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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자발적 노예를 지향하는 국회의원들 - 찐자의 저울, 진혜원, 더봄

by 길찾기91 202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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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노예를 지향하는 국회의원들

 

2023년 9월 18일, 대법원은 최강욱 국회의원에 대해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규정된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민이 선출한 대리인이 일정한 형량에 달하는 형이 확정되면 그 자격을 상실하도록 하는 법을 만든 주체는 해당 대리인이 소속되어 있는 국가기관, 곧 국회이다. 이는 입법부에 대해 사법부가 우익를 점하도록 만든 당사자가 바로 국회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국회는 법을 만들고, 예산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국회는 입법부가 사법부의 판결이 아닌 주권자인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할 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어차피 임기가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직 공직자가 그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 명실상부하게 정착되어야 민주주의가 좀 더 탄탄한 반석 위에 올라설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이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시민들의 신뢰에 기대지 않는다. 검찰과 법원의 손에 자기의 운명을 자발적으로 맡겨 놓고 있다. 영락없이 스스로 노예가 되기로 작정한 모양새이다. 혹자들은 "범죄자가 공직에 있는 게 맞냐?"는 단순한 논리로 사법기관의 국회 통제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입건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범죄자이다. 일례로 후보자가 토론회에서 "아니오"라고 대답한 사소한 문제를 꼬투리 삼아 몇 년 동안 괴롭히기조차 했다. 그러나 생태탕을 먹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은 거짓말일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기소하지 않았다. 반면, 어떤 경우에는 실제로는 중대범죄자인 인물이 검찰과 법원에서의 인맥이 오겹살처럼 두툼한 덕분에 오랫동안 공직에서 기생해 왔다.

 

국회의원의 정치생명이 유권자들의 심판이 아닌 수사기관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에 좌우되도록 이끄는 법률 조항들이 계속 존속하는 한 정치인의 자발적 노예화 현상에는 좀처럼 마침표가 찍히지 않을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의회가 예산 배정은 물론이고 국정조사나 국정감사 업무 수행에 필요한 행정수색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하지 않고 그마저 수사기관에 위탁하고 의존하는 상황이다. 국회의 위상과 권능이 마치 법무부 산하의 일개 자문위원처럼 전락해버린 셈이다. 지금의 우리나라 국회에는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국회를 사법부의 자발적 노예제로 만들어 놓고 있는 기존의 규정들을 개폐하고 대체하기 위한 입법 작업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까닭이다. 오죽하면 대법원이 사소한 말실수를 구실로 삼아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려는 불순하고 한심한 사태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시를 하겠는가?

 

“선거를 전후하여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문제 삼아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이로 인하여 수사권의 개입이 초래된다면 필연적으로 수사권 행사의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거 결과가 최종적으로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좌우될 위험에 처해짐으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로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민주주의 이념이 훠회손될 우려도 있다."(2019도13328)

 

정치인을 판검사의 노예로 만드는 제도와 관행에 단호하게 마침표를 찍으려는 의지와 결기로 충만한 인물들이 더 많이 국회로 진출하기를 바란다. [2023.09.19]

 

찐자의 저울, 진혜원, 더봄, 2024, 12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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