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휴가 3
세번째 아침.
아침을 강가에서 즐겼다. 꽤 긴 시간. 이것저것 평소에 즐기지 않던 음식까지 야무지게. 그냥 궁금해서. 내가 낯선 음식에 도전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이번 휴가의 방침이 안하던거 해보기였으니. 작은 어선들이 부지런히 오가는 강가에서 여유로운 아침식사라니. 낯선 경험.
배부르면 산책을 해야지.
동네로 나갔다. 리조트에서 나가면 바로 작은 로컬 상점들이 모인 거리가 나오고 그 뒷건물부터는 마을이다. 천천히 마을 안쪽까지 두루 산책하며 일상의 이 곳 이들을 본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도 나누며. 초등학교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이 엄청 환대하며 말을 건다. 길게 대화할만한 언어능력은 내게 없지만서도 대충 의사소통은 되는 그런 시간을 잠시. 떠나는 나를 아쉬워한다. 나도 아쉬웠단다.
리조트로 돌아와 풀장 옆의 여유로운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약간 춥게 느껴지는 가을 날씨에도 수영하는 이들이 있더라. 난 그 옆에서 책봤지 뭐. 그러다가 졸기도 하고. 몹시 뻘쭘했지만 아무도 안봤을 것이라 굳게 믿으며 의연하게 다시 집중 독서. ㅋ
책 한 권을 다 봤다. 기억에 얼마나 남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책 한 권을 다 본 기념으로 외식을 하기로 했다. 찾아보니 해변에서 즐기는 씨푸드가 가능한 곳이 있더라. 안방비치의 라 플라주라고. 파도소리 들으며 즐기는 식사라니. 바로 갔지 뭐. 운좋게도 마침 바닷가 끝쪽에 자리가 있어 앉으니 완전 황홀. 아직 남은 해의 마지막 빛과, 어둠이 다가오며 사위어가는 빛을 경험했다. 이른바 개와 늑대의 시간. 장관이더라. 아름답기도 하고. 좋아하는 벗들에게 다 보여주고 싶을만큼.
근데 오래는 못있겠더라고. 추워서. 1월 안방비치의 저녁은 꽤 추웠다. 비엣남에서 추위를 느낄거라는 상상은 해본 일이 없는데 현실로 마주하다니. 그새 친해진 택시기사에게 톡으로 오라고 요청해서 리조트로 돌아왔다. 산책로 불빛 외에는 강이며 바다는 캄캄하다.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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