우주비행사 후보를 다각화하는 방법을 파악했다. '우주비행사 그룹 8'에는 기존 자격을 갖춘 우주비행사 외에도 우주선 임무 전문가라는 새로운 역할이 신설됐다. 새로운 전문가들 중 미국 최초로 선정된 여섯 명의 여성 우주비행사가 포함되었다. 생화학자 섀넌 루시드, 의사 마가레트 레아 세든, 공학자 주디스 레스닉, 지질학자 캐서린 설리반, 물리학자 샐리 라이드, 우주로 떠난 최초의 어머니이자 화학자 안나 피셔가 그들이다. 이 역사적인 무리에는 최초의 흑인 여성 우주비행사이자 물리학자인 로날드 맥네어, 비행사인 프레드릭 그레고리, 기온 블루포드 세 명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미국 최초의 아시아 우주비행사이자 공학자인 엘리슨 오니주카도 포함되었다. 1983년 마침내 그들은 우주비행 준비를 마쳤다. 샐리 라이드 Sally Ride가 새로운 우주왕복선 챌린저의 탑승자 명단에 합류하면서 우주 탐사를 떠날 최초의 미국 여성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샐리가 과학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미국 언론은 그의 성별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써내려갔다. 기자들은 그의 가족계획뿐 아니라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울어버리는지 알고 싶어 했으며 심지어 우주에서 그가 입을 속옷에까지 관심을 기울였다. 방송인 자니 카슨을 비롯한 심야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샐리가 신발과 어울리는 손가방을 찾을 때까지 우주선 발사가 지연될 것이라는 농담을 던져 성적 고정관념을 공고히 하는데 일조했다. 팀 내에서조차 샐리는 여성이 우주비행에 참여함으로써 가져오는 변화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존재였다. 동료 공학자들은 우주선 진공 화장실 주변에 커튼을 치는가 하면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겠지만) 7일 비행에 탐폰이 100개면 충분하냐고 큰 소리로 묻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샐리의 우주비행 참여는 미국 여성이 우주로 진출하는 기반을 닦아놓았고 'manned' 우주비행에서 'human' 우주비행으로 바뀌는 계기를 마련했다.

 

샐리가 탄 우주선은 선체 자체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이륙에 필요한 두 개의 로켓 부스터가 장착된 선체는 다시 지구로 매끄럽게 착륙할 수 있고, 새로운 로켓 부스터를 탑재해 다시 발사될 수도 있다. 그 결과 궤도를 선회하는 다섯 개의 우주선은 30년 동안 135개의 임무에 걸쳐 355명의 비행사를 우주로 실어 보내 연구를 수행하고 장비를 정비하며 온갖 실험을 진행했다.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켈리 제라디, 혜윰터, 2022, 4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