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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런던의 디젤 재난 - 공기전쟁 : 전 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절박한 현실, 베스 가디너, 해나무

by 길찾기91 202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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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디젤 재난

 

블레어는 9.11 테러로 인한 미국의 상처가 아직 생생한데도 기후변화가 테러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국이 21세기 중반까지 탄소 배출량을 60% 감축할것이라고 말했다(나중에는 80%로 목표가 증가했다). 킹은 이를 위해서는 경제의 모든 부문이 기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영국은 화석연료를 완전히 버려야 하며, 이는 무엇보다 전기나 수소를 동력으로 삼는 근본적으로 더 깨끗한 차량으로의 변화를 뜻했다.

 

하지만 미래의 차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앞으로 한동안은 현재의 차에 만족해야 했다. 탄소발자국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디젤은 휘발유보다 나은 중요한 장점이 있어서 아주 흥미로운 선택지였다. 연비가 더 좋았던 것이다. 적은 연료로 같은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적게 배출된다는 뜻으로, 17%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킹이 블레어의 팀에 합류하기 직전에 정부는 운명적인 결정을 이미한 상태였는데, 구매자들이 고효율 모델을 선택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자동차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던 것이다. 사실상 디젤에 인센티브를 주는 변화였다.

 

새로운 조세제도가 효과를 발휘하여 공무원들이 그걸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킹은 자신의 목소리가 진로 변경을 촉발할 정도로 힘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는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변화들을 승인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가 알기로 디젤은 탄소는 적게 배출할지 몰라도 지구가 아니라 인체를 위협하는 오염물질의 측면에서는 휘발유보다 더러웠다. 세계보건기구는 2012년이 되어서야 디젤을 유력한 발암물질에서 확실한 발암물질로 승격시켰지만 이미 디젤의 위협에 대한 증거는 많았다.

 

이 영역은 수석 과학자문관인 그의 전문분야기도 했다. 그는 가장 효과적인 오염 통제장치인 촉매변환 장치에 대한 연구로 경력의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 장치가 휘발유 자동차를 얼마나 극적으로 정화할 수 있는지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디젤엔진에서는 그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 역시 알았다. 디젤엔진의 그을음 섞인 배기가스가 촉매변환 장치의 작은 통로를 막아버리는 데다 질소산화물이 그 장치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디젤을 정화할 수도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었다. 이 가능성이 실현될 경우 영국은 국민의 건강을 해치지 않고도 이 적당한 가격의 연료가 기후에 안길 편익을 수확할 수 있었다. 그래서 킹은 케임브리지에서 가까운 로이스턴에 갔다. 그곳에는 존슨 매티라는 이름의 회사가 가능해 보이는 접근법을 제시한 상태였다. 그는 회사를 방문하고 또 방문해서 연구자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들이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 실험실의 시험대 - 런닝머신처럼 돌아가는 롤러에 차를 한 대씩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킹은 캘리포니아가 1970년대에 촉매변환 장치를 의무화했을 때 그곳에 있었고, 그 후로 하늘이 얼마나 빨리 깨끗해졌는지를 직접 보았다. 전 세계가 이 변화를 모방했다. “그 모든 오염물질을 제거하다니 현대의 기적이었죠. 그는 내게 말한다. 몇십 년 뒤 대서양 건너 다른 대륙에서 저는 우리가 디젤로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국 킹은 디젤은 유럽이 부과하려고 준비 중이던 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할 준비가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연료 효율이 좋은 자동차에 대한 세금 우대 덕분에 영국의 도로 위를 달리는 디젤차의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디젤 사용의 측면에서 세상을 선도하게 될 거라고 느꼈어요.” 깨끗하고 현대적인 형태의 디젤이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누구도 기후 문제에 있어서 디젤이 최종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탄소 감축에 들어가는 비용을 빠르게 낮출 수 있었다. 그리고 건강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상태에서 전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값싸고 손쉬운 방법에 대한 유혹과, 디젤에 엄청난 투자를 쏟아부은 힘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독려에 힘입어 유럽 전역에서도 각국 정부가 비슷한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이런 선택에 이르게 된 역사는 각자 달랐다. 가령 독일은 원래 트럭 수송 비용을 낮춤으로써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젤 연료의 세금을 낮췄고, 그 다음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포용하여 인센티브를 유지했다. 그 영향은 극적이었다. 2000년에는 영국 사람들이 구입한 자동차의 14%가 디젤이었지만, 2012년에 이르자 절반을 조금 넘어섰다. 다른 곳에서는 훨씬 열렬히 디젤을 포용했다. 프랑스에서는 구매된 신차의 72%가 디젤이었고, 스페인에서는 70%, 이탈리아에서는 55%였다. 값싼 연료의 고장인 미국에서는 운전자들이 연비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서 - 그리고 질소산화물 규정이 훨씬 엄격했기 때문에 - 디젤 자동차는 2% 미만이었다."

 

토니 블레어에게 조언을 하는 일을 그만두고서 한참 지난 2011년경 킹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유럽의 오염규정이 엄격해졌음에도 런던을 비롯한 도시의 공기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새로운 촉매변환 장치가 예상보다 빨리 마모되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실제 원인도 관계가 아주 없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킹이 연구실에서 보았던 인상적인 결과는 도로상에서 그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온 세상이 알고 있지만,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의도된 일이었다. 차량 제조업체들이 테스트 중에는 차량이 깨끗하게 달리고 그 외 나머지 경우에는 매연을 뿜어내도록 설계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염규정을 충족하는 것 같았던 디젤차들이 합법적인 이산화질소 기준치보다 7배 더 많은 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연구실과 도로상에서 오염이 큰 차이를 보인 것은 기업의 부정행위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의 핵심인데, 이에 대해서는 이후 장에서 다룰 것이다. 지금은 영국 운전자들을 디젤차로 유인한 결정의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속임수-그리고 그들이 별다른 처벌 없이 상황을 모면하게 한 시행상의 실패로 인해 크게 악화되었다는 정도의 이야기로 충분하다. 이 속임수 때문에 가장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한 곳은 유럽이었다. 유럽은 데이비드 킹이 오래전에 엿보았다고 생각한 혁명적인 정화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연료에 의지하기로 이미 선택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공기전쟁 : 전 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절박한 현실, 베스 가디너, 해나무, 2022, 127-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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