衛將軍文子見曾子,曾子不起而延於坐席,正身於奧。 文子謂其御曰:「曾子,愚人也哉!以我為君子也,君子安可毋敬也?以我為暴人也,暴人安可侮也? 曾子不僇命也。
衛(위)나라 將軍(장군)인 文子(문자)가 曾子(증자)를 찾아뵈었다. 증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문자에게 자리를 권하며 자신은 상석에 앉아 몸을 단정히 하였다. 曾子(증자)를 만나고 난 후 文子(문자)가 그의 수레를 모는 참모에게 말했다. “曾子(증자)는 참 바보 같은 인간이야! 나를 군자라고 생각했다면 군자를 왜 높이 받들지 않았지? 나를 조폭이라고 생각했다면 조폭한테 어찌 그렇게 모욕을 줄 수가 있지? 저 曾子(증자)란 놈은 도륙 당해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군.”
① 奧(오): 실내의 西南(서남)쪽. 고대에 좌석의 높은 자리다.
무관인 文子(문자)가 허세를 좀 부리고 싶어 曾子(증자)를 찾아갔다가 홀대를 받고 자기 참모에게 한탄하는 장면이다. 아마도 학자인 曾子(증자)가 장군이랍시고 자기를 만나러 온 文子(문자)의 거들먹거리는 행태를 보고 상대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曾子(증자) 정도의 사람이 세상에 두려워할 게 뭐가 있다고 일개 장군 따위에게 예를 다해 맞이하겠나?
지인 중에 유난히 과시욕이 강한 사람이 있다. 여러 사람 앞에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만나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그가 하는 똑같은 자기 자랑을 수도 없이 듣게 된다. 맘 좋은 사람들은 들을 때마다 처음 듣는 척하고 칭찬과 덕담을 해주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야 그만해라, 또 그 타령이냐?”고 까칠하게 쏘아붙인다. 쥐꼬리만 한 감투를 쓰거나, 부동산 투기로 돈을 좀 벌었다고 아무데서나 자랑질 하지 말자. 그건 남을 밟고 올라간 것이며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강탈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命(명): 명령, 분부, 목숨, 생명, 선천적으로 타고난.
令(하여금 령)과 口(입 구)로 이루어진 회의자(會意字).
令(령)은 禮冠(예관)을 쓰고 무릎을 꿇고 神(신)의 계시를 기다리는 모습. 그러므로 신의 계시란 뜻이다. 口(입 구)는 기도문을 거두어 두는 그릇인 ‘𠙵’ 이다. 神(신)에게 기도하여 그 계시를 기다렸다 주는 것을 받는 것을 命(명)이라 한다.
許愼(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命(명)을 ‘使’(부리다, 시키다)로 풀이하고 있다. 口(입 구)와 令(명령할 명)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입으로 명령을 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命(명)字는 원래 신의 명령을 의미하는 글자다. 점을 친 결과를 적어 놓은 卜文(복문)이나 金文(금문)에서는 令(령)字를 命(명)字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令(령)字는 命(명)字의 초기 글자고 西周(서주) 중기 이후로 命(명)字가 주로 사용되었다.
令(령)字, 命(명)字는 원래 한 글자였고, 命(명)字는 令(령)字에서 분화된 글자다. 令(령)字는 신의 뜻을 듣는 모습이며 金文(금문)에서는 命(명)字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天命(천명)사상’은 周(주)나라 초기의 [書經(서경), 周書(주서)]의 여러 편 가운데 보이는데 周 王祖(주 왕조)의 창건이념이었다. 사람의 수명도 하늘에서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오래도록 살라는 永命眉壽(영명미수) 등의 말이 金文(금문)에 자주 보인다.
[論語(논어), 堯曰(요왈)]의 끝장에 “命(명)을 알지 못하면 君子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孔子(공자)가 “나이 오십에 천명을 안다”고 한 것이 바로 그 의미일 것이다. 한 시대에 이름을 떨친 사람을 ‘命世(명세)’라 하고 그 재주를 ‘命世之才(명세지재)’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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