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차량은 당장 버려야 할 정도로 시급한가?
도심에서 아주 많은 거리를 주행한다면 시급한 문제다.
운전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아주 작은 영향들까지도 전부 고려하면, 혼잡한 도심을 디젤 차량으로 1마일 주행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수명을 12분 정도 빼앗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대기오염으로 매년 4만 명이 조기에 사망하고, 자동차로 인해 사망하는 이들은 8,900명에 달한다." 도로 위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1,775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다섯 배가 넘는 수치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 자신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서, 이런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통계를 접하고 나면, 버스가 곁을 지나갈 때마다 숨을 참고 싶어질 것이다.
우리를 죽이는 두 가지의 주요 오염원은 작은 입자들과 이산화질소(NO2)다. 디젤 차량은 휘발유 차량이나 전기차보다도 이 두 물질을 훨씬 더 많이 뿜어낸다. 만약 여러분도 나처럼 가끔씩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닌다면, 이런 오염물질들이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미세입자들에 대해서 살펴보면, 가장 작은 것들은 흔히 PM2.5라고 부르는데, 크기가 1밀리미터의 400분의 1도 되지 않는 미세한 입자들이다. 이런 PM2.5는 우리가 숨을 들이마실 때 혈류 속으로 쉽게 침투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입자들이다. 디젤 차량은 일반적으로 이런 입자들을 휘발유 차량보다 15배 정도 많이 만들어낸다. 그리고 모든 차량에서 나오는 약 10퍼센트 정도의 입자들은 브레이크 패드, 타이어, 노면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는 전기차도 그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 PM2.5는 날씨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기 중에서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머물러 있다. 바람이 불면 좀 더 빨리 흩어지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다른 곳에서 불어올 수도 있다. 비가 내리면 입자들을 씻어내지만, 건조한 날씨에서는 차량이 지나다니면 지상에 있던 입자들이 떨어져서 대기 중으로 다시 흩날리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나무가 미세먼지를 걸러준다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사실은 그 반대다. 물론 입자들이 나뭇잎의 표면에 내려앉을 수도 있지만, 도심의 붐비는 거리에서는 가로수들이 바람을 막는 장벽의 역할을 해서 입자들이 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도심에서 운전을 많이 한다면, 배기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입자는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폐 속으로 얼마든지 곧장 들어갈 수 있다. 반면에 시골길에서 운전할 때에는 입자들이 퍼져버리기 때문에, 사람과 마주하기 전에 대기 중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 따라서 우리가 어디에서 운전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차이 난다.
PM2.5와는 다르게, 이산화질소는 그 자리에서 즉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동차의 엔진이나, 가스의 불꽃, 또는 나무가 불탈 때처럼 공기가 매우 뜨거워지면 질소산화물들이 만들어진다. 이런 질소산화물이 배출된 후 몇 초 혹은 몇 분 뒤에 대기 중의 오존이나 산소와 반응해야만 몸에 해로운 이산화질소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지연시간이 있다는 점 때문에,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또는 런던의 옥스퍼드 스트리트 주변을 걷는 사람들이나 버스의 바로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몸에 들어오기 전에 퍼져서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쁜 소식이 있다면, 이산화질소는 입자 형태의 오염물질보다 공기 중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으며, 비에도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골보다는 도시에 더 많은 양의 이산화질소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디에 가서 숨을 쉬든 그 공기 안에는 전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질소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에는 배기관이 없지만, 기존의 전력망에서 얻은 전기를 사용한다면, 발전소에서 그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입자들과 이산화질소가 배출하게 된다.
아래에 있는 그림을 통해서 여러분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그림은 여러 다른 상황에서 각각의 차량을 1마일 (1.6km) 운전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수명을 몇 분씩 빼앗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혼잡한 도시에서 디젤 차량을 5마일(8km) 운전하면, 그 차량이 지나쳐간 사람들에게서 1인시(person-hour)에 해당하는 수명을 빼앗는 것이다. 따라서 런던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분들이라면, 비교적 분명하게 권할 수 있다. 런던의 명물인 블랙캡(black cab)을 휘발유 차량으로 바꾸거나, 그보다 더 나은 전기차로 바꾼다면 다른 모든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그리고 차량의 크기도 절반으로 줄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론 디젤 차량 중에서도 좀 더 깨끗한 차종이 있기는 하다. 이번 주제를 끝마치기 전에 폴크스바겐(Volkswagen)의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에 대해서 언급해야 할 것 같다. MIT의 연구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이 만든 배기가스 수치 조작 소프트웨어가 탑재되어 독일에서 판매된 그들의 디젤 차량만 놓고 계산해 봐도, 이로 인해서 조기에 사망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이들 차량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1,2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된 차량들을 모두 포함하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량 살상과 이렇게 알면서도 사람들을 죽게 만드는 이런 방식 사이의 차이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한 것 같다. 이 스캔들에 책임이 있었던 이들의 일부는 가벼운 비판을 받았고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왜 이런 종류의 범죄를 길거리에서 흉기를 휘두르거나 마약을 거래하는 것보다 훨씬 덜 심각하게 대하는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영국에서는 디젤 차량이 탄소 배출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디젤 차량은 같은 양의 연료로도 몇 마일을 더 주행할 수 있으며, 그런 디젤에도 탄소가 20퍼센트 정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입자, 이산화질소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디젤 차량의 순위는 맨 밑바닥에 있는 것이 분명하고, 휘발유 차량은 중하위권에 불과하며, 전기차가 한참이나 상위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차량을 선택하든, 소형차를 고르되, 운전은 덜하고, 공유는 더 많이 하는 것이 좋다.
플래닛B는 없다, 마이크 버너스-리, 퍼블리온, 2022, 259-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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