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세상이야기

손끝으로 여는 삶결 - 이토록 다정한 기술, 변택주, 김영사

by 길찾기91 2024. 12. 18.
728x90
반응형


손끝으로 여는 삶결

미국 시애틀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 교회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친구가 성경책을 읽으려고 무려 3kg이나 되는 점자 읽는 기기를 목에 걸고 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던 김주윤. 그 마음 바탕에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시각장애인들도 편하고 가볍게 쓸 수 있는 점자 스마트 워치 '닷 워치 Dot Watch'를 개발하고 '주식회사 닷'을 세웁니다.

닷 워치는 손끝으로 읽을 수 있는 손목시계입니다. 시계 시침과 분침이 있을 자리에는 디지털 점자가 있어 시간을 드러내줍니다. 닷 워치에는 두 가지 매력이 있습니다. 하나는 블루투스로 휴대전화와 연동해 점자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SNS나 문자 메시지 내용은 물론 발신자 정보를 확인할 수도 있고, 내비게이션이나 날씨 확인, 알람 설정, 음악 재생도 됩니다. 이 모두가 간단한 터치와 점자 메뉴로 구동됩니다. 또 다른 매력은 싼값입니다. 어디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써서 이제까지 나와 있는 점자 읽는 기기에 견줬을 때값이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30만 원 선에 내놨습니다. 전 세계에 시각장애인은 2억 8,500여 만 명, 그중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5%에 지나지 않습니다. WHO에 따르면, 18세 미만 시각장애인 아이 90%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살고 있습니다. 이 아이 대부분은 점자 보조 기기를 만져보지도 못했고, 스마트 워치와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없습니다. 그러니 정작 모진 처지에 놓인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닷 워치는 그림 속 떡일 수밖에 없지요. 더 큰 문제는 이 아이 대부분이 점자를 모르는 데다 점자를 배울 의지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있습니다. 새로 나오는 책 가운데 점자책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0.1~2%밖에 되지 않으며, 점자책 값은 여느 책보다 5배나 높거든요. 또 튀어나온 점자는 계속 만질 때마다 닳기 때문에 여느 책처럼 많은 사람이 돌려가면서 볼 수도 없습니다. 애써 점자를 배웠다 해도 딱히 쓸 곳이 없고, 책한권 구해 읽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이를 알아차린 '닷' 식구들은 개발도상국에 있는 시각장애인을 보듬겠다는 뜻을 세웁니다. '혼자 점자를 배우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들 수는 없을까?' '교과서가 들어 있어서 (멀리있는 학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고민합니다. 이 바탕에서 SD 카드나 USB에 교과서나 책 같은 여러 콘텐츠를 넣어서 소리와 함께 읽고 듣고 말하면서 배울 수 있는 가벼운 점자 모듈 '닷 미니'를 개발했습니다.

전 세계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 140만 명 가운데 42만 명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90%가 넘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배울 기회를 주겠다는 꿈을 세운 '닷'을, 빌 게이츠 재단과 KOICA CTS가 함께하는 그랜드 챌린지 코리아가 후원합니다. 든든한 힘을 얻은 '닷'은 케냐를 시범 사업 지구로 골라'닷 미니'를 보급하고 점자 교육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습니다. 케냐에는 초등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각장애 아동이 4만5,000명에 이릅니다. 그 가운데 7,000명만이 학교에 다닙니다. 까닭은 간단합니다. 초등학교 정규 과목은 여섯 가지입니다. 점자책은 두꺼워서 과목당 책이 적어도 네 권은 있어야 합니다. 점자책 한 권 값은 30달러나 합니다. 한 해에 한 학생이 사야하는 점자책이 24권으로, 들어가는 돈만 720달러, 초등학교 과정 5년 동안 들어가는 교재비가 3,600달러로, 우리 돈으로 400만원이 넘습니다. GDP가 1인당 1,245 달러인 케냐 사람들에게는 너무 버겁습니다. 그런데 닷 미니는 ① 먼지 속에서도 오래 쓸 수 있고, ② 혼자서도 점자를 배울 수 있으며, ③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가볍고, ④ 교재를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 닷 미니에 저장하면 점자로 출력되며, ⑤닷 미니 한 대 값은 한 학기 교재비 25%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분간 이보다 공부하기에 좋은 기기를 찾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케냐 시각장애인협회는 지난해 100만 달러를 들여 학교를 비롯한 기관에 닷 미니 8,000대를 공급했습니다. 미국 <타임TIME>지는 "시각장애인 삶을 송두리째 바꿔줄 제품"이라며 '닷'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토록 다정한 기술, 변택주, 김영사, 2023, 78-82.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