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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by 길찾기91 2024.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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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은 이내 놀라운 비밀을 드러냈다. 나는 나무들이 땅속 경로체계로 연결되어 거미줄처럼 얽힌 채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나무들은 땅속 경로를 매개로 더는 부인할 수 없는, 예로부터 내려온 복잡함과 지혜를 감지하고, 인연을 맺고, 상호 작용을 한다. 실험을 수백 번 했고 한 가지 발견은 다음 발견으로 이어졌다. 과학 탐구 과정에서 나는 나무와 나무 사이의 의사 소통과 숲이라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 초창기에는 내 연구의 근거를 두고 논란이 상당히 뜨거웠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엄정하며 논문은 동료 연구자들의 심사를 거친 후 출판된다. 과학은 동화도, 상상의 나래도, 마법 같은 유니콘도, 할리우드 영화 속 허구도 아니다.

 

앞서 말한 과학적 발견은 우리 숲의 생존을 위협하는 다양한 삼림관리 관행에 도전하고 있는데, 특히 자연이 지구 온난화에 적응하기 위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나의 의문은 우리 숲의 미래에 대해 진심으로 우려하는 입장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계속 실마리를 모아 가다 보니, 숲에 단순히 나무가 모여 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그런지 알아내고 싶은 강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무들은 나에게 그들이 얼마나 민감하며 잘 반응하는지, 그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대화하는지 보여주었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일 때문에 숲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그 후에도 숲은 어릴 적 살던 집이 있던 곳, 위안을 주는 곳, 캐나다 서부에서 경험한 모험의 장소가 되어주었다. 숲과의 인연은 자라나 숲의 지혜에 대한 더 총체적인 이해가 되었고, 나아가 숲의 지혜에 대한 우리의 존경을 다시금 회복할 방법, 자연과의 관계를 치유할 방법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졌다.

 

숨겨진 지하의 진균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조사하던 중, 최초의 실마리 하나가 등장했다. 대화가 오가는 비밀스러운 길을 따라가다가 나는 땅속의 진균 네트워크가 숲 바닥을 온통 뒤덮고 모든 나무를 연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거점 나무들과 진균이 만들어 낸 연결점들이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었다. 이내 드러난 간략한 지도를 통해 놀랍게도 어린 나무를 되살려내는 진균 연결 고리의 원천이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들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크고 오래된 나무들은 모든 이웃을 연결한다. 그들은 어린 나무는 물론이고 늙은 나무와도 이어져 있으며, 축삭, 시냅스, 마디(node) 등으로 구성된 정글에서 중추적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패턴에서 가장 놀라운 면모들을 알아낼 수 있었던 여정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고 싶다. 숲은 인간의 뇌와 비슷한 점이 있다. 숲속에서는 늙은 나무와 젊은 나무가 화학적 신호를 내보내며 서로를 인지하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에게 반응한다. 인간의 신경 전달 물질과 똑같은 화학 물질을 사용하고, 이온이 연쇄적으로 진균의 막(membrane)을 통과하며 만들어 내는 신호를 통해서 말이다.

 

나이든 나무는 어떤 묘목이 자신의 친족인지 아닌지 구별할 줄 안다. 오래된 나무들은 어린 나무들을 양육하고 인간이 아이들을 기르는 것과 똑같이 어린 나무에 음식과 물을 준다. 이것만으로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숲의 사회적 본성에 대해, 또 숲의 사회적 본성이 진화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에 충분하다. 진균 네트워크는 나무들을 건강하게 하려고 짜여진 것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나무들은 자식 나무들을 엄마처럼 보살피고 있다.

 

어머니 나무.

 

숲의 의사소통, 보호, 감각의 중심에 있는 장엄한 허브(hub), 어머니 나무가 죽는 날이 오면 어머니 나무는 무엇이 득이 되고 해가 되는지,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끝없이 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을지에 대해 알고 있는 바를 친족과 후손 나무에 나누어주며 대대로 이어질 지혜를 물려준다. 이것은 바로 모든 부모가 하는 일이다.

 

어머니 나무는 어떻게 전화만큼 빠르게 경고 신호, 인식 메시지, 또 안전 관련 보고를 전송할 수 있을까? 어머니 나무들은 어떻게 고통과 질병을 겪으며 서로 도울까? 왜 그들은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고 시민사회의 일원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평생을 숲의 탐정으로 보내고 나자 숲에 대한 나의 인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나는 숲속에 더 깊이 파묻히게 된다. 과학적 근거는 무시할 수 없다. 숲은 지혜와 감성, 치유의 능력을 타고났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나무를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나무가 어떻게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사이언스북스, 20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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