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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걷기

영종도 힐링바닷길, 영 불친절한 둘레길

by 길찾기91 202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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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래 있었더니 좀이 쑤시고 난리다.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는 가지 않도록 해야하고, 답답은 하고 그래서 인적 드문 곳을 향해 집을 나섰다.

검색해보니 영종도 힐링바닷길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됐기에 그리로 향했다.

집 앞에 지나던 공항버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얼마 전 없어지는 바람에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가야했다는 게 흠이다.

동네버스 타고 독산역에 가서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역을 거쳐, 2호선 타고 홍대역을 갔고, 다시 공항철도를 갈아타야 했던 것이다. 결국 내린 곳은 운서역. 그 사이에 전철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운서역에 내려 물 한병 사러 들어간 편의점에서 지갑을 안가져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달랑 휴대폰에 끼어있는 카드 한 장뿐. 미안하게도 생수 한 병을 카드로 계산하는 사태. 불편하겠지만 방법이 없으니 강행.

 

운서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둘레길 시작이다. 여기서 출발.

 

 

 

 

공항 배후도시라 그런지 코로나의 여파가 커보였다. 아님 아직 조성되는 중이라 원래 인적이 드물었거나.

이곳에서 출발하여 작은 공원들을 지난다. 본격적인 코스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빌딩들 사이로 난 길로 들어가면 이렇게 작은 숲이 보인다. 이곳도 작은 공원의 하나.

 

 

 

 

아직도 둘레길이라는 느낌보다는 동네 산책 하는 기분.

은골공원과 넙뒤공원 등을 지나고 몹시도 한적한 큰 도로 옆의 인도로 걸어간 시간이 길다. 그러다 보면 영종119구조대가 나온다. 여전히 인적은 드물고 화단을 관리하는 분들의 수고만 보인다.

 

 

 

 

인천대교기념관까지 가는 길이 꽤 어렵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기분이다. 이리저리 복잡하게 돌고돌아 도착한 곳은 인천대교기념관. 그 사이에 안내표시가 거의 없다. 외부에서 둘레길 걸으러 오라는 게 아니고 동네사람들만 다니라고 있는 길인 모양이다. 정말 찾기 힘든 표지 때문에 아예 감으로 방향을 잡아 길을 찾아다녔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도착해보니 사람이 아무도 안보여 기념관 문을 닫은줄 알았다. 겨우 입구를 찾아놓고도 들어가야하나 말아야하나를 고민했을 정도. 들어가 보니 문을 열긴 했다. 체온 재고, 출입기록 남기고 올라간 인천대교기념관.

 

고속도로 옆에 있는거라 다들 차가지고 오는 모양이다. 주차장엔 드물지만 차도 있더라.

4층까지 올라가보니 전망대가 있고 멀리까지 잘 보인다. 게다가 망원경까지 여러 대가 설치되어 있다.

좀 흐린 날이어서 더 자세히 보이진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인천대교기념관이니만큼 그 간의 역사 등을 잘 설명하는 전시물들이 있다. 한국 최장의 사장교라는 설명과 함께.

 

기념관을 나와서부터가 진짜 힐링바닷길인 모양이다. 안내판이 있는걸 보니.

 

 

 

 

영종 둘레길이 세 개인데 가장 긴 코스가 힐링바닷길인 3코스다. 13킬로미터가 넘고 대략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안내가 있다.(나는 3시간보다 훨씬 더 걸었다.) 근데 이 둘레길은 인터넷을 찾아봐도 자세한 안내가 없고, 다녀간 분들도 별로 글을 남긴 게 없다. 필요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어지간한 걷기 관련 앱에도 잘 안보이고. 그래서 난 이 길을 불친절한 둘레길이라 명한다.

 

이제부터는 오른편은 바다(이 시간엔 갯벌), 왼편은 공원 등의 시설이 있는 길일 뿐이다. 이 길을 최소한 7킬로미터 정도 가야 끝이 나온다. 가는 길엔 씨싸이드공원도 있고, 카라반캠핑장도 있고, 레일바이크도 있으며 각종 전망대가 여럿 설치되어 있다. 아기자기한 건 아니지만 각종볼거리를 만들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긴 코스에 비해 단조롭다는 느낌이다. 차량은 다닐 수 없게 했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데 중간에 힘들어서 걷기를 중단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코스다. 둘레길의 장점은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는 건데 여기는 그게 안된다.

 

 

 

멋지지만 단조로운 그 길을 지나는 동안 본 풍경이다. 

인공으로 나무에 잎을 달아놓은 조형물도 있고, 각종 꽃이 화단에 활짝 피었다.

물이 빠진 갯벌에서 일하는 분도 보인다. 넓고넓은 곳이라 가까이 살필 수 없었지만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운 어떤 기분.

컨디션이 별로라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불친절한 코스라 그랬는지 조금 지치는 기분이 들어 마침 있는 레일바이크를 타고 종착지까지 가면 어떨까 싶었지만 편도는 없단다. 빠져나올 방법이 없어서 끝까지 걸었다는 것. ㅋ

 

 

 

 

 

단조롭고 긴 코스를 오래 걷다보면 끝은 나오기 마련.

영종역사관이 나오고 3.1만세기념비도 있으며, 영종진전몰영령추모비도 나온다. 이 곳에도 역사의 어떤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 곳 영종진 공원에는 고종12년인 1875년 영종진을 침략한 일본군함 운양호 사건의 피해자를 기리는 영종진 전몰영령 추모비와 태평루가 있다)

특히 3.1만세기념비가 기억에 남는다. 한쪽 끝의, 바다를 연하고 잇는 그 지역에서도 만세운동은 일어났던 것이다. 온 겨레가 다 떨쳐 일어났음이 분명한다는 반증. 오늘날과 같은 통신망의 발달이 이루어지기 전이었으니 날은 조금씩 차이가 나더라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식에 각지의 백성들이 호응하여 함께 외치고 외쳤던 '대한독립'. 당장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런 투쟁과 노력, 시도들이 어우러지며 결국에는 이루어진 것이 아니던가. 스스로 일구어내지 못한 회한이 없는바 아니나 결국에는 이루어졌을 독립까지 민초들의 수고와 고생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을 터.

 

이 모든 길의 끝에 구읍뱃터가 있다. 배타는 곳이다. 지갑을 안가져온 상태였으니 신분증도 없었다. 당연히 배를 탈 수 없었다는 말. 아쉽게도 이곳에서 오늘의 걷기는 마무리해야만 했다. 저녁을 먹고 높은 테라스가 있는 곳에서 커피까지 한 잔 하고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문제는 집으로 돌아갈 길이 멀었다는 점.

 

이곳에서 203번을 타면 운서역까지 바로 간다는데 대략 50분이 걸린단다. 더 빨리 가려면 203번을 타고 하늘도시로 가서 거기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면 30분 이내에 영종역에 도착한다는 식당 주인분의 안내에 따랐다. 역시 빠르더라.

영종역에서 이용한 도시철도는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인적이 드문 상태. 정말 썰렁하더라. 인적 적은 곳을 찾아 걷겠다는 애초의 다짐은 성공이다.

 

 

 

 

오늘 걸은 코스

 

운서역 2번출구 - 영종하늘도시 소공원 - 은골공원 - 넙뒤공원 - 영종119구조대 - 인천대교기념관 - 씨사이드파크 - 염전- 스카이데크 - 탐조대 - 카라반캠핑장 - 바다전망대 - 레일바이크 - 영종역사관 - 월미도행 여객터미널 구읍뱃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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