崇侯、惡來知不適紂之誅也,而不見武王之滅之也。比干、子胥知其君之必亡也,而不知身之死也。故曰:「崇侯、惡來知心而不知事,比干、子胥知事而不知心。」 聖人其備矣。
崇侯(숭후)와 惡來(악래)는폭군인 紂(주)임금에게 붙으면 죽임을 당하지 않을 것은 알았지만, 武王(무왕)이 폭군인 紂(주)임금을 멸망시킬 것 까지는 알지 못했다. 比干(비간)과 子胥(자서)는 그들의 임금이 반드시 멸망하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자신들이 죽임을 당하리라는 것 까지는 알지 못했다.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崇侯(숭후)와 惡來(악래)는 임금의 마음을 알긴 했지만 일의 진행상황을 알지 못했고, 比干(비간)과 子胥(자서)는 일의 진행상황을 알긴 했지만 임금의 마음은 알지 못했다.” 성인(聖人)만이 사람의 마음과 일의 진행 상황 둘 다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① 崇侯(숭후): 崇侯虎(숭후호). 商(상)나라 紂(주)왕 때 崇(숭)땅에 제후로 봉(封)해져서 崇侯(숭후)라고 칭해지게 되었다.
② 惡來(악래): 商(상)나라 紂(주)왕 때의 大臣(대신).
사람의 심리를 아는 것이나 일이 돌아가는 상황은 참으로 알기 어렵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다(知人知面不知心). 일이 돌아가는 상황도 그 안에 들어가서 확인하지 않는 한 어찌 알 것인가? 설령 그 안에 들어가서도 모르는 게 허다한데. 선거에 임하는 이들이라면 여론 조사 따위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이 공연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일의 결과는 하늘만이 알 뿐이다.
滅(멸) : 없어지다, 꺼지다, 잃다.
烕(없어질 멸)字가 聲符(성부)인 형성자(形聲字).
烕(없어질 멸)字는 戉(도끼 월)을 불에 넣어 불을 진화한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지만 원래 주술적(呪術的)인 의미를 가진 글자다.
許愼(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滅(멸)을 ‘盡也(다하다)’라고 하여 남김없이 다 없앤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烕(없어질 멸)字를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滅(멸)’字로 그 뜻을 五行說(오행설)에 의해 해석했지만, 戉(도끼 월)은 신성한 물건이고, 이것을 가지고 불을 진압하는 주술적(呪術的) 의식인 굿이나 푸닥거리를 거행했을 것이다.
滅(없어질 멸)字는 滅亡(멸망), 火滅(화멸), 滅盡(멸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滅裂(멸렬)은 支離滅裂(지리멸렬)과 같이 잡다해서 통일되지 못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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