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편 上(상) 18
田駟欺鄒君,鄒君將使人殺之,田駟恐,告惠子,惠子見鄒君曰:「今有人見君,則眇其一目,奚如?」 君曰:「我必殺之。」 惠子曰:「瞽,兩目眇,君奚為不殺?」 君曰:「不能勿𥅴𥅴 䀹。」 惠子曰:「田駟東慢齊侯,南欺荊王,駟之於欺人,瞽也,君奚怨焉?」鄒君乃不殺。
田駟(전사)가 鄒(추)나라 임금을 속였다. 鄒(추)나라 임금이 사람을 보내 그를 죽이려 하였다. 田駟(전사)가 놀라 惠子(혜자)에게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였다. 惠子(혜자)가 鄒(추)나라 임금을 만나서 말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임금님을 만나러 왔는데 한 쪽 눈을 감으면 그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임금이 말하였다. “나는 반드시 그를 죽여 버리지” 혜자가 말하였다. “장님은 양쪽 눈을 모두 감고 있는데 왜 죽이지 않으시나요?”
임금이 대답했다. “장님은 태어날 때부터 눈을 감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렇지”
혜자가 말하였다. “田駟(전사)가 동쪽으로는 齊(제)나라 임금에게 거만하게 대하고, 남쪽으로는 荊(형-楚)나라 왕을 속였습니다. 田駟(전사)가 사람을 속이는 데에 있어서는 거의 장님이 태어날 때부터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데 임금께서는 무엇 때문에 그를 미워하시나요?”
鄒(추)나라 임금이 그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 田駟(전사)를 죽이지 말라고 했다.
① 田駟(전사): 戰國時代(전국시대) 趙(조)나라 사람.
혜자가 무엇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 田駟(전사)같은 사람을 변호하여 살리려 했을까?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자기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내치지 않는 것이 올바른 도리일까? 살인죄를 저지른 죄인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법 감정과는 차이가 크겠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난 그런 차원에서 혜자의 행동을 이해한다.
欺(기) : 속이다.
聲符(성부)가 其(그 기)인 형성자(形聲字).
其(기)는 倛(가면 기), 蒙倛(몽기-역귀를 몰아내는 귀신 상)라고 불리는 가면(假面)의 뜻을 포함한다. 그 가면으로 사람을 속이고 놀라게 한다는 뜻이다.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欺(기)를 ‘詐欺也(속이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가면으로 남을 속이는 것이 원래 神(신)에 관계되는 일이었지만 훗날 사람을 속인다는 뜻이 되었다.
* 위 글은 김동택의 <한비자와 세상공감>(리체레, 2021)을 옮긴 것으로, 저자의 동의 하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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