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 上(상) 13
溫人之周,周不納客,問之曰:「客耶?」對曰:「主人。」 問其巷人而不知也,吏因囚之,君使人問之曰:「子非周人也,而自謂非客何也?」 對曰:「臣少也誦《詩》曰:普天之下,莫非王土,率土之濱,莫非王臣。 今君,天子,則我天子之臣也,豈有為人之臣而又為之客哉? 故曰主人也。」 君使出之。
溫(온)지방 사람이 周(주)지방으로 갔다. 그런데 周(주)에서는 타 지방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周(주)의 관리가 溫(온)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은 외지에서 온 사람이지?” 그가 대답하였다. “아니요 主人(주인-원주민)인데요” 그러자 그 관리는 그에게 동네에 같이 사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모른다고 하자 그를 체포하여 감옥(監獄)에 가두었다.
周(주)의 임금이 사람을 보내어 그에게 물었다. “너는 周(주)나라 사람도 아니면서 왜 타지 사람이 아니라고 했느냐?” 그러자 그가 대답을 하였다. 제가 어렸을 때 시경(詩經)을 자주 암송했는데 거기 이런 말이 있습니다. “드넓은 하늘 아래 왕의 땅 아닌 곳이 없고, 모든 땅과 바닷가까지 왕의 신하가 아닌 사람이 없다.” 지금 임금님께서는 天子(천자)이십니다. 그리고 나는 天子(천자)의 신하(臣下)입니다. 어찌하여 신하(臣下)가 된 사람이 외지사람인 客(객)이 될 수가 있습니까? 그래서 제가 主人(주인)이라 한 것입니다. 그 말을 듣고 周(주)나라 임금은 그를 풀어 주었다.
① 溫(온): 地名(지명). 지금의 河南(하남) 洛陽(낙양) 白馬寺(백마사) 東(동)쪽에 위치한다.
② 之(지): 가다, 어떤 방향을 향해 가다.
③ 周(주): 地名(지명).여기서는 東周(동주)시기 周(주)나라의 도읍인 洛邑(낙읍)을 가리킨다.
④ 《詩》는 여기서 《詩經(시경). 小雅(소아). 北山(북산)》을 말한다.
⑤ 率(솔): 따라서.
⑥ 濱(빈): 물가, 海邊(해변).
溫人(온인)은 논리와 언변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의 논리 앞에 周(주)나라 임금은 한 마디도 못하고 그를 석방하였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지구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지금 위의 일화가 더 다가온다. 인종과 지역의 차이를 넘어 세계는 하나다.
그리고 지금 미얀마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하고 이에 항거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탄압을 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과거 80년 대 우리가 경험했던 오월 광주 민주화운동 때와 흡사하다. 세계는 하나고 지구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까워진 환경에서 고통 받는 이웃 나라의 국민들을 모른 체 하는 게 도리는 아닌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主(주) : 등(灯), 주인, 관직, 주로, 대부분.
등잔불 심지의 불꽃(火主)의 모양을 그린 상형자(象形字).
상부의 작은 점이 심지의 불꽃이고, 하부는 등잔 의 모양이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主를 “鐙中火主也(등잔 속의 심지이다. 王은 상형이고 丶으로 구성되었다. 丶은 亦聲(역성-발음과 뜻이 함께 있음)”이라고 말하지만 主(주)字 전체를 상형(象形)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하부는 盞盤(잔반-등잔받침)과 그 台(태-받침대)의 모양이다.
主(주)字를 神主(신주)나 宗廟(종묘)의 主(주)로 사용하는 것은 옛 사람들이 불꽃을 神聖(신성)한 것으로 생각하는 관념이 있어서 음식을 할 때 주인이 손수 불을 잡는 의식을 거행한다. 主人(주인)이나 家長(가장)의 의미는 聖火(성화-신성한 불)를 잡고 있는 것에서 나왔을 것이다. 主客(주객-주인과 손님)의 뜻에서 主席(주석), 主持(주지), 主張(주장), 主義(주의)와 같이 사용되었다. 炷(심지 주)는 火主(화주)인 主의 繁文(번문)이다. 건물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지탱하는 것을 柱(기둥 주)라고 한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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