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체증의 태양광 vs 수확체감의 화석연료
최근 에너지산업에서는 새로운 자원 채굴 방식인 수압파쇄법fracking을 도입했다. 수압파쇄를 위해서는 하나의 원유 또는 가스 시추공에 수백 대의 트럭, 수백만 톤의 물, 수 톤의 모래와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을 땅속으로 분사해야 한다. 또한 가스를 저장하고 선적하기 위해 수천 마일의 파이프라인과 가스를 액화하거나 압축할 수 있는 거대한 공장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가스를 다시 발전소에 공급하기 위한 파이프라인과 가스 압력을 낮추는 거대한 설비도 필요하다. 이 모든 루브 골드버그장치(Rube-Goldberg-device: 최소의 결과를 얻기 위해 몹시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장치, 루브 골드버그의 만화에 나오는 밥 먹여주는 기계 등을 의미)가 완성된 뒤에 비로소 발전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시추공에서 나오는 수확은 끌어올리자마자 그 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풍부함'과 '에너지 황금시대'에 관한 모든 전망에도 불구하고 수압파쇄법을 적용한 시추공은 생산량이 1년 만에 60~70% 감소한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고갈 현상을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Syndrome'라고 한다(루이스 캐럴Lewis Carrol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앨리스에게 “여기서는 같은 자리에 있으려면 계속 달려야 해, 저쪽으로 가려면 지금보다 2배로 달려야 한다고"라고 말한다). 붉은 여왕 효과에 의해 현재의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수백만 개의 새로운 수압파쇄 시추공을 뚫어야 한다. 이것은 수압파쇄에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다. 전통적인 시추 방식에서도 약 2년이 지나면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채굴 경제학은 수확체감과 관련이 있다.
- 더 많이 퍼낼수록 하나의 시추공에서 나오는 생산량은 줄어든다.
- 더 많이 퍼낼수록 이웃한 시추공의 생산량은 줄어든다.
- 더 많이 퍼낼수록 에너지 생산 단위비용은 증가한다.
반면에 태양광발전, 전기자동차, 그리고 완전한 붕괴는 수확체증법칙에 관련된 것이다.
1936년 T.P 라이트 T.P. Wright에 의해 항공산업에 학습곡선의 개념이 도입되며 처음 등장했다. 학습곡선이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더 많이 생산될수록 더 빠르고 더 저렴해진다는 것이다. 공학자들은 많은 산업의 학습곡선을 측정했다. 공학자들은 학습곡선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생산량에 따른 상품 원가를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산업의 학습곡선이 20%이고 첫 번째 선박 건조비용이 100달러라면, 생산량이 2배가 되면 원가는 80달러가 된다. 다시 생산량이 2배가 되면 원가는 64달러가 된다.
공학 서적에는 서로 다른 산업의 학습곡선이 나와 있다. 미국 과학자 연맹은 숫자를 학습곡선에 대입해 미래의 원가를 계산할 수 있는 온라인 계산기를 제공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의 학습곡선은 22%다. 태양광 패널 생산비용은 태양광 인프라가 2배로 늘어날 때마다 22%씩 감소한다. 시장의 수요가 늘어날수록 당신과 당신의 이웃은 더 싼 가격에 패널을 구매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이웃이 혜택을 받게 된다. 독일에서 태양광발전 설비가 지어질 때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이 더 낮은 비용으로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호주에서 태양광 패널이 판매될 때마다 남아프리카의 태양광 패널 가격은 낮아진다. 낮아지는 원가는 새로운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
사막에 광대한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되면 그 지역 사람들만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태양광 전력을 사게 될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태양광 패널의 수요가 증가할수록 낮아지는 원가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태양광발전의 학습곡선으로 인해 태양광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며 원가는 갈수록 낮아질 것이다.
원유나 가스와 같은 기존 에너지에서는 학습곡선이 정반대로 나타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원유 수요가 급증하자 전 세계 원유 가격 역시 급등했다. 베이징의 원유 수요가 늘어나 팔로알토와 시드니의 휘발유 가격도 오른다.
이는 이론적 이야기가 아니다. 1970년 이래 태양광패널은 원유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5,000배가 넘게 원가를 개선해왔다. 태양광 시장이 더욱 확대되는 2020년이 되면 원유와 비교해 1만 2,000배의 원가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에너지 자원 채굴 경제학은 수확체감의 법칙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수확체증의 법칙에 기초하는 태양광과는 경쟁할 수 없다.
붉은 여왕 효과 탓에 화석연료 산업은 더 많은 시추공을 만들어야 하고 더 깊게 파야 하며 더 유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불모지를 만들게 된다. 화석연료 산업은 제자리에 있기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BP의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나 앨버타 오일샌즈(캐나다 앨버타 주에 있는 점토나 모래에 원유가 10% 이상 함유된 오일샌드 개발 지역)의 흉물스러운 풍경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붉은 여왕의 말처럼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힘들게 달려야 하는 것'의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에너지혁명 2030> 토니 세바, 교보문고, 2015, 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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