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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참여정부는 관료주의에 포획되었나, 노무현

by 길찾기91 2021.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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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는 관료주의에 포획되었나, 노무현

 

무식하게 할 걸 바보같이 해서

 

이거 하나는 내가 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했던 거는 오히려 예산을 가져오면 색연필 들고 사회정책 지출 끌어올려 하고 위로 쫙 그어 버리고, 여기에 숫자 맞춰서 갖고 와 이 정도로 나갔어야 하는데..뭐 어디 어느 부처는 몇 프로 깎고, 어디는 몇 프로 올리고……. 사회복지 지출 몇 프로 올라가고,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떻고 20년 뒤에는 어떻고 이러니까 가만 보고, 야 그것만 해도 많이 올랐네' 이리 간 거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거 없이 색연필 들고 꽉 그어 버렸으면 되는 건데……. '무슨 소리야 이거. 복지비 그냥 올해까지 30프로, 내년까지 40프로, 내후년까지 50프로 올려 그냥 쫙 그어 버렸어야 되는데, 앉아서 '이거 몇 프로 올랐어요?'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그래요. 그래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서……. 논리적으로 해서 성과가 많지 않은 것인지…… 그리 했으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어요.

 

그 다음에 다른 거는 돈 만드는 사업을 발굴해 오라 했는데, 사업 발굴이 안 되더라고요. 정부 돈을 쓰는 사업인데, 정부돈을 풀어서 국민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쪽으로, 국민들의 역량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하는 사업인데요. 이거 몇 가지 있잖아요? 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높이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그래서 국민 복지로 연결되는, 그런 거 아니겠어요? 우선 예산을 써서 국민 복지가 향상돼야 하고, 개인의 능력이 향상돼야 하고, 그것이 일자리와 결합되고, 뭐 이런 것이 목표였죠. 그런 것을 찾아오라 해도 사업 발굴이 잘 안 되더라니까요. 그게 아까 말했던 공무원들 행정 얘기겠지요. 총론적으로 복지에 많이 써야 된다 하는데, 각론으로 가면 공무원들이 옛날부터 하던 일에 예산을 자꾸 더 가져가려고 하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서 예산을 받아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잘 안 돼요. 그래서 막 그쪽에 압력을 넣고 재촉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라고 막 독촉하고, 돈 줄게 하고, 교육시키고, 뭐 그래 하는 거지요. 그렇게 그냥 앉아서 관료에 포획됐고, 잘 안 됐고, 이래 얘기해서는 참…….

 

시대의 기온으로 관료주의를 극복해야

 

나는 그 관료들을 보고 관료들이 자기들의 이익에 충실한 거는 맞고, 자기들의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것도 맞고, 관료들도 사람이고 조직에 소속된 이상 조직 이기주의가 있는데, 말하자면 관료주의라고 하는 이기주의가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적대시해선 안 되는 것이죠.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관료주의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키고 희석시켜서 열심히 일하게 하느냐, 그리고 일하는 방향을 바꾸게 하느냐, 그래서 가치관을 바꾸느냐 그것이 중요하죠. 가치관이라는 것은 개인의 가치관 문제가 아니고 그 시대의 가치관이라는 것을 실용하게 하는 것이거든요. 관료 조직도 시대와 동떨어져서 가려고 하진 않아요. 봄이 오면 봄옷으로 갈아입어요. 여름 되면 여름옷을 입게 돼 있고, 아무리 보수적인 사람도, 아무리 진보적인 사람도 체질적으로 여름에는 여름옷 입고 가을 되면 가을옷 입고 겨울 되면 겨울옷 입어요. 관료들이나 국민들이나 역사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봐야죠.그러나 이제 다른 것은 봄·여름·가을·겨울처럼 규칙으로 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운행하지 않고, 그 시기마다 도도한민심들이…… 말하자면 기온이 계절을 만들어 내는 거 아닙니까? 계절을 만들어 내는 것이거든요. 진보 정권이 들어가면 관료들이 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것이죠. 갑자기 어느 날호루라기 딱 불어서 '야 옷 벗어이게 아니고, 봄이 왔다는 것을 계속…… 지금은 봄이다. 지금이 진보주의 시대다, 진보주의가 우리의 살 길이고 우리의 미래다. 이런 것을 끊임없이 확산시키고 거기에 맞는 일들이 생기도록 신호를 주는 그런 게중요해요. 총론적으로 신호를 주고 각론적으로도 최대한 신호를 주고 해서 그렇게 하게 만드는 것이죠.

 

참여정부는 관료주의에 포획되었나마무리 부분. 노무현, 2009. 3. 24. <진보의 미래> 23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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