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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걷기

관악산 둘레길 5코스 중 석수역-호압사-서울대입구

by 길찾기91 2020.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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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0월 16일.

코스는 관악산 둘레길 5코스 가운데 석수역에서 서울대입구까지.

안내에는 3시간 20분 걸린다고 써있다.

지난번에 길벗들과 가려다가 사정상 다른 코스로 전환했던 기억이 있어 혼자라도 기어이 가보겠다는 다짐을 했던 터.

맘 잡고 걸어보려 했더니 날씨가 영 협조를 안한다.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도 생각보다 낮은 상태.

그렇다고 맘 먹은걸 포기할 수는 없으니 출발.

 

석수역에 내려 길 건너 가운데 길로 쭈욱 걸어들어가면 둘레길 입구가 보인다.

이정표를 보고 대략의 방향을 짐작한다.

 

관악산 등산로와 헷갈리기 좋은 상황에서 둘레길은 아래로 가는거라는 짐작으로 갈림길에서 계속 아래 방향으로 잡았더니 대충 맞게 가는 것으로 보인다. 산이 원래 그렇듯이 일정 정도의 오르내림이야 있겠지만 한 번 헷갈리면 등산하는 경우가 생기니 나름 신중을 기하며 걸었다. 나 같은 사람 여럿 봤다. 가던길 되돌아오는 그런. ㅋ

가다보니 돌을 모양나게 쌓아놓은 것이 여럿 보인다. 그 정성에 탐복했다. 뭔가 의미를 가졌을 것이고 소원 등을 빌고자 쌓았을테지만 그 내용은 내가 알지 못하니 정성에만 감탄한다. 

 

가는 길에는 쉬면서 책을 읽으라는 의미에서 쉼터에 책을 모아두기도 했다.

시원한 데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근처 사는 주민 분들에게는 참 좋은 쉼터일 것이라 짐작하며.

나 같이 걸으러 온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겠지만.

 

 

주민들 산책 다니기 좋게 만들어둔 길도 운치가 있더라. 은근히 길기도 하고.

낙엽이 많이 쌓인 때에 보면 아주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가니 호압사라는 절이 나온다. 최소한 이정표대로 가고 있다는 안도와 함께 마당에 들어서니 절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호압사(虎壓寺)
조선 개국과 더불어 한양에 궁궐이 건립될 때 풍수적으로 가장 위협이 된 것은 관악산의 불() 기운과 삼성산(호암산)의 호랑이 기운이었다. 그래서 왕조에서는 이를 제압하기 위해 숭례문(남대문)에는 편액의 숭()자 위의 뫼산()자를 불꽃이 타오르는 불화()의 형상으로 표현을 했다. 또한 삼성산의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호랑이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자리에 절을 창건하게 하였는데 이것이 호압사이다
이렇게 궁궐(경복궁)을 위협하는 호랑이 기운을 누르기 위해 창건되었다는 호압사는 18세기 전국 사찰의 소재와 현황, 유래 등을 기록한가람고범우고에도 호랑이의 기운을 누르기 위한 비보(裨補) 개념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서 호압사가 불교 수행의 도량(道場)이면서도 풍수적으로는 호랑이의 기운을 누르기 위한 상징성 또한 지니고 있는 것이다.

 

 

호압사를 나와 다시 걷기 시작한다.

이정표대로 걷긴 하는데 여전히 헷갈리는 지점이 여럿이다. 둘레길과 등산길이 같이 있다보니 생기는 혼란인 것으로 보인다. 각자 갈 길 가면 되는 것이지만 엉뚱한 길 가는 건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내가 원하는 길이 있는데 시류에 떠밀려 엉뚱한 길로 갈 때의 비애와 서글픔이란.

 

가다보니 상당한 바위들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길을 잘 못 들어온게 아닌가하는 의심이 시작됐다.

하여간 등산 같은 분위기로 걷는 기분 나름 괜찮더라. 하여간 바위들을 보면 좀 깊은 산에 온 기분이 드니 이것도 병이다.

 

정상 아닌 정상에 섰다. 전망이 상당하길래 그냥 정상이라는 기분으로 둘러보며 쉬었다는 말이다. 오래 걸은 것도 아닌데 살펴 보니 꽤 높은 지점이다. 이런 맛에 산에 오르는 것이겠지.

 

 

 

방향대로 그냥 걷다보니 아마도 처음 생각했던 코스 가운데 어디 하나는 놓친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산 속에 있으니 참 좋더라. 2시간 여를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내려가는 방향인 모양이다. 갑자기 힘이 난다.

 

아마도 이런 호젓함을 느끼려 평일에 산을 걷는 모양이다.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다. 지금쯤은 상당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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