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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알바의품격" 서른의 품격

by 길찾기91 2020.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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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나영이 한 도의회에서 의회사무보조로 한 달 알바를 하며 기록한 일지다. 그걸 모아놓은게 이 책의 한 챕터인 '알바의 품격'이다. 그 가운데 하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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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8

오늘 점심은 의원 2, 주무관 1명과 함께 낙지와 막걸리를 먹었다. 주무관에게 서류 던졌던 ㅇ의원 포함이다.

밥을 먹다가 내게 경력을 물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사회적기업이 대화 주제가 되었다. 의원이 사회적기업 지원 정책에 관한 문제를 말한다. 한참을 말하다가 의원에게 자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는다.

그랬더니 거의이 난 완전 반대지.” 하는데 사이다가 따로 없다. 곧 ㅈ의원이 자기주장을 펼치는데 ㅇ의원은 듣지도 않는다. ㅈ의원은 나는 너의 의견도 존중하는데 우리는 서로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며 완전 맞는 얘기만 한. 이렇게 상반된 의견을 두 의원이 말할 때는 고개를 언제 끄덕여야 할지 난감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올라오는 길에 또 사회적 기업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지원금으로 운영하는 버릇 들면 큰일이란다. 그래서 청년수당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배가 고프면 알아서 일한다면서 무조건 퍼주면 안 된다는 말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말기가 되면 나라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걱정이란다. 내가 언제 또 이런 대화를 해볼까 싶어서 이것조차 신선했다.

의원님처럼 청렴하고 대쪽 같은 성향이라도 정치를 하다 보면 각종 청탁 유혹이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냐고 물었더니 그래서 정치 생활 너무 힘들었단다. 진짜 핵꿀잼. 시민들이 막 이렇게 저렇게 도와달라는 부탁도 많이 하지 않나니깐 그래도 기준이 확고해서 절대 흔들리지 않았단다. 그리고 세금이라고 다 퍼주면 안 되고 자기 돈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아오. 그럼 이 밥부터 의원님 돈으로 드시겠어요?

오늘도 한 의원이 물이랑 음료 챙겨달래서 한 병씩 가져갔는데 그게 아니고 한 박스씩 달라는 거였다. 비싼 기념품이나 고급 음식 욕심은 이해라도 가는데 생수랑 음료수엔 왜 욕심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의원님 혹시 물 먹는 하마냐고 묻고 싶다.

 

<서른의 품격> 정나영, 행성B, 2020. 40-41.

- 우아함이 밥 먹여주지는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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