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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세상을 바꾸기 위한 우리의 역할 -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김백민

by 길찾기91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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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기 위한 우리의 역할

 

국가와 기업이 할 수 있는 거창한 일이 아닌, 개인이 새로운 시대를 주도할 방법은 없을까요? 매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개인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육식, 특히 소고기 섭취를 줄이는 일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하는 말입니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에서 식량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나 됩니다. 주로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사육할 때 필요한 농지나 숲을 개간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료 생산, 쉴새 없이 되새김질하며 메탄을 뿜어대는 소의 트림과 방귀, 농업과 축산에 관련된 교통 등을 모두 포함한 비율입니다.

 

권위 있는 과학 잡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마이클 클락과 동료들은 인류가 화석연료를 당장 내일부터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극도로 육식에 의존하는 생활을 유지한다면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기체만으로도 금세기 말까지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 1.5상승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현재 가축사육에서 발생하는 온실기체가 모든 교통수단, 즉 자동차, , 비행기 등이 배출하는 양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가축이 상당 부분 메탄을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소 한 마리가 트림이나 방귀로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약 85kg에 달합니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소의 수는 약 13억 마리로 추정되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전 세계 소가 1년에 약 1,105kg의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셈이 됩니다. 이는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약 25%에 해당하고, 소 외에 양이나 염소 등 모든 가축이 발생시키는 메탄가스까지 합하면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약 37%를 차지합니다.

 

메탄은 온실기체로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유발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가축의 사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질소비료는 아산화질소를 대기 중에 만들어내는데, 현재 대기 중아산화질소의 65%가 축산업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296배 강한 온실기체입니다. 이 사실만 봐도 인류의 과도한 육식 섭취가 얼마나 심각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지 감이오지요? 더 중요한 것은 축산업에 따른 온실기체 증가는 인구 증가 커브와 거의 비례해서 증가한다는 사실입니다. 빠른 인구 증가 속도에따라 점점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죠. 또 축산업은 여러 가지로 지구 온도 상승을 부추깁니다. 탄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농지를 파괴하지요. 아마존 열대우림이 감소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축산업입니다.

 

논문의 공저자 제이슨 힐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교수는 "식량 생산은 기후변화에서 숨어 있는 복병"이라며 "세계 모든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식물 위주의 건강한 식단처럼 현실적 목표를 세우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개인이 좀 더 균형 잡힌 건강한 식단을 선호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을 움직이고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희망을 갖게 하는 부분입니다.

 

소고기를 덜 먹는 일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옵션이라면, 새로운 시대에 개인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개인은 항상 소비자로서 국가의 산업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그린 뉴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개인은 그린 뉴딜이 성공하고 선순환의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명한 소비를 통해 기업을 자극해야 합니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았나요? RE100은 기업 활동에서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을 의미합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300개가 넘는 기업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RE100을 선언한 기업 중 구글, 애플을 비롯한 30여 개 기업은 이미 100% 전환을 달성했습니다.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는 이유는 사회 공헌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RE100 가입 여부가 기업 매출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폭스바겐과 BMW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완성차 부품을 만드는 거래 업체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영세 거래 업체에는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선순환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기업을 좋은방향으로 유도해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나 주식 투자를 하고 펀드를 이용할 때 RE100 기업에 적극 투자해야 합니다. 물론 돈은 잃지 말아야겠지요? 그러나 개인이 RE100 기업에돈을 많이 투자할수록 재생에너지 전환에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은 힘을 얻을 것이고, 이들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개인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입니다.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것이지요. 무늬만 친환경 기업이 아닌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투자자이자 소비자로서 개인이 해야 할일입니다.

 

반대로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을 가려내 이들에 대한 투자철회를 선언함으로써 새로운 에너지 혁명을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동안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우리 돈으로 5조 원이 넘는 규모의 기부금 펀드를 운영하면서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로열 더치 셸, 엑슨모빌 등 메이저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010"지구를 오염시키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달라"며 지난 5년간 시위를 벌여온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30년까지 화석연료에 대한 직간접 투자를 중단하고 2038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처럼 개인의 의식이 바뀌어 보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는 기업에 투자할 때 새로운 에너지 혁명은 더욱 빨리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김백민, 블랙피쉬, 2021, 32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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