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문한 하미마을 위령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학살의 현장에 세워졌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돌판이 있고 넋을 기리기 위한 작은 시설이 있는 곳.
조금 외진 곳이기도 하고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라 방문이 쉽진 않았다.
뙤약볕이었지만 마음 먹고 방문했던 하미마을 위령비 시설의 문은 잠긴 상태.
아쉬움을 달래며 밖에서 한국인의 입장에서 미안한 마음으로 나름의 예를 갖추는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분이 많이 반가워하시며 담을 넘어가서 해도 된다고 권하셨다. 차마 그럴순 없어서 그냥 밖에서 예를 갖춘 후 그 자리를 떠났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다른 오토바이를 탄 분이 열쇠꾸러미를 들고 찾아오셔서 다시 가자신다.
고마운 마음으로 다시 길을 가서 정식으로 예를 갖췄다. 제단 아래서 향을 찾아 꺼내주시기도 하고. 알고보니 이 분은 일가족 일곱분을 그 현장에서 잃은 분이다. 한참을 설명하고 안타까워했으며 고마워하기까지. 우린 가해자의 나라 사람인데도.
또 알고보니 아까 담을 넘어가라셨던 분이 관리하시는 분을 찾아가서 한국인이 왔다고 얼른 열쇠갖고 가라셨던 것이다. 그 분도 아주 어린 시절 그 학살의 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였던 것. 다시 찾아와서 우리에게 고맙다시는데 이거 참. 마음이...
한 번 방문하는 것으로 마음의 빚을 갚을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방문해서 예를 갖추고 싶었다. 남은 분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고 아파하고 있으며 몸으로 고난을 경험 중이니. 그 분들에게 예의를 갖추는 건 우리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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