伯樂教二人相踶馬,相與之簡子廄觀馬。 一人舉踶馬,其一人從後而循之,三撫其尻而馬不踶,此自以為失相。其一人曰: 「子非失相也。 此其為馬也,踒肩而腫膝。 夫踶馬也者,舉後而任前,腫膝不可任也,故後不舉。 子巧於相踶馬而拙於任腫膝。」 夫事有所必歸,而以有所腫膝而不任,智者之所獨知也。惠子曰:「置猿於柙中,則與豚同。」故勢不便,非所以逞能也。
伯樂(백락)이 두 사람에게 뒷발질 잘하는 성질 사나운 말을 감정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어느 날 그는 그들과 함께 趙(조)나라 簡子(간자)의 마구간으로 가서 말을 관찰하였다. 한 사람은 무난히 뒷발질 할지도 모르는 성질 사나운 말을 골랐다. 또 한 사람은 뒤에서 말을 따라가다 세 번이나 말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는데도 말이 뒷발질을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스스로 말을 감정하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그 때 말을 제대로 감정한 사람이 말했다. “자네는 말을 감정하는데 실패한 게 아니라네. 이 말은 앞다리가 부러졌고, 무릎에 종기가 생겼다네. 일반적으로 뒷발질을 하는 말은 뒷다리를 들 때 몸의 무게를 앞다리에 실어야 하는데, 무릎에 종기가 생겨 몸의 무게를 제대로 앞다리에 싣지 못했네. 그래서 뒷다리를 들 수가 없었던 게지. 자네는 뒷발질하는 말을 감정하는 데는 능숙했지만, 무릎에 종기가 생긴 것을 살펴보는 데는 서툴렀던 것일세.”
대체로 모든 일이 발생하는 데는 반드시 원인이 되는 귀착점(歸着點)이 있기 마련인데 종기가 난 무릎으로 몸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것이 바로 그것이며 지혜로운 사람만이 그 사실을 알 수가 있다. 惠子(혜자)가 말했다. “원숭이도 우리 속에 가둬두면 돼지와 똑같다.” 그러므로 서 있는 자리(형세)가 불편하면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는 법이다.
① 踶(제): 오늘날에는 踢(척)으로 쓴다.
객관적 사실이나 원칙보다 현실적인 상황의 제약이나 한계에서 오는 불가피성을 강조할 경우 이를 상황 논리라고 이야기한다. 위의 고사는 일종의 상황 논리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아무리 손흥민 선수가 평소에 골을 잘 넣는 선수라 해도 다리 부상으로 운동장을 절룩거리며 뛴다면 골을 넣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한 사람으로 인해 팀의 조직이 무너져 팀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럴 때 감독은 빨리 그를 다른 선수로 교체해야 한다.
숲속의 원숭이는 날렵하게 나무 사이를 제 마음대로 노닐 수 있지만, 우리 속에 갇힌 원숭이는 둔한 돼지와 같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물을 떠난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지만, 어떤 사람들은 욕망의 틀 속에 자기를 가두고 스스로를 속박한다. 거기서 그들은 자기가 가진 참신한 능력을 상실하고 헛된 욕망을 좇는 좀비가 된다.
勢(세) : 형세, 힘, 형편, 모양, 상태.
埶(재주 예)와 力(힘 력)으로 이루어진 회의자(會意字).
埶(재주 예)는 藝(재주 예)의 초기 글자다. 초목을 심는다는 뜻이다. 거기에 力(힘 력)인 耜(보습 사)를 더하여 깊이 밭을 갈고 심는다는 뜻으로 그 生成(생성)의 상태를 말한다.
許愼(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勢(세)를 ‘盛力權也(힘이 센 권력이다)’라고 하여 권세(權勢)의 뜻으로 풀이했지만 그것이 勢(세)의 본뜻은 아니다. 원래는 자연의 생성력을 말하며 훗날 이 글자는 인간사회에 들어와 權勢(권세)나 勢要(세요)의 뜻이 되었다. 運勢(운세)란 말도 마찬가지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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