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이야기

정치참여는 '의무' - <조국의 법고전 산책> 조국

by 길찾기91 2022. 11. 18.
728x90
반응형

 

 

정치참여는 '의무'

 

루소는 <사회계약론> 1부 도입부에서 정치 참여의 당위성을 강조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나 봅니다. “네가 뭔데 정치 이야기를 해?" 라는 식이죠. 루소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군주도 아니고 입법자도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관한 글을 쓴다. () 내 의견이 공적인 일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아무리 미약하다고 해도 나는 한 자유국가의 시민이자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태어나 그것[공무]에 관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으므로 거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의무 역시 당연히 갖게 된다.

 

권위주의 체제 시절에는 시민들이 정치를 이야기하면 네 일이나 잘해"라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교사들이 정치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이나 잘 가르치지"라는 야유를 받았죠. 노동자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면 물건이나 잘 만들어 팔지"라는 구박이 돌아왔습니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는 정치 과정에 참여한 이후 교수가 전공 강의나 하지 왜 정치 이야기를 해?”라는 비난을 많이 들었습니다.(웃음) '폴리페서'라는 딱지도 붙었죠.

 

만약 이런 식으로 '네 일이나 잘하라'는 요청을 따르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정치에 관심을 끊고 학교 캠퍼스에 틀어박혀 있거나 노동자가 공장에서 일만 하고 농민이 논밭에서 농사만 지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정치는 특정 사람,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민주공화국은 이 나라의 주인이 바로 우리라는 뜻입니다. 나라 운영의 원리와 방향을 정하는 것이 정치인데, 나라의 주인이 그러한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루소는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편 정치에 관심 갖지 마!"라는 윽박지름과 함께 정치가 너와 무슨 상관이야?”라는 어리석은 질문도 있습니다. 루소가 살던 시대에도 그랬나 봅니다. 루소는 이렇게 답합니다.

 

누군가가 나랏일에 관해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 나라는 끝장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나라의 주인이 나랏일에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는 것이죠. 정치는 한 나라의 운명과 주권자 국민의 삶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예를 들면 정치는 납세자, 즉 우리에게서 얼마의 세금을 걷을지 결정합니다. '슈퍼리치로 불리는 초부자'들을 대상으로 증세를 할지 감세를 할지 정합니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데,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유지할지 아니면 폐지할지도 결정합니다. 재벌 등 대기업이 내는 법인세를 인상할지 인하할지도 정합니다. 최근 유럽연합은 석유·천연가스 · 석탄을 생산· 정제하는 기업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막대한 이윤을 얻게 되자 1400억 유로(200조 원) 규모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치는 또한 우리가 내는 세금의 사용처를 정합니다. 예컨대 4대강 사업에 돈을 쓸지, 아니면 '무상급식', '무상보육', '전국민고용보험' 실시에 돈을 쓸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세금을 냈는데 4대강 사업에 쓰여 강을 '녹차라테'로 만들어버리면 화가 나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는 깡통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몇조 원이 들어갔다는 것 아닙니까?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을 다 합한 액수를 우리나라 인구로 나눠보니 1인당 200만 원, 가구당(5인 기준) 1000만 원을 부담한 셈이더군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쓰레기통을 구입했는데, 한 개에 약 90만 원이었습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밝혀낸 내용입니다. 호두나무를 깎아 만들었다죠?(웃음) 이런 것들이 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뤄지는 일입니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 조국, 오마이북, 2022, 20-23.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