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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종교인은 남을 더 잘 도울까? -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 슈테판 클라인

by 길찾기91 202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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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은 남을 더 잘 도울까? 

직업상 도덕적 원칙을 고민해야 하는 사람조차도 결정적 순간에는 감정이입을 하지 못한다. 혹은 아예 깨닫지 못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신학자인 대니얼 뱃슨은 일상생활에서 종교의 도덕적 역할을 의심하기에 적합한(동시에 복음서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입증한) 실험을 실시했다.
뱃슨은 프린스턴 대학에 재학 중인 40명의 신학과 학생에게 '착한 사마리아 사람'을 주제로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신약성서 누가복음(10:30-35)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남자가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가던 중 강도의 습격으로 중상을 입고 길에 쓰러져 있었다. 우연히 제사장이 지나가다가 그를 보았지만 그냥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가버린다. 시체처럼 보이는 사람 때문에 옷이 더러워질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유대 율법에 따르면 제사장은 친척의 시체만 만질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유대교 율법학자인 레위 사람이 지나갔지만 그도 똑같이 행동한다. 마지막으로 사마리아 사람이 지나갔다. 유대족에게 무시당하던 부족이었지만 그는 연민을 느껴 바람직하게 행동한다. 피해자의 상처를 씻은 후 근처 여관까지 데려가서 주인에게 돈을 주며 그를 부탁했던 것이다.
대학생들은 예수가 이웃 사랑을 설파하기 위해 들려준 그 우화에 대해 강의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리고 세미나장으로 가는 길에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가는 중에 일어났던 일과 똑같은 일을 경험했다. 한 남자가 현관에 웅크리고 누워 고통으로 몸을 뒤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신학과 학생들은 그가 배우라는 걸 몰랐다. 그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누가복음의 내용과 똑같았다. 그들은 무심코 지나쳤다. 뱃슨의 말대로 "한 대학생이 '착한 사마리아 사람'에 대한 강연을 하러 가는 길에 말 그대로 피해자를 뛰어넘고 달려가는 일이 실제로 여러번 일어났다." 미래의 성직자 40명 중 16명만이 어떤 식으든 도움을 주었다. 결과의 검증을 위해 뱃슨은 그들 중 다수에게 강연의 주제를 '착한 사마리아 사람' 대신 '미래의 직업 전망'으로 바꾸게 했다. 나아가 피실험자의 종교적 입장까지 캐물었다. 하지만 강연의 주제도, 신앙심의 정도도 도움의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놀랍게도 그들의 행동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 있었다. 강연장까지 가는 시간을 여유있게 할당받은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이 도움을 주었다. 반대로 시간이 촉박한 사람은 거의 대부분 지나쳤다.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 슈테판 클라인. 웅진지식하우스. 2011. 1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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