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미국 대선을 재미있게(?) 지켜봤다.
이제 결론이 나는 분위기.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됐다.
어떤 제도도 완전할 리 없지만 미국의 대통령 선거방식은 정말 신기하다.
다 같은 방식도 아니다. 주별로 다른 방식이니.
대의원을 독식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아닌데도 있더라.
그 나라의 역사적 경험에 따른 결과로 현재의 제도가 있는 것이겠지만 일반적 시각에서 동의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은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기도 하고, 매우 중요한 결단이기도 하다.
하여간 이번에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승자독식.
51:49는 차이가 2에 불과하지만 100:0으로 결론이 난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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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와 승자독식경기
백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의 신사들은 누군가 자신을 모욕하면 결투를 신청했다. 결투 당사자들은 결투 장소에 각자의 입회인들을 데리고 새벽에 나타났다. 결투는 몇 가지 공식적인 규칙에 따라 행해졌다. 첫 번째 규칙은 총의 발사거리를 정한 것이었다. 이 규칙에 따르면 결투자들은 처음에 등을 맞대고 서 있다가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간 후 뒤돌아서서 총을 쏘아야 했다. 두 번째 규칙은 사용되는 총의 종류 및 형태를 정한 것이었다. 이 규칙에 따르면 총신은 평평하고 나선형의 홈이 없어야 했다.
이런 규칙들은 결투자들의 사망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결투자들이 일정 거리를 걸은 후 돌아서서 총을 발사하게 한 것은, 명중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총신이 평평하고 매끄러워야 한다고 정해놓은 것은, 발사된 총알의 정확성을 떨어뜨리기 위해서였다. 총신 안쪽에 나선 모양의 홈을 새긴 '라이플'은 총알이 총신을 떠나자마자 선회하게 하며, 이 경우 총신이 평평할 때보다 총알이 직선에 가깝게 날아간다. 총알이 선회하면서 목표물을 향해 가는 것은, 마치 여러 번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축구공이 그렇지 않은 축구공보다 더 정확하게 골대를 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회전하지 않는 투사물은 너클볼처럼 산만하게 비틀거리며 불규칙적으로 날아간다. 총알을 단 한 발만 발사하라는 규칙은, 100발이나 쏠 수 있는 라이플 총으로 싸울 경우 결투자들이 어떤 운명을 맞을지 상상해보면 그 타당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규칙들은 목적 달성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즉 영국에서 일어난 200여 건의 결투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6명의 결투자들 중 한 명 꼴로 상대방의 총알에 맞았으며, 14명 중 한 명 꼴로 죽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어쩌면 실제 사상률을 과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결투는 검시관이 할일이 없을 정도로 아무 일 없이 끝나버려 문서로도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정도도 명예를 지키기 위한 대가로는 너무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실상 모든 산업사회에서는 결투가 금지되었다. 규칙에 의해 규제되지 않은 결투는 승자독식경기의 많은 특징들을 내포한다. (승자독식 경기들은 상쇄작용을 일으켜 사회적인 낭비만 초래한다.)
<승자독식사회> 로저트 프랭크, 필립 쿡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08. 216-217.
승자독식의 원리가 언론과 문화에 미친 영향
승자독식의 원리가 언론과 문화에 미친 영향들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우리 사회의 폭력 수준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이는 언론 및 문화시장에서도 처음부터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탓이다. 폭력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공간을 뛰어넘어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면, 폭력은 확실히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점이다. TV 시청자들과 영화 관객들과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폭력은 섹스 버금가는 수단이다. 채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던 사람들은 살인 장면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채널을 고정하게 된다. 텔레비젼의 경우 시청률이 이를 증명한다. 텔레비젼 제작자들은 폭력적인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신문과 잡지도 폭력적인 내용을 머리 기사로 다룰 때 더 많은 부수가 판매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분개한 주인공이 폭력으로 악당들을 응징하는 폭력 영화에 몰려든다.
폭력물을 보느라 다른 일을 못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폭력적인 행동이 일상화된다는 것이다. 수 십년간 폭력물이 폭력을 조장하는지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대다수 학자들은 폭력물과 폭력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승자독식사회> 로저트 프랭크, 필립 쿡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08. 265.
책 <승자독식사회>의 결론
불평등을 줄이려면, 우선 평등이 가장 요구되는 영역부터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즉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우수한 공립학교 등을 제안함으로써 구체화될 수 있다. 토빈은 여기에 기본적인 주택 및 식량 공급도 포함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통념에 따르면 이러한 기본적인 조치조차 우리의 역량을 벗어난 것이다. 그래서 흔히들 이렇게 이야기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으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나머지 사람들은 세금을 부과하면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생산적인 투자를 그만둘 수 있으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우리가 경제정책 및 사회정책과 관련하여 지니고 있는 믿음들은 승자독식시장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던 시대에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념이 부정확하다고 해서 버려야 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모든 신념은 아주 어렵게 소멸되어 가지만, 기존의 경제 및 사회 질서를 뒷받침해주었던 신념들은 더욱 오래 잔존한다. 그러나 한 때는 작동했던 정책들이 점점 더 현재의 상황과는 들어맞지 않게 된다.
변화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등장하고 있는 승자독식시장의 영향을 분명히 파악한다면, 그에 맞서는 조치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통념에 따르면 세상은 서로 부딪치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염세적인 세계관을 거부한다. 왜냐하면 최고실력자들에게 보다 무거운 조세부담을 주면 경제질서가 잡힐 뿐 아니라, 가장 재능 있는 시민들이 가장 생산적인 일로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조세부담이 누진소비세의 형태를 띤다면, 그것은 또한 저축과 투자를 자극할 것이다. 그러므로 승자독식 사회의 결점을 보완하는 정책들은, 형평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효율성도 촉진한다. 이는 공짜 점심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꼭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승자독식사회> 로저트 프랭크, 필립 쿡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2008. 293-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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