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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1차 수사지휘권 발동의 전말 – 추미애의 깃발 중에서

by 길찾기91 2021.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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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수사지휘권 발동의 전말 추미애의 깃발

 

김민웅 전체 흐름을 한번 정리해볼까요? 수사지휘가 뭔지 모르는 분들도 적지 않을 거예요.

 

추미애 검찰의 수사 중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장관은 바로 수사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휘감독권자로서 장관은 특정사건에 대해 총장을 수사지휘할 수 있어요.

 

김민웅 그렇군요. 총장을 수사지휘할 수 있다는 근거가 검찰청법에 있군요.

 

추미애, 총장이 수사중립의무를 어길 때 장관이 지휘감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요. 20204월 총선까지는 자질구레한 공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주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그런 일을 했는데, 제가 소년원을 방문해서 서로 맞절하고 아이들을 격려해주는 장면을 마치 세배를 강요하고 갑질하는 것처럼 만들었어요. 소년원 아이들에게 저 같은 사람은 자기 존재를 인정해주는 어른이기도 하고, 소년원 소관부서인 법무부의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격려하는 것이니 깊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런 격려와 관심을 받으면 어긋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마음을 다지게 되지요. 한마디로 엄마처럼 다가간 거예요. 소년원 아이들은 대체로 '보호'라는 걸 경험해보지 못하고 지내왔기에 그런 만남은 아이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내게 해요. 위로받는 걸 눈빛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저한테도 치유의 기쁨을 주었고요. 그런데 장제원 의원은 이 소중한 경험을 짓밟아버렸습니다. 아이들까지 짓밟은 셈이에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마저 저버린 건 아닌지 묻고 싶었어요.

 

김민웅 자질구레한 공격이 아니네요. 장 의원이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사안이라고 봅니다.

 

추미애 과연 그런 걸 알까요? 게다가 여당 내부에서 선거 때까지는 검찰 이슈를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분위기도 감지되었어요. 그래서 주요 현안들이 유보됩니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원칙 있는 내용을 충분히 갖추자는 생각에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어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준칙을 세우고, ‘수사·기소 분리'로 가는 하나의 길이자 안내지침이라고 제시하면 검찰이 수사권을 다 내려놔도 경찰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다고 보았어요. 그렇게 있다가 6월 중순쯤 지나서 채널A 사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김민웅 다시 상기시켜드리자면, 채널A · 언유착이란 이동재 기자가 총선 전인 20202월 초부터 322일 사이 이철 VIK 대표 측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지 않으면 추가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 조력해주는 검사장도 있다며 여러 차례 협박을 했지요. 위협을 느낀 이철 대리인이 MBC에 협박 사실을 제보하면서 알려지게 된 것이지요.

 

추미애, 그러자 당황한 이동재 기자는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포맷하는 등 서둘러 증거를 인멸했지요. 한동훈 검사장도 압수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고, 이유도 없이 포렌식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동재 기자와 함께 취재했던 백승우 기자의 휴대폰이나 이동재 기자의 직장상사인 배00 차장의 휴대폰에서 한동훈 검사장이 강요미수 공모 혐의가 있는 카톡 보고문자 등의 증거가 드러났어요. 그러면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게 맞지요. 채널A 회사가 자체 진상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는데 그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동훈 검사장을 기소해도 될 만큼 자료가 남아 있어요.

 

나중에 윤 총장에 대한 징계의결서에서 드러난 통화기록에 따르면 한동훈 검사장과 윤 총장 사이에 2,300개가 넘는 카톡 대화가 몇 달 간이나 이루어집니다. 채널A 사건과 관련해 MBC의 보도가 있었던 사이에는 400여 회가 넘어요. 윤 총장과 그 최측근이 나눈 대화가 제대로 밝혀지면 한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게 될 거예요. 그러니 한동훈 검사장은 기어코 휴대폰 수사를 방해한 거지요.

 

김민웅 그렇다면 검찰은 왜 바로 그때 한동훈 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나요?

 

추미애 이성윤 검사장 휘하의 검사들이 윤석열 총장 눈치만 봤던 겁니다. 이를 수사하던 정진웅 검사가 도리어 서울 고검에 의해 수사기소 당하는 것을 보고 나머지 검사들이 크게 위축되었다고 짐작됩니다. ·언 유착혐의인 만큼 검찰과 언론이 한편이 된 듯이 언론도 한동훈 검사장에게 불리한 사항은 아예 기사를 내보내지도 않았어요. 심지어 이런 일도 있습니다. 49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동아일보사와 채널A의 김재호 대표, 채널A 김ㅇㅇ전무이사가 이동재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을 시인하면서 해당 검사장이 한동훈이 맞다고 인정했다는 내용이 회의록에 기재되었는데, 나중에 채널A에서 이를 삭제해달라고 했다는 거예요. 이를 방통위가 거절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실이 다 감추어져 있다가 나중에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징계의결서를 통해 모두 드러났지요. 언론도 한동훈을 한동훈이라 부르지 못하는 실정이니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김민웅 언론은 이런 사건도 ·윤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넣고 진상을 추적하지도 않았고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지켜준 게 아니라 훼손해버렸어요.

 

추미애 조직적 저항이 워낙 거세다 보니 외부에서 자세히 알 수도 없었을 거예요. 1년이 넘었지만 유사한 일들이 반복되고 재현되고 있는 걸 보잖아요. 원주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악명을 떨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부패범죄를 내사하고 있던 이규원 검사가 김학의의 긴급출국을 막았더니 오히려 윤석열 검찰이 절차위반 시비를 걸어 그를 수사대상으로 삼고 기소해버렸지요.

 

김민웅 상을 줘야 할 사람을 처벌한 겁니다. 검찰의 기본 기능을 망가뜨리는 짓이지요.

 

추미애 소수의 정의로운 검사가 조직에 의해 보복 기소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일어난 거지요. 김학의 전 법무차관 출국금지 당시 반부패부장이었던 이성윤 검사장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기소당한 것과 똑같습니다. 검찰의 흑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이 어떻게 축소·은폐된 것인지 진상규명에 노력한 검사도 마찬가지로 당합니다. 이규원 검사를 검찰이 기밀누설 혐의로 덮어씌워 검사로서 공수처 1호 수사 대상으로 넘긴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제 식구 봐주기를 거부하고 검사가 자기들의 카르텔을 건드린다 싶으면 죄를 뒤집어씌우는 식입니다. 한마디로 '불멸의 신성가족'을 건드린 데 대한 조직적 보복입니다.

 

김민웅 조폭과 다를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채널A ·언 유착사건이 장관님께서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사안이었지요?

 

추미애, 채널A 측의 자체 진상조사 후 측근 한동훈 검사장의 개입 의혹 때문에 윤석열 총장이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하고 지휘에서 손을 떼겠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다시 전문수사자문단을 만들겠다고 하는 거예요. 전문수사자문단이라는 것은 수사팀과 지휘부서가 의견이 다를 때 투입하는 건데 채널A 사건 중앙지검 수사팀과 지휘부서인 대검 부장회의는 의견대립이 없었거든요. 굳이 전문수사자문단을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대검 부장회의가 한동훈 검사장 휴대폰 압수영장을 승인한 직후부터 윤 총장이 위기감을 느꼈던 거지요. 수사 불개입 약속을 깨고 부장회의를 대체할 전문수사자문단을 생각해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72일쯤에 수사지휘를 내렸습니다. 전문수사자문단을 중단하라,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라, 검찰총장도 보고를 받지 마라, 지휘하지 마라, 손 떼라, 이렇게 한 겁니다.

 

김민웅 일촉즉발의 긴장이 느껴집니다.

 

추미애 윤 총장은 다음 날 바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어요. 하루 종일 고검장회의, 수도권과 지방의 지검장 회의를 연달아 열어 반격을 합니다. 한마디로 집단항명이었어요. 그들은 장관이 총장에게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고 한 지휘는 적절하나, 총장의 지휘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방안은 논의하지 않은 채, 최측근에 대한 수사까지 검찰총장이 지휘해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요?

 

김민웅 집단항명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추미애 전국 검사장 회의 중 특임검사로 하여금 수사를 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것도 총장이 수사팀을 바꾸려고 이미 주장했던 꼼수였지요. 그래서 제가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가 늦었고, 명분도 필요성도 없고, 장관의 지시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문자를 내보냈어요. 총장은 집단항명으로 장관 포위 작전을 펼쳤으나 효과가 없자 이미 알려진 검사장 회의결과를 3일 뒤에 언론에 공개했어요. 요지는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배제하는 것은 검찰총장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본건은 검찰총장의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어요.

 

김민웅 앞에서 잠깐 이 이야기를 하실 때 아, 이건 사표를 안내겠다는 거구나, 라고 파악하셨다고 했지요. 장관 지휘가 위법·부당하다고 하면 총장이 지휘를 안 받겠다는 것인데 그러고도 사표를 내지 않겠다? 그 같은 일이 과거에도 있었나요?

 

추미애 당연히 없었지요. 총장이 검사장들을 불러 모아 집단항명하게 하고 검찰총장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게 하는 것도 역대에 없었던 일이지요. 당시 청와대 기류는 총장이 사표내면 받으라는 것이었어요. 총장은 그 공기를 읽은 후 에둘러 답변을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과거 검사 출신 장관이었을 때는 장관과 총장이 의견이 달라도 바로 해소가 됐었지요. 문민장관에 대해서만 항명을 하는 것입니다. 서면지휘로는 검찰사상 두 번째인데, 그 첫 번째는 2005년 강정구 교수를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구속 기소하려는 것을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제동을 걸어 불구속으로 기소하라고 서면 지휘를 했을 때였어요. 그 경우는 어차피 법원에서 해소될 것이었고 이 경우와는 많이 달랐지요. 이 경우는 검찰청법 제8조에 따라 장관의 지휘를 총장이 수용하지 않으면 법 위반 행위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견해가 다르면 수용 후 사임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김민웅 그렇군요, 그래서 천정배 법무부장관 당시에도 검찰총장이 사임했던 것이지요?

 

추미애,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장관의 지휘권 행사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따르지 않는다면 총장 스스로 법을 어기게 된다. 검찰은 통제받지 않은 권력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한 정당성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남긴다고 하고 스스로 물러난 전례가 있지요.

 

김민웅 그럼 총장이 지휘를 받들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는데 어떻게 하셨어요?

 

추미애 월요일 오전에 제가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다시 쐐기를 박았어요. 그리고 오후에 경기도 화성 용주사로 떠났어요. 산사에서 조용히 저녁을 보내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제가 있는 곳을 수소문하고 윤 총장 측은 정치권을 통해 지휘 내용을 바꿔보려고 시도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제 마음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산사의 고요한 아침〉

산사의 고요한 아침입니다. 스님께서 주신 자작나무 염주로 번뇌를 끊고 아침 기운을 담아봅니다.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입니다.

 

김민웅 사진 속 장관님의 모습이 무척 외롭지만 그런 중에도 단단해 보였어요.

 

추미애 그러나 마음은 격랑 속에 있었지요. 지휘를 내린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계속 제 지휘를 무시하는 불법상태였으니까요. 그래서 다음 날인 9일 오전 10시까지 지휘 내용대로 이행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어요.

 

김민웅 윤 총장이 무려 일주일간 지휘 불수용 상태로 버티다가 결국 최후통첩을 받게 되는 막다른 지점까지 가는군요.

 

추미애 윤 총장의 행동 하나하나가 공직자인 검찰총장으로서는 전례 없는 일이었지요. 윤 총장은 최후통첩을 받은 이후로도 그날 온종일 언론을 이용해 뒤집기를 시도했어요. 저녁 무렵 일방적으로 독립수사본부를 건의했다고 언론에 알립니다. 저로서는 금시초문이었어요. 물밑 로비를 시도하다가 이도저도 안 되니까 공개압박을 해대는 거지요. 그 일주일은 장관이 법 절차에 따른 민주적 통제를 하는데 이를 이런저런 꼼수로 모면하려는 총장의 민낯이 다 드러난 시간이었어요. 어떤 하루였는지 말씀드리자면, 저는 총장의 집요한 로비 공세를 피하느라 연가를 하루 더 내고 오전에 산사를 떠났어요. 이후로 기자들은 온종일 산사의 위치를 찾아 다녔고 저는 기자들의 추적을 피해 경기도 일대를 전전해 다녔지요.

 

김민웅 무슨 첩보 영화 같네요.

 

추미애 산사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어느 절인지 다 알아내더라고요.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퇴근 시간쯤 집으로 향했어요.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 아파트 경비원이 저희 집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전화로 알려주었어요. 지친 몸으로 차를 돌려 나오는데, 대검이 '독립수사본부 건의했다'는 속보를 봤어요. 놀라서 제가 정책보좌관에게 독립수사본부 같은 타협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으니 내가 보내주는 문자를 즉시 언론에 알리라고 전화로 지시했어요.

 

“수명자는 명을 따를 의무가 있을 뿐, 수사팀 불신임은 안 됨.”

 

한편 장관 비서관은 제가 보낸 문자를 SNS에 먼저 올렸어요. 그런데 조남관 검찰국장이 주저하다가 한참 지나서 수명자라는 표현을 빼고 수정해서 문자를 보냈어요.

 

총장의 건의는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아마도 조남관 국장은 끝까지 총장을 장관의 명을 받는 수명자라고 하기가 싫었던 듯해요. 그러면서 조남관 국장은 장관의 지시를 어기고 총장 측과 수시로 접촉하며 중재해온 그간의 행위가 간부들에게 들통나 후배들에게 핀잔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던 것 같았어요.

 

김민웅 그날 기자들을 피해 댁에 들어가지 못하고 어떻게 하셨어요?

 

추미애 다른 곳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 일찍 기자들이 몰려들기 전에 청사로 출근했습니다. 숨바꼭질로 보낸 긴장의 하루였어요. 출근해서 바로 보고를 듣고 전날 왜 그렇게 저를 추적했는지 알게 됐어요. 대검이 독립수사본부 제안을 미리 언론에 알렸고 기자들은 장관의 반응을 얻기 위해 종일 소재를 파악했고 집 앞에도 모인 것이었지요. 여론몰이 공작에 익숙한 검찰이었어요.

 

김민웅 최후통첩의 시한이 임박했을 때 총장은 어떻게 나왔나요?

 

추미애 오전 일찍 대검 문자에서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요지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발동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되고 중앙지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게 되었음을 알린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면서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전혀 무관한 자신의 과거 개인 경험을 거기에 붙였어요. 이때 총장은 장관 지휘권이 형성적 처분이라고 했어요. 권한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효력이 발생한다는 의미인 것이지요.

 

김민웅 총장은 지휘권이 상실된 상태임을 알면서도 검사장들을 불러 모아 장관의 지휘가 위법·부당하다고 집단항명했잖아요? 위법한 행동이라고 자백한 것이나 다름이 없네요?

 

추미애 그런 셈이지요. 그런데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에서 직무배제 당한 것을 일부러 언급해서 '불복 정당성'을 내세웠지요. 그러나 누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느냐가 문제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제가 만시지탄”(晩時之歎,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이라고 답하고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은데 그것을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했지요.

 

김민웅 법무부장관의 민주적 통제로 상황이 종료되었군요. 본래적 의미의 수사지휘가 이루어진 검찰사상 최초의 사례인 것 같은데요.

 

추미애 그렇지요. 문민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총장의 수사 방해에 대해 민주적 통제를 한 최초 사례였지요.

 

김민웅 그렇군요. 언론과 정치권의 갈등 프레임과 조직의 항명을 돌파하고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추미애 언론과 정치권은 장관과 총장의 갈등으로 구도를 잡고 승부에 내기를 걸었으나 그것은 제 관심 밖이었습니다. 저는 누구를 상대로 이기고 지는 것에 저를 걸지 않습니다. 초지일관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에 저의 소신을 분명히 하고 책임을 다할 뿐입니다.

 

김민웅 1차 수사지휘에 대한 평가는 어땠나요?

 

추미애 한겨레가 검찰총장의 형평 잃은 수사지휘를 장관이 '민주적으로 통제'했다고 했지요. 측근을 감싼 검찰총장 권력을 제동했다고도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국정원 댓글 수사' 때의 자신을 비유한 것은 윤석열 총장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뒤집기하다 좌절되자 피해자인 양 항변한 것이라고 냉정하게 진단했어요. 그 신문은 사설에서 장관 지휘권 관철, 검찰 '민주적 통제' 전례 남겼다고 호평했어요. 또 다른 신문은 윤석열 총장이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고 쓰기도 했어요. 이 일로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2.5%나 올라갔지요.

 

김민웅 장관님께서 1차 수사지휘로 제대로 평정하셨네요. 그러나 검·언 유착 한가운데서 검·언 유착을 건드렸으니 보복이 시작되었던 거지요. 검찰과 야당, 친검 언론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는 국면이 전개됩니다.

 

<추미애의 깃발> 추미애, 한길사, 2021. 22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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