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지도자를 조사하고 처벌해야 할 이유
만일 진보 정부가 우리 군의 전시 비축 탄약을 몰래 해외로 반출했다면 보수 야당은 “국가 반역죄”라며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나섰을 거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지금쯤 검찰에서 안보실장과 국방장관, 참모총장을 다 잡아 가두고 전직 대통령을 소환했을 것이다. 지금 미군에 대여한다는 50만 발의 전시 비축 탄약은 대한민국의 생명줄이다. 설령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군에 탄약을 주라고 지시를 해도 참모총장은 직을 걸고 이를 거부해야 한다. 그게 바로 군사 지도자의 본분이자 의무다. 육군 탄약창에서 대량으로 비축 탄약이 나가는 걸 보고 과연 어떤 군 지도자가 잠이 오는가.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는가. 그러고도 나 장관이요, 총장이요, 사령관이요 하면서 자리나 보전하는 그들에게는 군복이 부끄러울 일이다.
게다가 155미리 포탄은 한국 지상군의 대화력전의 핵심 무장이다. 우리 육군은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 이후 대포병전에 대비하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여 왔다. 대포병 탐지 레이더(ANTPQ-37), 신형 자주포, 탄약 운반 장갑차, 이그루형 탄약고 등에 육군의 예산을 쏟아붓다시피 했다. 그렇게 예산을 투입하고도 아직 평시에 적어도 30일 전쟁을 수행해야 할 155미리 포탄의 저장량은 불과 일주일 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20여 년간 각종 한미 국방 회의 때마다 한국 측은 “미군의 포탄 비축량을 늘려달라”고 졸라대며, 비상시를 대비한 미군의 탄약을 긴급 구매하는 “전시 정부 간 거래(FMS) ” 절차와 제도를 미 측에 제안하였다. 그럴 때마다 미 측은 “한국이 미군의 포탄을 사든지, 아니면 자체 비축량을 늘리라”며 번번이 제안을 거절했다. 10여년 전 쯤에 한 국방장관은 미 측에 탄약 부족 실태를 경고하는 서한과 함께 군 고위급 인사를 미 국방부에 급파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진행되어 온 우리 안보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 안보의 지형을 또 한 번 흔들었다. 미군이 자체 보유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도 포탄이 부족해지자 올해 들어와서는 한국에 비축해 놓은 미군의 전시비축 포탄을 우크라이나로 빼돌리기 시작한 거다. 이때 우리 국방부는 미 측에 강력한 우려와 항의를 전달했어야 했다. 작년 11월부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군과 민간을 무차별적으로 미사일과 포탄으로 공격해 오자 이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군의 포탄 소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 시점에서 미국과 나토, 폴란드, 우크라이나는 일제히 한국에 포탄 지원을 요청해 왔다. 특히 1월에 서울을 방문한 나토 사무총장은 매우 절박하게 한국에 포탄을 요구하였다. 이때라도 우리 포탄이 우크라이나에 지원될 가능성을 고려했다면 전시대비 비축탄이 아니라 포탄 생산 업체로 하여금 재고 물량을 늘리도록 요청하고 포탄 지원 시기를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늦추는 등 안보 공백 해소 대책을 준비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월까지 “전쟁 지역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며 폴란드에 이미 수출한 10만 발의 포탄을 제외한 어떤 조치도 취한 바 없다. 그런데 갑자기 3월 초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추진되자 미국에 극도의 존경심을 표명하려는 용산은 감히 질 바이든 여사의 요청을 묵살한 김성한 안보실장의 목을 날렸으며, 전격적으로 포탄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전대미문의 무장해제 사태가 발생한 거다. 더불어 러시아의 반발까지 주도면밀한 외교 대책을 수립했어야 하는데, 미국 국빈 방문의 기대감에 한껏 고취된 용산은 그럴 여유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지독한 동맹 중독 증세와 함께 망상이 눈을 멀게 한 거다. 이러는 동안 우리 군 지도부는 감히 대통령에게 직언도 하지 못하고, “수출”이 아니라 “대여”라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꼼수로 돌아섰다.
이 심각한 사태에서 국방부는 반출된 포탄의 상당량은 주한미군 비축탄이며, 헌 포탄을 주고 새 포탄으로 돌려받을 것이라는 이상한 변명을 하고 있다. 주한미군 포탄은 전시비축탄이 아닌가. 다 같은 연합방위역량이다. 미군 포탄이면 나가도 된다는 말 아닌가. 게다가 돌려받는 시점은 과연 언제인가. 미국이 언제까지 채워 넣겠다는 보장을 한 적이 있는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국정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부 처벌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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