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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이야기

좋은 정치인의 좌절은 국민의 불행 - <노무현이 우리들과 나누고 싶었던 9가지 이야기>

by 길찾기91 2020.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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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 우리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어쩌면 아이러니한 상황.

아마도 며칠 전에 재수감된 최악의 대통령을 경험했던 우리 국민들이라 미국 역사상 최악인 대통령을 또 보고싶지 않아서 갖는 관심이 아닐까.

좋은 대통령, 좋은 정치인을 갖는다는 것은 국민으로선 엄청난 복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런 정치인을 갖지 못한 것은 큰 불행인 것이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하면서 좋은 정치인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떤 정치인이 좋은 정치인인지에 대한 생각은 세부적으론 다를 수 있으나 크게는 비슷할 것.

좋은 정치인이 살아남기에는 환경이 참 안좋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정치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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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인의 좌절은 국민의 불행입니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정치는 아직 ‘혐오의 대상’인가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민권변호사 시절인 1996년 시카고에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출마했다. 첫 출전이었다. 오바마는 자서전에 선거운동 때의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나는 어디에서나 거의 비슷한 내용의 두 가지 질문을 받았다.

“그런 별난 이름을 누가 지어 주었습니까?”

“꽤 괜찮은 사람 같은데, 무엇 때문에 정치판처럼 더럽고 추잡한 곳에 뛰어들려고 합니까?”

 

미국 국민들은 오바마를 신뢰했고 오바마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국은 그로부터 12년 후 훌륭한 진보적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노무현은 대통령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정치하지 마라’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띄워,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 보복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9년 3월이었다.

 

“‘정치하지 마라.’ 이 말은 제가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말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하는 말입니다.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하는 목적이 권세나 명성을 좇아서 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성공을 위하여 쏟아야 하는 노력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생각하면 권세와 명성은 실속이 없고 그나마 너무 짧습니다.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를 위하여, 가치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가 이룬 결과가 생각보다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열심히 싸우고, 허물고, 쌓아 올리면서 긴 세월을 달려왔지만, 그 흔적은 희미하고,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은 실패의 기록뿐, 우리가 추구하던 목표는 그냥 저 멀리 있을 뿐입니다.”

 

사실 노무현의 이 말은 모순이다. 노무현은 자서전에 “정치가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한 예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까지 한 분이 한국의 정치 발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정치는 누가 하란 말인가. 부도덕하고 부패한 무리들에게 국정운영을 통째로 넘겨주란 말인가. 아니다. 노무현의 이 글은 좋은 정치 제대로 하자는 적극적인 메시지였다. 노무현이 ‘정치하지 마라.’고 한 것은 측근 참모들과 지지자들에 대한 ‘정치금지령’이 아니었다. 노무현은 한국 정치가 좀 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치인을 위한 변명’으로 이 글을 썼다. 정치인에 대한 시민사회의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노 대통령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 그를 보좌했던 이송평 박사의 의견이다. “그는 이렇게 묻고 싶었던 것 같다, 정치인은 좋은 정치인도 있고, 나쁜 정치인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정치인을 나쁘다고 매도했을 때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정치인을 비판할 때는 옥석을 가려 정확하게 꼬집어야 한다, 무턱대고 모든 정치인을 도매금으로 매도해 버리면 나쁜 정치인만 이득을 보게 된다. 좋은 정치인은 좌절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좌절은 누구의 손해인가. 결국 국민이 모든 덤터기를 쓰게 된다.

노무현은 정치 지망생들에게도 분명히 경고했다. 정치를 하는 목적이 권세와 명예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를 알아야 하고, 세상을 정의롭게 바꿔보려는 것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알고 정치를 해야지 그렇지 않고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이 우리들과 나누고 싶었던 9가지 이야기> 이백만. 2013. 15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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