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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 설림과 세상공감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 下(하) 4

by 길찾기91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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鱣似蛇蠶似蠋人見蛇則驚駭見蠋則毛起
漁者持鱣婦人拾蠶利之所在皆為賁.

 

뱀장어는 뱀과 비슷하게 생겼고, 누에는 시퍼런 배추애벌레와 비슷하다. 사람들이 뱀을 보면 놀라서 까무러치고, 시퍼런 배추애벌레를 보면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할 정도로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어부들이 뱀장어를 손으로 잡고, 아낙네들이 누에를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 그들의 이득(利得)이 있다. 그러므로 모두 다 용감함의 대명사인 孟賁(맹분)이나 專諸(전제)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처음에는 생긴 모습을 보고 뱀장어나 누에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독이 없고 오히려 맛 좋은 요리나 옷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은 그것들을 손에 넣으려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게다가 그것들을 팔아서 생활 기반을 삼은 사람들에게는 그것들이 생존과 직결될 수도 있다.

뱀이나 배추애벌레는 그와 반대로 독이 있어서 잘못하면 몸에 상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들조차 본인들의 이익에 부합이 되고 생존이 걸린 상황이 되면 아무리 독이 많은 뱀이나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배추애벌레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그것들을 차지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생존의 문제와 별개로 利得(이득)을 보면 본능적으로 달려드는 무리도 있다. 먹고 살기에 충분한 를 쌓아 놓고도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돈만 된다면 어떤 짓이든 하는 인간들이다. 특히 투자란 허울을 쓰고 부동산 투기 같이 불로 소득으로 손쉽게 돈을 긁어모으는 자들은 마치 남의 주머니에서 몰래 돈을 훔치는 것과 같다. 조금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부지런히 땀 흘리며 뱀장어도 잡고 누에도 기르자. 제발 땀도 흘리지 않고 남의 눈물을 빼며 돈을 긁어모을 생각은 하지 말자.

 

() : 있다, 두다, 분명히 하다, 맞다.

(재주 재)(선비 사)로 이루어진 회의자(會意字).

 

(재주 재)神聖(신성)을 나타내는 표지를 붙인 나무로 ()의 초기 글자다. 神聖(신성)한 땅에 신령(神靈)이 존재하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다.

(선비 사)는 도끼의 머리 부분 형상이다. 鉞頭(월두)(도끼 부)는 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하는 기구로 ()이나 () 그리고 () 등의 신분을 나타낸다.

 

許愼(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存也从土才聲(존재하는 것이다. (흙 토)로 이루어졌고 ()의 발음이다)’라고 하지만 ()(흙 토)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은 金文(금문)의 글자 모양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의 뜻으로 사용되는 金文(금문)의 글자 모양에 (재주 재), (옹달솥 자), (실을 재)가 있는데 모두 (재주 재)의 발음과 의미를 계승하는 글자다. ‘(있을 존)’에도 (재주 재)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은 때와 장소는 아니고 사람에 관한 글자로 사람의 안부를 묻는 存問(존문), 存恤(존휼)의 뜻으로 사용한다. ()에도 ()과 같이 在察(재찰-살피다)의 뜻이 있고, 存在(존재)라고 하는 것은 원래 그 ()을 확실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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