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먼지 문제는 중국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어려운 사안이다. 그런데 유입되는 오염먼지 책임을 일방적으로 중국에 묻긴 어렵다. 이에 관한 중국 과학자들의 연구가 2017년 3월 <네이처>에 게재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국 과학자들이 오염먼지로 인해 2007년에 발생한 세계 345만 명의 조기 사망자의 원인을 분석했다. 중국 오염먼지가 장거리 이동해 동아시아 국가(한국, 북한, 일본, 몽골)에서 발생시킨 조기 사망자는 약 3만 명이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이 중국 상품을 수입하면서 발생시킨 중국의 조기 사망자는 약 4만 명이었다. 다시 말하면 중국 내에서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을 위해 가동되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먼지 때문에 발생하는 중국 조기 사망자 수가, 중국 오염먼지로 한국과 일본에서 발생하는 조기 사망자 수보다 많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무역 흑자국이기도 하다. 시장 논리에 따라 중국을 값싼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 오염먼지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 국가 단위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환경과 경제를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중국과 함께 오염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드러난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방식보다는 복잡한 현실에서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2018년에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에 발표된 논문에서 중국은 2014년에서 2016년 사이에 자국의 발전소에서 이산화황 배출을 7~14퍼센트 줄였다고 밝혔다. 중국도 오염먼지에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스스로 배출량을 꾸준히 줄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PM2.5의 연평균 기준을 세제곱미터당 10마이크로그램으로 정했다. 세계에서 이 기준보다 더 좋은 공기를 마시는 사람의 비율은 약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서울 역시 연평균 오염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기준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 농도는 과거 우리나라보다는 낮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높다.
시민들은 선진국 수준의 깨끗한 공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염먼지가 쉬운 문제였다면 시민들의 엄청난 관심에 힘입어 이미 해결되었을 것이다.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가 오염먼지 문제에 시달린다는 것은 재원의 문제도 아니고 기술의 문제도 아니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와 집행 의지의 문제다.
오염먼지 배출을 줄이는 것은 산업계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오염먼지에 얼마만큼 대응할 것이냐는 문제는 건강과 이윤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다. 건강을 선택할 경우, 전기와 상품의 가격 상승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정책 등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시민은 맑은 공기를 요구하면서 오염먼지 배출로 누리는 편익을 함께 요구할 수 없다. 오염먼지는 정부 관료와 전문가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성찰해야 하는 문제다.
작디작은 오염먼지 안에 무시하지 못할 위험과 갈등을 감추고 있다. 오염먼지는 산업 문명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에서 발생했다. 화려한 문명 안에서 축적되는 오염먼지로 우리는 병들고 서로 갈등한다. 작은 먼지가 거대 산업 문명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먹고 쓰고 버리고 사는 게 맞느냐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조천호, 동아시아, 2019. 179-181.
'책과 세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시대의 네 가지 계급 - 로버트 라이시 (0) | 2021.02.17 |
---|---|
무임승차국이 강제승차국보다 돈을 더 내는 게 정의다 - 파란하늘 빨간지구 (0) | 2021.02.12 |
참여정부는 관료주의에 포획되었나, 노무현 (0) | 2021.01.27 |
정교분리의 진정한 의미 - 박철수 (0) | 2021.01.25 |
한일조약 - 동아시아의 우흐가지, 서승 (0) | 2021.01.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