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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이연주 변호사

by 길찾기91 2021.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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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이우진은 말합니다. 

“상처받은 자에게 복수만큼 잘 듣는 처방은 없어요” 

한서린 푸닥거리를 하는 동안 자기환멸을 잊고 적에게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거기다가 국가권력으로 하는 복수라면 법집행이라는 얄팍한 허울까지 얻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입니다. 

추운 줄도 모르고 사각팬티만 걸친 김학의는 “동네 꼬마녀석드을~ 추운 줄도 모르고오~”로 시작되는 노래를 부르며 음란한 짓을 시작합니다. 

검사들은 그런 학의형을 몰라보고 싶었을 겁니다. 

그 부끄러운 사람은 끝까지 학의형이 아니어야 했고 자신들이 몰라본 척 했던 것도 들키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떠들썩하게 공항에서 붙들린 것은 정말 산통깨지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그를 법대로 다루어야 하는 아픔이 시작된 것입니다. 

2012년 피의자와 성관계를 한 전모 검사에게 수뢰죄를 적용할 때 검사들은 일본 판례까지 뒤지는 집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2월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우리 학의형에 대하여 감히 수뢰죄를 들이댈 수는 없었습니다. 

학의형은 윤중천을 아예 모른다고 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윤씨의 원주 별장에 가서 음탕하게 놀기는 했으나 직무대가성이 없다는 발표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를 모르듯, 학의형은 윤씨를 모르고 검사들은 팬티만 걸친 사람의 정체를 몰라본 채 끝나야 했는데, 긴급출국금지는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된 것입니다. 

우선 출국시도는 도주의 우려가 되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학의형에게 대포폰을 개설하여 준 최모씨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게 되었을 때 차명전화 개설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회유한 사정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의 염려를 뒷받침하는 사실로 제시됩니다. 

학의형도 참 꼴사납게 되었습니다. 구속만은 피해야 했기에 이제까지 모르던 윤중천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야 했습니다. 

결국 검사들은 윤중천으로부터 받은 성접대를 뇌물에 포함시켜 기소하였고, 모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5천만원을 받은 것도 기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12년형의 중형까지 구형합니다. 

학의형은 12년형이 구형되자 책상을 손으로 치면서 1분여 동안 엎드려 소리 내 울었습니다. 

“제 평생, 돈이나 재물을 탐내며 공직 생활을 하지 않았다. 윤중천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인한 잘못된 처신, 정말 뼈아프게 자책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최후 진술 기회에 말합니다. 

이 모든 것은 악몽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류가 없다는 검찰의 자존심과 위신을 다시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성윤 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에서 선언합니다.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은 2019. 3. 중순경까지 김학의에 대하여 수사에 착수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조사기한 연장과 재수사 여론을 형성할 목적으로 무리하게 공개소환을 시도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항에서 붙들릴 당시 “범죄피의자로서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툭 튀어나옵니다. 

윤대진 검찰국장은 사법연수원 25기 동기로서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하여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국금지 조치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수뇌부 및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의 승인 아래 이루어진 일인데 왜 이규원 검사를 문제삼아 수사를 하느냐”고 했다고. 

올드보이에서 이수아의 손을 놓은 것은 이우진입니다. 

괴로워하며 울부짖지만, 이수아가 살아있음으로써 자신에게 씌워질 치욕의 굴레가 무서워 스스로 손을 놓아버립니다. 누나를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는 낮은 곳으로 흘러 오늘만 대충 수습하고 사는 오대수에게 향합니다. 

검사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전통을 깨뜨리고 검찰무오류의 신화를 건드린 비난은 당시 대검찰청 수뇌부로 향해야 하나. 차마 그럴 수 없으니 약한 이규원 검사에게로 향합니다. 

그리고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사건에 관하여 무혐의처분 결재를 해주지 않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내부결속을 해치는 본보기로 이번에 함께 처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상처받은 자에게 복수만큼 잘 듣는 처방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복수는 자멸을 부르는 장대한 비극이 됩니다. 

김학의의 긴급출금이 대검 수뇌부의 승인에 따른 것이라는데, 이규원 검사와 이 지검장을 골라서 기소합니다. 검사들의 그림에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비서관은 들어오지만, 대검 수뇌부는 들어오는 법이 없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 것을..

 

- 이연주 변호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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