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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더 많으면 상황이 나아질까? 아니면 더 나빠질까? 우리는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현재 수많은 기업과 정부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보 기술인 AI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투자가 마크 앤드리슨과 같은 몇몇 선도적인 기업가들은 AI가 마침내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 2023년 6월 6일 앤드리슨은 <AI가 세상을 구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하며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 AI는 세상을 파괴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세상을 구할 것이다"라든지 “AI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와 같은 대담한 진술을 쏟아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AI의 발전과 확산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위험이기는커녕 우리 자신과 자녀들, 그리고 우리 미래를 위한 도덕적 의무다."
레이 커즈와일도 이에 동조하며 <특이점이 더 가까워졌다>에서 "AI는 질병과 빈곤, 환경 파괴 등 인간의 모든 약점을 극복하는 것을 포함해 우리에게 닥친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중추적인 기술이다. 우리는 이 신기술의 약속을 실현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커즈와일은 AI 기술의 잠재적 위험을 예리하게 인지하고 자세히 분석하지만, 이 위험은 충분히 완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철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요슈아 벤지오, 제프리 힌튼, 샘 알트만, 일론 머스크, 무스타파 술레이만 같은 AI 분야를 선도하는 많은 전문가들과 기업가들이 AI가 인류 문명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대중에게 경고해왔다. 벤지오와 힌튼 등 여러 전문가들이 공동 집필한 2024년의 한 기사는 “견제받지 않는 AI 발전은 생명과 생물권의 대규모 손실은 물론, 인류의 소외와 절멸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2,778명의 AI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2023년 설문 조사에서 3분의 1 이상이 발전된 AI가 인류의 멸종처럼 나쁜 결과를 초래할 확률이 10퍼센트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2023년에 중국, 미국, 영국 등 약 30개국 정부가 블레츨리 선언에 서명하며, “AI 모델의 가장 중요한 기능들에는 심각하거나 심지어 파멸적인 피해를 초래할 잠재력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전문가들과 정부들은 이런 종말론적 문구를 사용할 때 반항적인 로봇이 거리를 활보하며 인간을 총으로 쏘는 할리우드 영화 속 장면을 불러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런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으며, 실제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 뿐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경고한다.
첫째, AI의 힘은 기존의 인간 갈등을 증폭하여 인류를 분열시킬 가능성이 있다. 20세기에 철의 장막이 냉전 시대 경쟁 강국들을 분열시켰듯이, 21세기에는 가시철조망 대신 실리콘칩과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실리콘 장막이 새로운 세계 갈등을 일으켜 경쟁 강국들을 분열시킬지도 모른다. AI 군비경쟁으로 점점 더 파괴적인 무기가 생산될 테니, 작은 스파크만 일어도 파멸적인 화재로 번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실리콘 장막은 인간을 한 집단과 다른 집단으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인간의 새로운 지배자 AI와 분리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디에 살든 불가해한 알고리즘으로 짜인 거미줄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 이 알고리즘들이 우리의 삶을 관리하고, 우리의 정치와 문화를 재편하며, 심지어 우리의 몸과 마음까지 재설계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를 통제하는 힘을 멈추기는커녕 더 이상 이해수 없게 될 것이다. 만일 21세기의 전체주의 네트워크가 세계 정복에 성공한다면, 그때 전체주의를 운영하는 주체는 인간 독재자가 아니라 비인간 지능일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민주주의 이후 미국을 전체주의 악몽의 불씨로 꼽는 사람들은 위험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중국인, 러시아인, 미국인, 그 밖의 모든 인간이 비인간지능의 전체주의적인 잠재력에 함께 위협받고 있다. 위험의 규모를 고려하면 AI는 모든 인간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다. 모두가 AI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AI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기술임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이제껏 인간이 만든 발명품들이 인간에게 힘을 실어준 이유는 새로운 도구가 아무리 강력해도 그것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은 항상 우리 몫이었기 때문이다. 칼과 폭탄은 누구를 죽일지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정보를 처리하고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능을 갖추지 못한 바보 도구일 뿐이다. 반면 AI는 스스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따라서 인간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다.
또한 AI는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스스로 음악부터 의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다. 축음기는 음악을 재생했고 현미경은 세포의 비밀을 보여주었지만, 축음기가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하거나 현미경이 신약을 합성할 수는 없었다. AI는 이미 스스로 예술을 창조하고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몇십 년 내에 AI는 유전 코드를 작성하거나 아니면 비유기적 존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비유기적 코드를 작성함으로써 새로운 생명 형태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AI 혁명의 초기 단계인 지금 이 순간에도 컴퓨터는 이미 우리에게 대출을 해줄지, 우리를 직장에 고용할지, 교도소에 보낼지와 같은 결정을 내린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되고 가속화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과연 컴퓨터 알고리즘이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그것은 빗자루에 주문을 걸면 물을 길어 올 것이라는 믿음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도박이다. 그리고 이 도박에 우리가 거는 것은 단지 인간의 삶만이 아니다. AI는 우리 종의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 형태의 진화 경로를 바꿀 가능서이 있다.
<넥서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20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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