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만들기
육교 위에서 사망자 11명, 중경상자 247명이 발생한 이상한 사고가 2001년 7월 효고현 아카이시 시의 불꽃축제에서 일어났다. 불꽃축제는 7월 21일 오후 7시 45분부터 8시 30분까지 45분간 진행될 예정으로 열렸다. 축제장 근처에는 JR 열차의 아사기리역과 불꽃축제 장소였던 아카이시 해협에 면한 오크라 해안을 잇는 길이 100미터, 폭 6미터의 육교가 있었다. 그곳에서 불꽃축제 종료 시각인 8시 반경부터 귀가를 서두르는 관광객들과 축제가 끝났으나 아직 영업 중이던 야간 노점상, 여름 해변을 산책하려고 축제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에 의해 심한 정체 현상이 일어났다. 육교는 오크라 해안으로 내려가는 부분에서 직각으로 꺾여 있었는데 이곳에서 군중의 정체를 불러오는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바로 앞은 육교 폭의 반밖에 안 되는 폭 3미터의 계단이었다.
아카이시 시가 꾸린 전문가로 구성된 사고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후 8시 45분부터 50분 사이에 이 병목현상 근처는 세제곱미터당 13명에서 15명이라는 매우 과밀한 상태였고, 당시 그 장소에 있던 사람의 흉부에 폭 1미터당 4백 킬로그램의 압력이 가해졌다고 추정되었다. 이러한 과밀상태는 어른이 선 채로 실신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육교가 계단에 접하기 직전 병목현상이 일어났던 부분과 48단으로 된 충계 부분이 불꽃이 잘 보이는 절호의 장소였기 때문에 선 채로 불꽃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층계가 시작되는 입구에 노점상이 늘어서 있던 탓에 사람들의 흐름이 거기에서 한층 정체되어 혼잡은 가속되었다. 사고가 일어난 장소에서는 매우 과밀한 상태로 인해 거의양발이 지면에서 들려 올려갈 정도가 된 군중이 어떤 계기로 '군중사태'를 일으켜 점점 밀려들게 되었다. 먼저 예닐곱 명이 쓰러지고 이어서 3백 명에서 4백 명의 사람들이 그 속으로 휘말렸다. 사망자 11명 중 0세부터 9세까지의 아이가 9명, 71세와 75세의 여성이 각각 한 명씩이었으니, 주로 아이와 노인이 희생되었다. 사인은 대부분 흉부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다.
이 사고의 최대 원인은 15만 명의 입출 인원을 예상했던 경비를 총괄한 경비회사와 아카이시 시, 그리고 경찰이 사전에 충분한 경비계획을 세우지 않고 통제 없이 육교로 군중을 들여보낸 것에 있었다. 경비를 맡은 이들이 육교 위에서 '군중 사태'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경찰의 관심이 온통 폭주족 대책에 쏠려 있었던 것은 준비가 부족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명백히 인재로 인한 대규모 사상사고였다.
이 사고와 관련해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시측과 경비를 총괄한 경비회사가 사고 후에 입을 맞춰 사고 원인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려 했다는 것이다. 먼저 경비원을 실제보다 19명이나 부풀려 발표한 것은 중대한 문제였다. 경비에 만전을 기했다는 점을 알리려 한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이 폭주족 대책에 경비의 주력을 기울였다고 조작하기 위해 시와 경비회사가 갈색머리 젊은이가 난동을 부린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담합했다는 사실이다. 갈색머리 젊은이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책임을 피하려 한 것이다. 그 시나리오에 맞춰 매스컴 발표도 했으나, 이 발표가 위조였다는 것이 그 후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경비를 총괄한 주식회사 닛칸이 발표한 '사안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었다. "20시 30분 육교 위 손님에 대한 경비원 보고, 육교 위 젊은 남성이 난동을 피우고 있음. 싸우고 있음. 부상자가 다수, 사람이 쓰러지고 있음 등' '육교 위에 젊은 남성(갈색머리), 여러 명이 큰 소리를 지르고, 주변 사람들을 들이받고, 육교 천장으로 기어오르고, 기동대에 고함치고, 주변 사람들은 비명과 혼란, 그리고 그렇게 매스컴에 발표했다. 순전히 창작한 것이었다.
텔레비전도 신문도 이 발표를 따라 갈색머리 범인 찾기를 시작했다.
경찰 조사로 이것이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아카이시 육교 사고의 범인으로 갈색머리 젊은이가 희생양이 될뻔했다.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은 시와 경비 책임을 맡은 기업조차도 실패를 감추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왜 제때 도망치지 못하는가> 히로세 히로타다, 모요사, 2014, 13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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