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 上(상) 16
管仲、隰朋從於桓公而伐孤竹,春往冬反,迷惑失道,管仲曰:「老馬之智可用也。」乃放老馬而隨之,遂得道。行山中無水,隰朋曰:「蟻冬居山之陽,夏居山之陰,蟻壤一寸而仞有水。」 乃掘地,遂得水。 以管仲之聖,而隰朋之智,至其所不知,不難師於老馬與蟻,今人不知以其愚心而師聖人之智,不亦過乎.
管仲(관중)과 隰朋(습붕)이 齊(제)나라 桓公(환공)을 따라 孤竹(고죽)을 정벌하였다. 봄에 가서 겨울에 돌아오는데 혼미하여 길을 잃었다. 管仲(관중)이 말하였다. “늙은 말의 지혜가 쓸 만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늙은 말을 풀어 놓고 따라가서 마침내 길을 찾았다. 일행이 산 속을 행군하는데 마실 물이 없었다. 隰朋(습붕)이 말했다. “개미들은 겨울에는 해가 드는 산의 남쪽에 살고, 여름에는 그늘이 있는 산의 북쪽에 삽니다. 개미 언덕의 1촌(寸) 높이 정도 되는 곳의 1인(仞)정도 아래 물이 있을 겁니다.” 그리하여 그곳을 파서 마침내 물을 얻었다.
管仲(관중) 같이 훌륭한 사람도, 隰朋(습붕) 같이 지혜로운 사람도 그들이 모르는 분야에 있어서는 늙은 말이나 개미에게까지도 배움을 청함에 어려워하지 않는데 지금의 사람들은 그들의 우둔한 머리로 성인의 지혜를 배울 줄 모르니 너무 잘못된 게 아닐까.
① 仞(인): 고대 길이의 단위. 周(주)나라에서는 八尺(팔척)을 一仞(일인)으로 정했고, 漢(한)나라 때에는 七尺(칠척)을 一仞(일인)으로 정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본질적 질문 앞에 서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누구나 한 번 쯤은 긴 인생의 시간 가운데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나그네처럼 앞으로 나가야 할지 뒤로 물러서야 할지 모르는 갈림길에 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지혜로운 어른이나 옛 성현들의 말씀 한마디를 삶의 지표로 삼아 길을 찾아 나간다.
迷者不问路,溺者不问遂,亡人好独
“길을 잃는 사람이 길을 묻지 않고,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 물길을 묻지 않듯이 패가망신한 사람은 혼자하기를 좋아한다.”
- 荀子·大略(순자. 대략)편.
길을 잃었으면 당연히 길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야 제대로 길을 찾아갈 수 있고, 물에 빠졌을 때 물길을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목숨을 건질 수 있는 법인데, 길을 잃고도 혼자 아무 길이나 막무가내로 달려간다면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不恥下問).
智(지) : 지혜, 영리하다, 저울질하다.
이 글자의 초기형태는 矢(화살 시), 干(방패 간), 口(입 구)로 이루어졌다. 회의자(會意字).
矢(화살 시), 干(방패 간)은 둘 다 誓約(서약)할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兵器(병기-무기)는 종종 성스러운 의식에 사용되는 도구다. 口(입 구)는 기도문을 거두어 넣어 두는 그릇인 ‘𠙵’의 모양이다. 智(지혜 지)字는 신에게 서약하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로 知(알 지)와 글자의 뜻이 같고 거기에 干(방패 간)을 덧붙인 형태이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智(지혜 지)를 ‘알고 있는 말이다’라고 하여 白(흰 백), 亏(어조사 우), 知(알 지)로 이루어진 회의자로 보았지만, 金文(금문)의 글자 형태에서는 白(흰 백)이 없다. 智(지혜 지)는 동사로서는 知(알 지)와 같이 사용하고 보통은 명사로 사용한다. 智(지혜 지)와 知(알 지)는 원래 같은 글자였으나 후에 知(알 지)와 智(지혜 지)로 나누어졌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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