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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장기 밀매와 자해 - 소금 눈물, 피에트로 바르톨로, 리디아 틸로타, 한뼘책방, 2020

by 길찾기91 2022.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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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밀매와 자해

 

자기 나라에서 도망치기 위해, 너무 비싼 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쪽 콩팥을 파는 것. 그건 매일 무수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나는 그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저 미디어들이 과장해서 보도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건 온전한 사실이었다. 내가 난민들을 검진할 때 갈수록 자주 발견하는 상처들이 그 사실을 입증한다. 그들은 도망치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만, 아무도 그 희생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시스템을 고발하고 싶지만, 겁이 나서 그러지 못한다. 그 시스템은 갈수록 고약해지고 있는데,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나는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관련 문서를 읽고 참고자료를 검토했다. 그 결과 무시무시한 비즈니스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장기 밀거래는 아프리카에서 출발하여 수십 개의 나라로 퍼져가는 비즈니스였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서양에서 이식하는 콩팥의 약 10퍼센트가 불법적으로 적출된다. 놀라운 수치다. 그렇게 불법적으로 적출된 콩팥을 사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지불한다. 희생자가 젊을수록 콩팥의 가격은 비싸진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모든 일의 배후에 의사들과 전문 기술자들과 생체 정보 분석가들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콩팥을 적출하고 그것을 최상의 조건에서 보관한 다음 이식을 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능력이 요구된다. 콩팥 하나에 200만 달러라도 지불하겠다는 사람들은 콩팥이 시술의 규정에 딱 맞게 적출되었고 이식한 뒤에 완벽하게 기능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싶어한다.

 

뛰어난 외과의들이 그 혐오스런 밀거래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분노를 느낀다. 그들 역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을 텐데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보다 더 고약한 것이 있다. 이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어딘가로 사라지고 그들의 장기가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자들에게 팔린다. 그장기는 단지 콩팥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 사람들이 기계처럼 사용된다. 의사들은 그 어린 사람들의 소중한 장기를 교환 부품처럼 뽑아간다. 그런 상황을 생각하면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자기 몸속의 콩팥이나 간이 원래 자기 것이 아니라 남을 희생으로 삼아 빼낸 것이라면, 어떻게 그 사실을 알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행태의 바탕에는 으레 그렇듯이 자본의 거대한 흐름이 있다. 자본은 '발전된나라들에서 나왔다가 어쩔 수 없이 그 나라들로 돌아간다. 돈이란 완전히 예속된 무기력한 민중의 피를 마구 빨아들이는 악마이다.

 

우리 시대는 인신매매의 단계에서 인간 장기 밀거래의 단계로 넘어갔다. 개인들을 정체성이 없는 번호로 바꾸어버림으로써 그런 밀거래는 더욱 간단해졌고, 그에 따라 어떤 사람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일이 더욱 쉬워졌다.

 

다행히도 그런 사태를 직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정부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 그런 범죄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도자들이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불법 거래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장기를 파는 것은 극단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다수의 이주민들은 자기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장기를 파는 것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걱정스러운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2011,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때에 수천 명의 튀니지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를 떠나 람페두사에 상륙했다. 그들은 아주 빠르게 이탈리아 본토로 옮겨지리라 확신했다. 그들이 보기에 그건 시간의 문제였다. 그러고 나면 자기네가 마침내 유럽에 닿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 튀니지 사람들은 본국으로 돌려보내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게 본국으로 돌아가면 감옥에 갇힐 염려도 있었다.

 

자기네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그들의 다수는 시칠리아 병원에 입원되기 위해 갖가지 방식을 시도했다. 어떤 사람들은 손에 닿는 것을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방책을 생각해냈다. 그들은 수용 센터 문들에 박힌 못이며 녹이 슬어 있기 십상인 고철 조각을 삼켰고, 심지어는 극심한 장기 손상을 야기할 수 있는 면도날을 삼키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세 명 꼴로 이주민들이 보건소의 진료를 받아야 했다. 엑스선 검사를 해보면, 그들이 무언가를 삼켰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그들을 급히 수술하기 위해 팔레르모로 이송해야만 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들은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일단 치료를 받고 나면 도망을 쳤다. 튀니지 감옥에 갇히느니 불법 이민자로 사는 게 나았던 것이다.

 

밤낮으로 헬기가 람페두사와 시칠리아의 병원들 사이를 오고 갔다. 그래도 병원 쪽에서 우리를 안심시키는 소식들이 전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엑스선 검사 결과, 그 이주민들은 대개의 경우 면도날을 삼키더라도 그것을 미리 담뱃갑의 은종이에 싸서 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덕분에 위험이 줄어든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그 이주민들이 람페두사를 떠나기 위해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 했다. 우리는 수용 센터를 감시하는 집행기관에 그 사실을 알렸다. 담당자들이 즉시 나서서 문의 손잡이들을 떼어내고 위험성을 지닌 물건들을 모두 없애버렸다. 우리 보건소에서는 이민자들에게, 만약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계속하면, 시칠리아로 가기보다 람페두사에 계속 남아서 보건소의 치료를 받게 되리라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며칠 뒤에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리 나름대로는 가장 온당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운명에 다른 가능성이 열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마음이 몹시 울적했다.

 

소금 눈물, 피에트로 바르톨로, 리디아 틸로타, 한뼘책방, 2020, 19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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