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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온실가스 배출 주범 그리고 6퍼센트 - 아주 구체적인 위협, 동아시아

by 길찾기91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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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 주범 그리고 6퍼센트

기후감시 Climate Watch와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의 데이터를 반영한 전 세계 온실가스 부문별 배출 현황에 따르면 농업, 임업과 토지 이용 분야는 18.4퍼센트로 두 번째로 많았다. 가장 많은 분야는 73.2퍼센트인 에너지(전기, 열 및 운송)이고, 다음으로는 직접 산업 공정 5.2퍼센트, 폐기물 3.2퍼센트 순이다. 그러나 식량생산과 관련된 배출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 부문에 흩어져 있는 관련 항목을 추출하여 비교 분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 총배출량에서 식량생산의 비중은 26.0퍼센트다.농업 분야를 포함한 모든 에너지를 단일 항목으로 묶어 놓은 에너지(전기, 열 및 운송) 분야 73.2퍼센트를 산업 단위별로 나누어 보아야 26.0퍼센트의 비중이 제대로 드러난다. 산업 분야 전체(철강, 화학, 펄프, 기계 등) 사용 에너지 24.2퍼센트, 건물(주거용, 상업용)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 17.5퍼센트, 운송 분야 전체(도로, 항공, 해운, 철도 등) 사용 에너지 16.2퍼센트 순이었다.

식량생산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퍼센트로 환산하면 가축과 어업이 31퍼센트, 작물생산이 27퍼센트, 토지 이용이 24퍼센트, 공급망이 18퍼센트 순이다. 기본 데이터가 작성자 의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가공될 수 있는 것처럼 이렇게 단순나열만 하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기 어렵다. 이 분류 방식에는 많은 함정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가축(축산업)이다.

어업과 묶여 있어 작물생산보다 배출량이 적어 보이는데 작물생산에는 가축의 사료 6퍼센트가 포함되어 있다. 가축에 먹일 사료의 생산을 위해 산림을 개간하고 숲을 벌채함으로써 발생하는 배출량, 즉 토지이용부문에서 가축 관련 배출량(16퍼센트)이 인간의 주거와 도로 등 인프라에 사용되는 토지 이용으로 인한 배출량(8퍼센트)의 2배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곡물생산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해 보면 가축, 즉 육류와 유제품 생산에서 배출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많은데 교묘하게 감춰져 있다. 산업형 가축 생산 시스템은 온실가스 배출 문제 외에도 열대우림의 파괴에 따른 생물다양성 위협, 사막화 확대, 전염병 확산 등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인류와 지구 공동체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주의해서 봐야 할 대목은 가축과 곡물의 인구 부양 능력이다. 축산업은 경작지의 83퍼센트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농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58퍼센트, 수질오염 가운데 57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작 육류가 제공하는 것은 인간이 섭취하는 칼로리의 18퍼센트, 단백질의 37퍼센트에 불과하다.

앞서 '힌두교가 엄격한 채식주의 종교가 되지 않고 유목 전통의 식단을 유지했다면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OECD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 세계 1인당연평균 육류소비량은 34.7킬로그램이다. 일반적으로 크기 작은 가금류(닭, 오리, 칠면조)의 경우 '마리', 중대형 가축에 대해서는 ‘근’을 단위로사용한다. 34.7킬로그램을 근으로 환산하면 57.8근에 해당한다. 가금류는 1인당 14.2킬로그램을 소비하는데 이는 중닭으로 치면 14마리 정도된다. 돼지고기는 12.3킬로그램(20.5근), 쇠고기는 6.4킬로그램(10.7근),양고기는 1.8킬로그램(3근)을 소비한다.

육류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미국의 1인당 연평균 소비량은 99.3킬로그램이고, OECD 평균은 70.1킬로그램, 한국은 59.3킬로그램이다. 인도는 통계마다 차이가 많은데 4킬로그램 내외로 보면 무난하다. OECD평균은 아니더라도 인도 사람들이 한국인들처럼 고기를 먹는다면, 육류생산을 지금보다 15배 더 많이 늘려야 한다. 문제는 인구 규모다. 인도아대륙의 17억 명이 넘는 인구마저 중국 사람들의 식습관을 따라간다면남아 있는 열대우림을 모두 밀어내도 부족할 수 있다.

인도아대륙, 아프리카대륙 국가들이 현재와 같이 영양이 부족한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남반구와 북반구 간의 영양 상태에서 균형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자연 상태에서는 에너지가 큰 데서 작은 데로 흐르는 것이 정상적이다. 적도 바다에서 데워진 따뜻한 바닷물이 차가운 극지방에 에너지를 나눠주기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 한국인을 포함해 북반구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자신의 삶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현명한 실천을 택해야 한다. 질병과 비만은 삶의 자신감을 빼앗고 대인관계도 위축시키며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으로도 위험에 빠뜨린다. 과도한 육식과 칼로리 섭취로 인한 각종 질병과 비만만큼 아이러니한 것이 있을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8년 12월에 발표한 「비만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비만으로만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11조 4,679억원을 넘었다. 남반구의 아동과 청소년은 먹을 것이 없어 만성적인 영양부족 상태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놀랍게도 땅, 물, 비료, 농기계와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생산한 식량 가운데 4분의 1(24퍼센트)이 폐기된다. 공급망단계에서 15퍼센트, 소매업체와 소비자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가 9퍼센트다. 각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보다 2배 이상 많은 식량이 생산, 가공, 운송 과정에서 폐기된다는 점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운동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애쓰는 것 이상으로 운송망 단계에서 폐기되지 않도록 법률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레타 툰베리의 “규칙에 맞춰 행동해서는 세계를 구할 수 없어요. 규칙이 바뀌어야 하는 거니까요”라는 말은 기후위기 운동의 방향과 핵심을 정확하게 담고 있다. 버려진 식량의 온실가스배출량만으로도 전 세계 배출량의 6퍼센트를 차지한다. 온실가스 배출로 논란이 많은 1.9퍼센트의 항공 운송보다 3배 이상이 많고 화학·석유화학 제조 3.6퍼센트의 2배에 육박한다. 비유하자면, 세계적인 규모인 울산, 여수, 서산의 석유화학단지에서 365일 내내 가동해 배출한 온실가스양보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양이 2배 더 많다는 의미다.

아주 구체적인 위협,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기획, 동아시아, 2022, "기후위기와 식량" 7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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