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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남편의 폭력으로 죽은 부인들

by 길찾기91 2020.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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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 가정폭력. 심지어 목숨까지...

누군가의 생명을 폭력으로 빼앗아도 처벌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사람을 달리 본다는 의미일 것.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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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력으로 죽은 부인들

 

조선시대 남편들은 '내 여자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랴'하는 가부장적 의식으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부인을 폭행했다. 전통적인 부권의식이 폭행을 제어하기 힘들게 했고, 심한 경우 살인까지도 저지르게 만들었다. 더욱이 여자들은 이혼하면 더욱 상황이 열악해지므로 남편의 폭력을 무조건 참고 견뎌야 했다. 오늘날 사라지지 않는 남편 폭력도 이와 같은 전통적인 부부관계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부인을 폭행하여 살해한 남편들 중 사형에 처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부인이 시부모 공양을 잘하지 못하고 불평불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변명하면 그대로 정상이 참작되었다.

그러한 사건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정조 때, 박춘복이라는 자가 자기 아내를 발로 차서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진술과정에서 자신이 비록 무능력한 남편이었지만, 자신에게 욕지거리를 하는 부인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냥 발길로 찼을 뿐인데, 그것으로 설마 죽을 줄이야 알았겠냐고 항변했다. 박춘복의 변명은 그대로 받아들여져 죄가 탕감되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생각하는 이상 살인죄는 적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박춘복에 대한 판결문이다.

"부부란 조그만 성미에 거슬려도 다투는데, 다투는 것이 심하면 때리게 된다. 저녁에 주먹질하다가도 아침이면 가까워지며, 금방 욕하다가도 곧 헤헤거리게 된다. 성이 나면 세찬 불길 같고, 기분이 좋으면 얼음 녹는 듯 하니 한마디로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춘복은 비록 무능력했지만, 항상 부인의 원망이 그치지 않으니 취한 김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데 어디가 치명적인 곳인지 아닌지를 가렸겠는가? 이것을 어찌 살해할 마음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하겠는가? 특별히 사형에서 감하여 장배하라"

물론 고의 범행과 우연 치사를 가려서 판결해야 하지만, 당시 검시안에 오른 부인 살해의 판결은 거의 이와 같았다. 부인 살해에 대한 이 같은 관대함이 지속되다 보니 조그마한 일에도 부인을 쉽게 구타하고, 그러한 행위에 죄의식이 있을 리가 없었다.

 

<조선의 섹슈얼리티-조선의 욕망을 말하다> 정성희, 가람기획. 1998. 개정판2009. 15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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