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장관’을 내주고 나서]
어젯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입니다. 정의당의 배진교 원내대표께서 박준영 해수부장관을 겨냥해 “외교행낭을 이용한 부인의 밀수행위는 명백히 외교관의 직위를 이용한 범죄행위”라고 발언했습니다. 혼자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 그건 아닌데...” 이 문제로 일부 민주당 의원과 정의당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정의당은 늦은 밤 “외교행낭을 이용한” 대목을 삭제했습니다. 오류를 인정한 겁니다.
밀수행위도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으로 귀국할 때 이삿짐 수입신고, 관세청 통관 등을 모두 적법하게 거쳤습니다. 그러니 범죄행위라는 말도 틀린 말입니다. 물론 정의당이 이 내용까지 고치지는 않았습니다.
정의당의 불찰을 지적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왜 정의당 의원조차도, 핵심인 원내대표조차도 이렇게 오해하고 있을까요?
우선은 국민의힘이 거짓된 주장을 내놨고, 일부 언론이 한껏 부풀려 보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에 대해 우리(범 여권)가 너무 무력하지 않았나 하는 겁니다. 최소한의 항변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이 듭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지만 그래도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1) 박 후보자의 신고재산은 마이너스 161만 원입니다. 일산에 집이 한 칸 있기는 하지만, 은행과 공무원연금 공단에서 빌린 돈이 6억4천만원이나 돼서 적자 인생입니다. 행시 합격해서 30년 동안 고위공무원으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이 정도면 청렴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합니다. 무능했다는 말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실제로 그 흔한 세종시 공무원아파트 특별공급 청약도 해본 적 없고, 주식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2) 도자기는 숫자가 많아서 그렇지 다 싼 것들입니다. 영국의 벼룩시장에서 1개에 1500 원부터 3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1250 점이라고 해봐야 사들인 값으로 따지면 1~2천만 원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 판 건 32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카페 문을 연 이후 1년4 개월 동안 판 전체 가액입니다. 16개월 동안 320만 원어치 팔았으니, 한 달에 20만 원어치이고, 영국에서 구입한 원가를 빼면 한 달에 10만 원이나 벌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돈 벌 목적으로 도자기를 구입한 거라면 부인 또한 한심한 분입니다.
3)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 후보자는 ‘욕받이’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당시 박 후보자는 유가족 지원반장을 맡아 매일 진도체육관으로 출근했습니다. <뉴스1> 김상훈, 백승철 기자가 보도한 내용 일부입니다.
“B 씨는 “당시 공무원들 상당수가 유족을 만나는 걸 꺼려했는데 박 후보자는 피하지 않았다. 1주일간 양말 하나로 버티면서 묵묵히 가족들을 지원했다. 주변 동료들이 ‘목욕탕에 가서 씻고 오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며 “당시 박 후보자가 힘들었지만 진심으로 일했고 다들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 후보자를 이렇게 기억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공무원 중에 저런 분이 한 분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소수였고, 그나마 눈에 띄지도 않았지만 진실의 한 조각이나마 알리고자 하는 기자들이 있었던 겁니다.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박 후보자를 옹호하고 그릇된 보도에 항변했다면 분위기를 바꿨을 수도 있습니다.
국회 소통관에 가서 기자회견을 하고, 방송사에 요청해서 여야 토론회를 벌이기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 되면 전문가들과 함께 문제의 카페에 가서, 실제로 그 도자기들이 얼마나 값어치가 나가는지 실사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카페에는 기자 수십 명이 몇 날 며칠 진을 치고 있었다니 기사화될 걱정은 안 해도 됐을 겁니다.
물론 결론은 똑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규명을 한 뒤 사퇴하는 것과 그냥 떠밀려서 사퇴하는 건 천양지차입니다. 최소한 외교행낭을 이용한 밀수행위라는 잘못된 딱지는 떼어줄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모습이 되풀이되는 걸 보고 공직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이 정부는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구나. 야당이나 언론에 조금이라도 책잡힐 일은 하지 말자.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더욱더 조심하자.”이러지 않을까요? 우리는 함께 일하는 공직자들에게 헌신만 요구하지 최소한의 믿음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임기 말이 될수록 관료들에게 포위되고 있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공직자들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 발맞춰 헌신적으로 일을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박준영 후보자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에 기인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박 후보자 생각에 어젯밤 많이 뒤척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어코 피맛을 보려는 무리들에게 너무 쉽게 살점을 뜯어내주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맴돕니다.
한참 ‘뒷북’이지만 그래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말자는 취지에서 기록해둡니다. 저부터라도 하자는 각오를 다져봅니다.
- 김의겸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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