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둘러싼 위험, 대기오염
2013년,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증거가 쌓이고 쌓이다 결국 세계보건기구WHO가 대기오염을 발암물질로 여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듬해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 사망자 수의 추정치를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렸다. 이제 세계보건기구는 야외 대기오염이 매년 42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많은 사람들이 불을 피워놓고 조리하는 개발도상국에서 골치를 앓는 가정 내 대기오염은 약 4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고 말한다(중첩되는 사망자가 있어서 총 사망자는 7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더러운 공기는 조기사망을 유발하는 네 번째로 큰 위험요소로, 알코올과 신체활동 부족보다 훨씬 앞에 위치한다. 그리고 새로운 주요 분석에서는 실제 사망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분석에서는 야외 오염원으로 인한 사망자 추정치를 세계보건기구보다 2배 더 많은 890만 명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대기오염이 흡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인일 수 있다는 의미다. 피해 규모는 생명뿐만 아니라 달러로도 측정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더러운 공기가 매년 세계 경제에서 5조 달러 이상을 축낸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인도, 캐나다, 멕시코의 경제를 모두 합한 규모다.
과학적인 증거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는 폐 뿐만 아니라 인체의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특히 천식을 악화시키고 폐암을 유발하고 다른 호흡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쇠락을 가속화 하긴 하지만 말이다. 실제로 더러운 공기가 호흡기보다는 심혈관계통-전체의 약 4분의 3-에 영향을 미쳐서 목숨을 빼앗기는 사람의 수가 훨씬 더 많다. 두어 시간의 노출만으로도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오염이 심한 날에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이 더 많이 발생하고 응급실 방문자와 사망자 수가 증가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어린이와 노인,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다.
위험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오염은 심장과 혈관에 누적적인 피해를 일으키고 그 수치는 충분히 불안함을 야기할 정도다. 50대, 60대, 70대의 건강한 미국 여성 수만 명을 추적한 한 방대한 규모의 연구는 아무리 온건한 수준이라 해도 미세먼지를 들이마신 사람은 “심혈관 사건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24%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기만적일 정도로 건조한 용어는 사실 뇌졸중, 심장마비, 우회수술 같은 인생을 바꿔놓는 트라우마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사람들은 오염이 적은 지역에 사는 여성에 비해 같은 사건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76% 더 높았다. 그리고 더러운 공기를 들이마실수록 위험은 더 커졌다.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서 이런 트라우마의 전조가 되는 숨은 육체적 변화, 즉 우리를 위기로 몰아넣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한 연구는 초음파 스캔을 이용해서 더러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피험자의 동맥을 측정했는데, 겨우 10분 만에 혈관이 수축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또 다른 연구팀은 디젤 배기가스에 노출된 사람 중에서 혈전이 늘어난 사람이 4분의 1가량이고, 이 변화는 최소한 6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가 곧 발발할 것임을 알려주는 강력한 경고 신호인 정맥 석회화는 오염의 농도가 상승하면 함께 증가한다. 20대를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도 혈관의 안을 받치고 있는 세포의 손상이 오염과 동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연구자들은 여전히 이런 변화를 야기하는 힘은 무엇인지, 정확히 어느 정도의 더러운 공기가 피해를 유발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제 전문가들은 낮은 수준의 염증이 인체를 괴롭히는 많은 문제의 근원이라고 믿고 있는데, 어쩌면 그게 오염의 힘을 이해하는 열쇠일지도 모른다. 그것 말고도 여러 가능성이 있다. 작디작은 입자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변화를 일으켜, 몸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가 우리에게 반기를 들게 만들 수도 있다. 아니면 유전자와 수용체를 재설정하여 섬세하게 균형 잡힌 시스템의 조절 능력, 인슐린 분비, 뉴런 간의 소통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대기오염에 대해 많이 알게 될수록, 디젤 때문에 더럽혀진 런던에서마저 내가 아는 그 누구도 어째서 공기에 대해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지가 더 분명해지는 듯했다. 우리를 둘러싼 위험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가, 그것을 다루기 편한 적당한 크기로 만들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비행기 사고를 당해서 추락할 가능성이 지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행이 불안정해질 때마다 와인 한 잔을 찾는 습관을 버리지는 못한다. 이와 비슷하게 폭발 사고로 목숨을 잃을 사람도 극히 드물겠지만, 테러리스트들이 퍼뜨리는 두려움은 그들의 실제 활동 영역을 넘어서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 역시 자명하다. 우리는 급작스럽고 너무나도 상상 가능한 그런 위협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이런 본능은 동굴 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해하기 힘들고 복잡한 위험이 산재한 현대 생활에서는 이 때문에 길을 잃기도 한다.
갑자기 달려드는 호랑이와는 달리 오염으로 인한 위험은 천천히 움직이고 뚜렷하지 않다. 우리가 아무리 관심을 쏟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내기가 힘들다. 이런 통제 불가능성 때문에, 오염이 야기하는 위협은 특히 불안을 유발한다. 그래서 내 주위 그 누구도 호흡을 한 번 할 때마다 몸 안으로 독극물이 조금씩 들어온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 이 상황에서, 나는 위협이 닥쳤을 때 우리가 아주 빈번하게 하는 행동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나는 가능하기만 하면 그것을 머리 밖으로 밀어내고 무지 상태로 물러나 있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과학은 꾸준히 진보하고, 더러운 공기에 연결된 질병의 목록은 계속 늘어난다.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오염된 공기가 뇌에 입히는 피해다. 많은 증거가 대기오염이 인지력 감퇴, 치매, 심지어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연구자들은 미세먼지가 코를 통해 후각신경 통로를 지나 혈액-뇌 관문을 뚫고 스며 들어가서 직접 뇌에 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 대만에서는 연구자들이 오존과 미세먼지가 증가하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기전쟁> 베스 가디너, 해나무, 2022, 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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