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 上(상) 14
韓宣王謂樛留曰:「吾欲兩用公仲、公叔其可乎?」 對曰:「不可。晉用六卿而國分,簡公兩用田成、闞止而簡公殺,魏兩用犀首、張儀而西河之外亡。 今王兩用之,其多力者樹其黨,寡力者借外權。 群臣有內樹黨以驕主,有外為交以削地,則王之國危矣。
韓(한)나라 宣王(선왕)이 樛留(규류)에게 말했다. “내가 公仲(공중)과 公叔(공숙) 두 사람을 모두 임용하고자 하는 데 괜찮을까요?” 樛留(규류)가 대답하였다. “안됩니다. 晉(진)나라는 六卿(육경)을 임용하였다가 나라가 분열되었고, 齊(제)나라 簡公(간공)은 田成(전성)과 闞止(감지)를 함께 중용했다가 簡公(간공) 자신이 살해당했고, 魏(위)나라는 犀首(서수)와 張儀(장의)를 함께 중용했다가 西河(서하) 지역 밖의 땅을 잃었습니다. 지금 임금께서 그들 두 사람을 함께 임용한다면, 그 중에 세력이 큰 자는 자기 당파를 세우고 세력이 약한 자는 외세의 힘을 빌리려 할 것입니다. 뭇 신하들이 나라 안에서는 파당을 지어 임금을 기만하고 나라 밖으로는 외세와 결탁하여 영토를 갉아 먹어 끝내는 왕의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① 韓宣王(한선왕): 韓(한)나라 宣惠王(선혜왕).
② 公仲(공중): 韓(한)나라 임금인 宣惠王(선혜왕)의 宰相(재상).
③ 公叔(공숙): 곧 公叔伯嬰(공숙백영). 韓(한)나라 임금인 宣惠王(선혜왕)의 宰相(재상).
④ 犀首(서수): 魏(위)나라의 武官(무관)의 관직명. 公孫衍(공손연)이 그 직책을 맡았으므로 그를 가리킨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지도자 혼자 아무리 나라를 좋게 만들려고 애를 써도 그가 임명한 아랫사람이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지도자가 져야 한다. 지도자가 전지전능할 수는 없기에 인재 등용을 위해 인사검증 시스템과 제도를 운영한다. 그나마 독재국가나 권위주의 정권은 그런 것도 없다. 나름 철저한 검증을 했다 싶어도 잘못된 인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헌법기관 수장들의 어이없는 행태가 그렇다.
用(용) : 쓰다, 사용하다, 작동, 활동, 준비.
목책(木柵-나무 울타리)을 나무로 엮는 모습의 상형자(象形字)로 甬(길 용)과 墉(담 용)은 用(용)으로 구성되는 글자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用(용)을 ‘可施行也 .从卜从中(시행할 수 있다. 卜(점 복)과 中(가운데 중)으로 구성된 글자다.)’라 한다. 점을 쳐서(卜) 그 점괘가 적중(中)할 때 비로소 일을 시행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用(용)字는 양 끝에 나무를 심고 그 중간에 나무를 엮어서 울타리를 만드는 것으로 희생의 제물을 넣어 두는 울타리이고 그 제물을 희생에 사용한다. 거기서 사람을 희생 제물로 사용할 때에도 用(용)이라고 한다.
사람을 희생 제물로 쓸 때는 그 사람의 코를 가격하여 피를 내서 그것을 가지고 사용을 하는 것이다. 用(용) 위에 흙을 바르는 것을 墉(담 용), 用(용)의 위에 맬(繫) 곳을 첨가하는 것은 甬(길 용)이다. 점을 친 내용을 적어 놓은 卜辭(복사)에 집을 떠나거나 사냥을 나갈 때 점을 치는데 그 판단을 한 말에 ‘이것을 사용하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이하면 거기서 用(용)은 시행(施行)의 의미로 사용된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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