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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병든 사회를 걱정하는 소시민의 빨강생각, 김성현, 진인진, 2022.7

by 길찾기91 202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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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사회를 걱정하는 소시민의 빨강생각> 진인진, 2022.7.7. 17000

 

서문 ……………………………………………………………………………… 5

징하다 가짜뉴스 ……………………………………………………………… 11

플라스틱 지구 ………………………………………………………………… 45

회복 불가능한 위험 ………………………………………………………… 115

종교는 해로운가 …………………………………………………………… 193

전쟁의 희생자, 난민………………………………………………………… 229

 

 

서문

 

난데 없이 나타난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이 떠들썩한 동안 우리 사회의 치부 또는 아픈 곳을 너무 많이 보고 생각한 탓인지 내 눈엔 세상이 온통 빨갛다. 오해하지 마시라.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내 눈엔 적신호가 켜진 지 이미 오래인 병든 세상의 난제들이 보인다. 참으로 심각하다. 다만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애써 변화시키려는 이들이 적을 뿐이다. 문제는 이대로 가다가는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이렇게 뒤흔들어 놓을 줄을 누가 알았으랴. 평소보다 위생에 엄격해졌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만남을 줄였고 생각은 많이 하는 시기를 지나왔다. 그러는 사이 자영업의 어떤 분야는 살기 힘들다며 아우성이었던 반면, 어떤 분야는 역대급 호황을 누리며 기뻐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배달서비스였다. 대인 접촉을 피하느라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이들이 늘며 그에 따라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이 발생했는지 그간의 통계치를 모두 갈아 치웠을 정도다. 문제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느라 양해했던 플라스틱 줄이기 의무 유예가 남긴 결과다. 페트병이 개발된 후 지금까지 완전히 처리된 페트병은 없다. 지구를 떠돌며 우리네 장기에까지 침투한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인류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시작했다. 몇 백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분해되는 그 기간 동안 플라스틱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위험으로 다가올지 감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그 고민으로 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플라스틱의 편리성과 위험성이라는 양면을 알아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연결된 관심은 기후위기 문제였다. 이토록 짧은 기간 안에 이토록 많이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이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선각자들의 외침과 호소가 이어져 왔지만, 인류는 그다지 적극적인 호응을 하지 않아 왔다. 무책임했던 시간이 지나면서 누적된 위험 인자들이 이제 구체적인 증상으로 드러난 게 기후위기 현상이다. 지금 당장 아주 대단한 결단과 실천을 해도 오래도록 해소되지 않을 그런 위험 앞에서 인류는 대단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 결과 지금은 폭염, 폭설 등의 기상 이변, 역대급 태풍, 위아래로 극단을 찍는 온도 등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전 세계가 힘을 모으려 시도하고 있고, 아주 작은 진전은 있었지만 그 정도로는 파국을 막을 수 없다. 아주 심각한 이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여전히 경제 논리로 대응하려는 이들이 있는 한 이 문제는 해결 불가능하다. 국운이 걸린 전쟁에 임하는 태세와 각오를 다져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전쟁 이야기가 나왔으니 전쟁 이야기를 해보자. 인류는 전쟁을 멈춘 일이 없다. 우리 나라도 지금 전쟁 중인 걸 다들 알지 않는가. 우리와 같이 멈춰 있는 전쟁이 아니라 실제 교전이 벌어지는 지역도 다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재 진형형인건 다들 알테고. 종교로 인해, 경제 논리로 인해 벌이는 전쟁은 군인들만의 전쟁이 아니다. 그 피해는 민간인이 더 크게 입는다. 전쟁이 끝나도 참으로 오랜 기간 복구를 위해 수고해야 하며, 삶의 터전을 잃고 집과 나라를 떠나야 하는 이들의 수가 엄청나다. 결국 난민이 되어 집으로도, 고국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지구별 어느 지역의 난민촌에서 삶의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그들의 삶도 소중하다. 하지만 각국의 첨예한 입장 탓에, 그리고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소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하는 경우가 다수다. 결국 평생에 걸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난민이라 칭한다.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게 인류의 몫일 수는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렇듯이, 기후위기 문제가 그렇듯이 난민 문제도 인류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인 건 분명하다. 당위로서의 인식이 있다손 치더라도 실천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아 진척이 느린 경우를 보며 갖는 안타까움이 정말 크다. 이 와중에도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난민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이들이 있으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이들 아닌가. 예멘 난민이 제주로 입도했을 때 보인 우리 사회의 두 극단적 태도를 보지 않았던가. 온갖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소위 종교인들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으로 혐오를 키우고 공존이 아닌 차별을 유도하는 이들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가짜뉴스는 난민 문제에 국한한 위험이 아니다.

 

정치에서도, 선거에서도 가짜뉴스의 위력은 대단하다. 얼마 전 끝난 필리핀 대선에서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는 부패한 독재자였던 그의 아버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한 내용을 자신이 고용한 수 천 명의 트롤들을 통해 유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패로 몰락했던 독재자의 아들이 직선제를 통해 다시 대통령이 되다니 가짜뉴스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라고 다를까. 세계 곳곳의 정치에서 가짜뉴스의 기술적인 활용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고, 그것을 믿어버린 단순한 국민들로 인해 결과가 왜곡되는 일은 과연 정당한 일일까. 당연히 아니라고 답을 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보인 우리 사회 종교기관들의 태도를 기억한다. 처음 만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대처하느라 모두가 허덕이고 있을 때, 일부 종교기관들은 온갖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피해자인 양 활약하지 않았느냐는 말이다. 그들의 이기적 행태로 인해 감염병에 대처하는 일선의 수많은 이들을 더 큰 힘겨움과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걸 기억하는가. 여전히 자신들은 잘못한 게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이 사회에서 종교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나빠졌음을 그들은 알까. 기대치가 없어지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각 종교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물론 모든 종교가 그런 것도 아니고, 종교 자체가 그런 나쁜 행위를 하라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결국 사람의 문제인데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확신에 차서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저항을 강요하는 정도의 인식으로는 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종교의 가르침을 전하기 어렵다. 종교의 가치와 지향은 아름다운 것이고, 꼭 필요하며, 위로와 위안을 주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각 종교마다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지만 평화를 지향하고 사랑하며 살라는 가르침에는 다름이 없다. 진정 그 지향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종교인들은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후략)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아프고 병든 세상의 여러 위험 지표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도 쉽게 해결하지 못할 거대한 난제 앞에서 우리는 각자도생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를 성찰해 봐야 한다. 각자도생을 해도 문제가 안된다면 굳이 말리지 않겠지만 플라스틱 문제도, 기후위기 문제도, 난민도, 가짜뉴스도, 종교인의 태도 문제도 모두가 함께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과제라는 점에서 사안을 외면하고 따로 노는 걸 용납하기 어렵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시점에 때때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과의 만남이 소중했다. 함께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과제가 무엇일지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그저 오랜만에 만났으니 왁자지껄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주제를 제안하고 의견을 나눠준 이찬홍, 임광호, 한동철, 강준모, 양기동, 윤석운 등의 친구들이 결국 이 책을 완성하게 했다. 고마운 마음 전한다. 지난번에 출간했던 <노랑생각>에서도 그랬듯이 함께 생각을 나누다 보면 정리가 되는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에도 책을 꼼꼼히 체크하고 출판을 맡아준 소중한 벗 진인진 김태진 대표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한다. 난 인복은 타고난 사람이다.

 

어쩌다 보니 병든 사회를 보며 아파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기를 꿈꾸며 뭔가를 정리하는 시간이 아팠지만 좋았다. 해야 할 일을 확인했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마침 이 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광명자치대학 기후에너지학과의 학과장이 됐다. 인복만 많은 게 아니라 일복도 많은 모양이다.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역량 닿는 만큼 노력해 볼 참이다. 이 책을 읽게 될 수많은(?) 독자들에게도 병든 세상을 치유하고, 사람사는 세상을 향해 걷는 여정에 동참해달라 요청하며 서문을 마무리한다.

 

202271

하평리였던 하안동에 사는 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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